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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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한·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한·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기업 경쟁력의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다. 중소기업의 제조 현장은 노동 투입 시간이 생산성의 척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근로 시간 단축이 오히려 노동 관리의 틀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2019년 주 4.5일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주 4일제를 선언했다. 일반적으로 근무 시간 단축은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휴넷은 매년 30% 이상 성장을 이어 오고 있다. 

또 최근 네이버가 주 3일 근무제와 풀재택 근무를 도입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직원 출퇴근 체크 제도를 포기하고 있다. 이들은 직원에게 주 52시간 출퇴근과 근무를 엄격하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며, 워케이션(work+vacation·일+휴가)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근무 방식의 변화와 유연성은 인풋(input·투입) 중심 인력 관리에서 아웃풋(output·출력) 중심 인력 관리로 변화를 의미한다. 아웃풋을 중시하는 기업은 직원이 상상하게(imagine) 하고, 이를 고객 경험으로 구현하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engineer), 즉 이매지니어(imagine+engineer)를 육성한다. 

그러나 아웃풋 관리의 준비 없이 근무 방식만 바꾸면 성과 창출에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아웃풋 관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8시간 근무를 채우게 하고, 학력·능력 같은 인풋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운영했다면, 이제는 직원 노동의 성과를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으로 관리해야 한다. 과거 직원 평가의 중요한 점수가 출퇴근 시간 관리였고, 이것의 위반은 곧 퇴출로 연결될 정도였다. 그러나 직원의 성과인 역량은 능력과 투입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출퇴근 잘한다고, 학력이 높다고 성과가 높아지지 않는다. 아웃풋 경영에서는 성과에 대한 평가가 실시간 이뤄진다.

둘째, 아웃풋 평가에서는 팀장 역할이 중요하다. 팀원의 업무 진도를 관리하고 아웃풋을 실시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팀장이다. 이때 팀장은 기계적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을 주기적으로 면담하고 코칭해 일의 진척도를 평가하고 직원을 육성해야 한다. 특히 직원에 대한 평가가 상시적인 만큼 육성도 상시로 이뤄져야 한다. 코칭하고 멘토링해 성과를 창출하게 도와줘야 한다. 인풋 시대에는 리더가 구성원의 업무 능력을 확인하는 게 중심이지만, 아웃풋 시대에는 코칭과 육성이 중심이다. 리더는 구성원 육성과 코칭 과정에서 능력이 확인된다.

셋째, 월급 개념이 행위의 대가가 아니라 상상의 대가로 바뀌어야 한다. 상상과 생각이 투입되지 않는 노동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사람의 역할은 생각하고 상상하고 이것을 고객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직원은 행위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파는 사람이 돼야 하고, 월급은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 성공한 혁신의 대가가 된다. 

넷째, 시스템이 아닌 조직 문화로 인력 관리를 해야 한다. 시스템에서는 사람이 수단이라면, 문화에서는 사람이 목적이 된다. 인력의 시스템적 관리는 직원의 노동 투입을 기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고 지시하는 리더십이 중심이다. 그러나 문화에서는 공감하고 자율을 통해 몰입을 이끌어내는 휴머노크라시(Humanocracy·사람중심주의) 리더십이 중심이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시간제 존폐를 두고 말이 많다. 그러나 노동 인풋 시대에서 아웃풋 시대로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 이 제도는 무조건 폐지가 답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