얼마 전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및 금융 정책을 논의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었다. 연준이 채권 매입을 통해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을 논의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준의 테이퍼링은 완화적 통화 정책의 종료를 시사하는 것이므로 금융시장에서는 예상되는 정책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통화 정책 변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미국의 경제 회복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통상 세 가지 지표를 통화 정책의 기준으로 삼는다. 첫째는 물가 상승률로 2%가 목표 수준이다. 둘째는 실업률인데 경제학적으로는 3~5%를 적정 수준으로 간주한다. 셋째는 경제 성장률로 선진국은 2% 이상이면 좋은 실적으로 평가한다.

1분기 근원물가는 전기 대비 2.3% 상승했다. 4월에는 근원물가가 더 빨리 올라 전월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경기 침체기 투자 부족으로 인한 단기적인 공급 부족의 영향을 고려해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9%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2분기에는 9%를 상회했다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5%다. 실업률은 올해 3월 말 기준 6%였다. 적정 수준에 근접한 기록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2월에는 3.5%였다. 상대적으로 추가적인 회복이 필요하다.

고용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회복세가 부족한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3월 현재 비농업 부문 고용 인원은 1억4410만 명이다. 지난해 2월의 1억5250만 명 대비 약 800만 명 감소한 수준이다.

고용 증가세도 2분기에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근거는 급속히 상승하고 있는 백신 접종률이다. 5월 24일 기준 백신 접종이 완료된 인구가 39.8%에 달했다. 1회 이상 접종한 인구는 49.9%를 기록했다.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이전의 일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복귀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이 회복되고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1분기까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서비스 부문의 고용 증가가 예상된다. 서비스 부문의 회복은 경제 성장을 추동할 뿐 아니라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여, 연준은 이에 주목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 달린 한국 경제의 미래

미국의 급속한 경제 회복은 우리에게 희소식이자 리스크 요인이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미국이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서두른다면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경제 성장률까지 우리보다 높게 유지되면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본만이 아니라 기관들이나 이른바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자금까지 대미 투자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시장에서는 자금이 희소해지고 환율과 이자율의 상승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가로막고 불안 요인을 증가시키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의 경제 회복을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회복시기가 미국보다 늦지 않아야 한다.

우리도 같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으면,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가 문제 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것은 백신 접종이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이고 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경제의 전반적 회복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전까지 백신 접종 문제를 반드시 풀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극복은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