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4월 미국 앨라배마 아마존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노동조합(노조) 결성에 나섰다. 미국 내 아마존의 첫 노조 설립 시도였다. 노조 설립 이유는 병에 소변을 봐야 할 정도로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고된 노동이었다. 그러나 노조 설립은 무산됐다. 회사 측의 임금 인상 등 회유책과 방해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노조 설립에 따른 이득을 모르겠다는 노동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필자는 전 세계적인 ‘노조의 쇠퇴’를 주장한다. 미국 아마존 노조 결성 무산이 대표적인 예다. 인도 출신인 필자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노조 내부 갈등 문제를 짚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조가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케냐, 페루와 같은 나라에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은 그 어떤 사회 보장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이를 방치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를 중심으로 한 노조도 주목했다.
프라납 바르단(Pranab Bardhan)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프라납 바르단(Pranab Bardhan)
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최근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노동조합(노조) 설립이 무산된 것은 전통적인 노동 계급 조직의 쇠퇴라는 오랜 현상을 잘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① 노조 조직률은 1985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기업은 비용을 들여 노조를 회유했고, 많은 언론과 연구소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근로권이라는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하고, 근로 조건 개선 등 그들의 요구 사항을 줄이는 등 기업 측이 얻고자 하는 분명한 성과를 냈다. 고용주 친화적인 노동 관련 법안도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 인도를 보면, 급격히 늘어난 계약직은 고용의 지속성과 복지 혜택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심화, 자동화 등도 노조 쇠퇴를 야기했다. 물론 노동계 내부 문제도 있다. 노조는 내부 분열을 일으켰고 스스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노동계 내부 분열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으로 갈라지는 노조 결성 과정에서 유래한다. 미국과 인도의 노조는 너무 분권적이어서 기업 측에서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노조 형성 초기 그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 앨라배마 아마존 물류센터 노조 결성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노조를 결성하려던 구성원들은 기업이 노조 설립을 억제할 요인이나 영향력이 적은 유럽처럼 노조를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전반 차원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아마존 고객을 사측의 노조 설립 방해 움직임에 대항하는 데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인도의 경우 노조가 정당의 손안에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당은 노동 환경에서 매일 발생하는 이슈를 다룰 때보다, 그들의 정치적 어젠다를 위한 선거 유세에서 더 자주 노조와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다. 노조도 이를 받아들인다. 인도에서 이런 정치적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노조가 최근 생겨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노조의 과도한 정치적 활동은 여전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코로나19를 구실로 노동자의 권리와 안정을 약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왔다.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기업과 친기업적 언론의 지지를 받으며, 모디 정부는 계급 간 갈등 심화, 산업계 불황과 노동 생산성 정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인도 벵갈루루 인근에 있는 ② 위스트론의 애플 아이폰 위탁 생산 공장 폭동 사태에서 잘 드러난다. 이 공장에선 7000여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했고, 이들은 임금 체불과 대폭 늘어난 노동 시간, 야간 여성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근로 환경 등에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4월 아마존 노조 결성 투표를 진행했던 앨라배마 물류센터. 노조 결성 반대 직원이 찬성의 두 배가 나와 부결됐다. 사진 AP연합
4월 아마존 노조 결성 투표를 진행했던 앨라배마 물류센터. 노조 결성 반대 직원이 찬성의 두 배가 나와 부결됐다. 사진 AP연합

노조의 쇠퇴는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난 개발도상국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인도, 케냐, 페루와 같은 나라에선 놀랄 정도로 많은 수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그 어떤 사회 보장이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노조는 이들의 신용 보호, 보건·보육, 법률·보험 등의 서비스에 대한 보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③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도 연관된다. 긱 이코노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음식 배달 등 서비스 제공 노동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즉 긱 노동자(gig worker)는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 자영업자로 취급된다. 최저임금이나 퇴직금은 물론 사회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것이다.

부유한 국가의 긱 노동자는 이런 상황을 알아채고 노조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데 나서고 있다. 미국의 몇몇 기업은 긱 노동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험이나 병가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유럽 최대 노조인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자영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의 독립노동자조합(Independent Workers Union)도 긱 노동자 지원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는 노조 쇠퇴가 아닌, 노조 증가 현상을 유발한다. 여기에는 부정적 요인과 긍정적 요인이 모두 있다. 숙련된 기술을 갖춘, 적정한 임금을 받는 ④ 밀레니얼 세대는 코로나19로 고용이 불안해지고 근로 환경이 열악해지자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특히 기존 노조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 소셜미디어(SNS) 활동 등 시대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노조 지도부에 영입하려고 한다.

올해 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노조 설립도 의미가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노조는 혁신을 뒤처지게 한다’며 노조 설립을 반대해 왔다. 높은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최근 구글 내 젊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알파벳 노조는 임금 인상보다는 공공의 이익 등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집중한다. 또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과 협력 업체를 포함한 모든 직원의 권리를 보장하려고 노력한다.


Tip

노조에 가입한 전체 조합원 수를 노조 가입 자격이 있는 근로자 수로 나눈 수치. 산업현장의 노조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1998년 25.9%였던 독일 노조 조직률은 2018년 16.5%까지 떨어졌다. 영국은 30.1%에서 23.4%로, 일본은 22.4%에서 17%로, 미국은 13.4%에서 10.1%로 하락했다.

2020년 12월 12일 인도 벵갈루루 인근에 있는 위스트론의 아이폰 생산 공장에서 노동자 수천 명이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폭동을 일으켰다. 위스트론은 아이폰 등을 조립·생산하는 애플의 협력 업체다.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위스트론 노동자들은 쇠 막대 등을 휘두르며 공장의 생산 설비와 유리창을 부쉈다. 일부는 차량에 불을 질렀다.

특정 기업과 고용 계약을 하고 일하기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그때그때 제공되는 일을 하는 경제 활동.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했다.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간 일하도록 섭외한 연주자를 ‘긱(gig)’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자신이 이미 보유한 자산(자동차·컴퓨터 등)과 여유 시간을 활용하는 부업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이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실상의 전업 노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미국 세대 전문가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쓴 책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 언급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 질서와 연계해 정의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X 세대(1970~80년 출생)’의 뒤를 잇는다. X 세대 다음이라 ‘Y 세대’로도 불린다. 밀레니얼 세대는 컴퓨터 등 정보기술(IT)에 친숙하고 대학 진학률도 높다. 또 소셜미디어(SNS)를 능숙하게 사용하며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