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고려대 경제학 학사, 미 듀크대 법학대학원 연수, 사법시험 42회, 사법연수원 32기,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고려대 경제학 학사, 미 듀크대 법학대학원 연수, 사법시험 42회, 사법연수원 32기,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정년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직원에게 퇴직위로금(명예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면서 상호 합의에 따라 정년 전에 퇴직하게 하는 것을 보통 ‘희망퇴직’이라 한다. 그런데 ‘희망’과 ‘퇴직’이라는 단어의 결합은 요즘 매스컴에서 종종 사용되는 ‘희망고문’이라는 표현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직원 입장에서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 별로 희망적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퇴직 제도는 국내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고용 조정 방식 중의 하나로 널리 운용됐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희망퇴직이 반드시 경제 불황기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모습이 바뀌고 산업의 인력 수요가 변경되면서 희망퇴직은 경기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상시화되고 있다.

일례로 종전에는 대면 방식이 주를 이루던 금융이나 증권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화, 비대면화하면서 종전과 같은 정도로 많은 지점과 소속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또한 생산 시설이나 감시 장비의 기계화, 자동화 그리고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한 인력 구조 변화의 요구는 보통 인력 감원을 수반한다. 이러한 감원 방법으로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 희망퇴직 제도다.

희망퇴직은 퇴직에 관한 근로자와 사용자 간 합의가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 표시에 의한 근로 관계 종료인 해고와는 구별된다. 합의에 의한 퇴사라는 점에서 해고보다 비교적 법적 리스크가 낮은 편이지만, 실제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유의할 법적 쟁점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를 다섯 가지 포인트로 나눠 소개한다.


포인트 1│자발적 퇴직 의사가 가장 중요

우선 희망퇴직과 관련해 법적으로 가장 자주 다툼이 생기는 부분은 근로자가 자의(自意)로 퇴직 의사를 밝혔는지 여부이다. 사측의 강요로 희망퇴직에 응하게 됐다면 사직서를 쓰고 희망퇴직금을 받았더라도 퇴직 합의로서 유효하지 않다. 강압적으로 사직서를 쓰라고 폭언하거나 계속적·반복적으로 퇴직을 종용해 사직서를 내도록 하는 것은 유효한 퇴직 합의가 아니다.

또한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구체적인 불이익을 줄 것처럼 말하며 퇴사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사직하지 않으면 직권 면직당할 것’이라고 말해 퇴직 의사가 없는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한 경우라면 그러한 퇴직 합의도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다만, 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당시 또는 앞으로 다가올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다소 과장하거나 위 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퇴직 합의를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도 있다.

또한 근로자가 퇴직을 진정 마음속으로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희망퇴직에 응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면 그것은 유효한 퇴직 의사라고 본다.


회사가 퇴직 의사가 없는 직원에게 강제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한 경우에는 퇴직 합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회사가 퇴직 의사가 없는 직원에게 강제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한 경우에는 퇴직 합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포인트 2│신청자격 임의로 정하는건 금물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회사는 ‘나가야 할 사람은 안 나가고, 오히려 있어야 할 사람이 나가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로서는 가급적 저비용 고성과자를 필수 인력으로 남기고 고비용 저성과자가 퇴사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성과자는 희망퇴직금을 받고 퇴사한 다음 재취업 기회가 비교적 많지만, 저성과자는 그 반대의 상황인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희망퇴직 신청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 우수한 인력이 퇴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회사는 일정 직급, 나이, 직급별 근속연수, 근무성적 등을 기준으로 희망퇴직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희망퇴직 제도는 노사 상호 간의 퇴사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전혀 합리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기준을 적용하거나 그런 기준조차 없이 신청 자격을 임의로 정하는 것은 퇴출 명단을 사전에 정해놓고 퇴직을 종용하는 이른바 ‘찍퇴(찍어서 퇴직)’와 마찬가지라고 이해될 수 있다.

현행법상 퇴출 명단을 만든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법원이 퇴직 합의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위 사실은 회사에 불리하게 판단될 수 있다.


포인트 3│승인 가부에 대한 합리적 근거 마련해야

회사는 필수 인력이 희망퇴직으로 퇴직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앞서 살펴본 희망퇴직 신청 자격 제한뿐 아니라 희망퇴직 신청에 대한 심사 승인 결정권을 활용하기도 한다. 통상 희망퇴직은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사용자가 심사한 후 이를 승인함으로써 합의에 따라 근로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심사, 승인 결정 권한이 있는지에 관한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한다면 애초 희망퇴직 공고를 할 때 이 점을 분명히 기재하는 것이 좋다.

회사에 결정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임의로 희망퇴직 신청을 승인하거나 거절할 수 있을까? 회사의 심사·승인에 관한 결정 권한에는 일정한 내적 한계(예 합리성·형평성)가 있다. 법원은 “사용자의 (명예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은 명예퇴직 제도가 도입된 경위, 신청자 간의 형평성, 명예퇴직 신청의 동기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고 객관적 자격을 갖춘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해 부당한 사유를 내세워 수리를 거부하는 등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공고된 신청 자격을 갖춘 희망퇴직 신청자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승인하면서 다른 일부는 승인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심의를 거쳐 승인 가부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포인트 4│희망퇴직 거부자에 대한 인사 명령도 유의해야

희망퇴직 실행 과정이나 그 직후 조직 개편 내지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인사명령(예 대기발령, 전환배치, 교육 이수 명령, 휴직 명령)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실행하는 인사명령 대상자에 희망퇴직 권고를 거부한 직원이 포함됐다고 해 곧바로 이를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이들이 인사명령 대상이 된다면 희망퇴직 권고를 거부한 데 대한 불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예컨대 원거리 인사발령이 업무상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 인사발령 대상에 오로지 희망퇴직 권고를 거부한 인원만 포함돼 있다면, 이는 사실상 희망퇴직 권고를 거부한 자들에 대한 불이익이라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법원도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방문판매 세일즈팀으로 전보 발령한 것은 부당 전직이라고 판시했다.


포인트 5│희망퇴직 철회는 회사의 승낙 이전에 가능

끝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했다가 생각을 바꿔 없던 일로 해달라고 하는 직원이 있을 수 있다. 이때 회사가 그 희망퇴직 신청의 번복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희망퇴직 신청 번복은 회사가 희망퇴직 신청에 관해 승낙의 의사 표시를 해당 직원에게 하기 전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회사가 희망퇴직 신청에 대해 심사해 해당 직원에게 승낙 표시를 했다면 그 시점부터는 희망퇴직 신청 의사를 번복하기 어렵지만, 그전에는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