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기업 경영의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ESG란 기업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해 책임 경영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평가해온 기업 리스크의 재무적 요소인 매출 증가, 성장 추이, 수익 변화 등이 기업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히려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에 유해한 생산 방식, 작업장의 안전 문제나 제품의 인체 유해성, 또는 불합리한 지배구조의 폐해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더 중요한 리스크로 떠올랐다.

ESG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선진금융 시장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준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2006년 유엔(UN)에서 ‘책임투자원칙(PRI)’이 발족했고 ‘지속 가능한 책임투자(SRI)’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2019년 기준 UN PRI에 책임투자기관으로 등록한 투자기관은 2372개에 달하며 운용 자산 규모는 86조3000억달러(약 9경7519조원)에 이른다. ESG를 잘 수행하는 기업들은 더 저렴하고 용이하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어 ESG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다.

특히 공적 자금을 운용하는 각국 연기금들은 ESG 우수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ESG 참여를 결정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제도화를 통해 강제하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는 종업원 500명 이상의 기업에 대해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IFRS 국제회계기준에 지속 가능성 보고의 기준을 설정하고 향후 이를 ESG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국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경우 중요한 이슈는 ESG 표준이다. 이 표준이 정립돼야 기업의 ESG 수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를 위해 기업이 어떤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와 그 수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대표적인 ESG 관련 기관인 SASB, GRI 등은 표준 설정을 위해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의 ESG 노력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ESG가 더 효율적으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표준이 있어야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서로 협력하고 책임지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ESG가 성공적으로 확대되면 경제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사진은 오피스 건물이 밀집한 서울 강남대로.
ESG가 성공적으로 확대되면 경제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사진은 오피스 건물이 밀집한 서울 강남대로.

정부와 기업의 협의체 구성해야

우리나라는 ESG에 대해 평가 기준이나 정보 공개의 표준을 설정하기 위해 학계에서 일부 학자들 중심의 시도는 있지만, 실행 주체인 정부와 기업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수준의 적극적 노력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생산은 환경 규제로 통제돼 왔고 사회적 책임은 주로 노사문제 차원에서 다뤄져 왔다. 거버넌스 역시 개인이나 지배집단의 영향력 관리 차원에서 제약해 왔다.

그러나 ESG는 기업 활동이 외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국제적 표준이 되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책임지는 수준을 평가해 투자자나 소비자, 심지어 주주들이 시장 기능을 통해 보상하거나 징계하자는 것이다.

ESG가 성공적으로 확대되면 경제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을 옥죄는 추가적인 규제만 증가하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ESG를 강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맞는 ESG 기준을 수립하고 정보공개의 표준을 만드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