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8.5% 급등해 1981년 12월(8.9%) 이래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발표한 4월 물가지수는 8.3%를 기록해 8개월 만에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역시 8%대로 고공행진을 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 4일(이하 현지시각)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왔다. 연준의 급격한 긴축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대 교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케네스 교수는 최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 등에서 현재 상황을 통제 불능(out of hand) 상황이라 지적하면서, “연준이 그토록 기준금리를 많이 올린다면 틀림없이 경기 침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향후 상당 수준으로 임금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연준의 결정은 우려할 만한 것이 못 되며, 로고프 교수의 임금 인상에 대한 예측은 시기 상조”라고 주장한다.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끌고 있는 시민. 최근 미국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세계 경제의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끌고 있는 시민. 최근 미국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세계 경제의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브래드포드 드롱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현 전미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 전 재무부 차관보
브래드포드 드롱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현 전미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 전 재무부 차관보

5월 6일 미 채권시장은 향후 5~10년간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평균 2.5%일 것으로 예상했다. ① 소비자 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가 ② 개인소비지출(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에 담긴 물가지표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는 5년간 2.5%의 물가 상승률하에서 5년 만기 선물 시세가 연준이 설정한 2%대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물가 상승률을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으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5년물 ③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Breakeven Inflation)이 5월 6일 기준 3.22%를 기록했기 때문에 향후 5년간 누적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보다 3.6%포인트 웃돌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일탈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유발한 경제 침체에서 조기 회복을 위해 지불하는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 경기 회복 덕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구조적인 경제 체제 전환이 이뤄진다면,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연준이 비난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준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정확히 수행했다. 경제 쇼크 이후 경직된 비용·임금·부채를 떠안은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의 완전 고용, 그것도 노동자들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수요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올바른 형태의 완전 고용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통화 제도와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에 흠집을 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왜 이러한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걸까? 원하는 궤적에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에 서 있을 경우, 나는 이러한 상황을 ‘통제 가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고프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이라는 그의 의견은 채권시장의 암묵적인 예상이 틀렸다고 보는 수준까지만 타당하다.

연준의 정책이 향후 5년간 3.22%보다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거나, 앞으로 5~10년 동안 평균 인플레이션이 2.5%를 상당히 웃돌 수도 있다.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경제는 예측 불가능하고, 우리가 설정한 모델과 예측은 궁극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 추측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연준은 예정된 코스를 크게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연준은 향후 5~10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해 기준금리를 예상치보다 훨씬 높여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도록 할 수도 있다.

로고프 교수의 암묵적 예측이 이뤄지려면 노동자와 고용주는 향후 5년간 인플레이션이 3.2%를 웃돌고, 그 뒤 5년간은 2.5%를 상회한다는 가정하에서 임금 협상에 도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제 리스크보다 인플레이션이 과장된 경우에도 (임금을) 하향 조절하지 못하도록 계약과 제도적 합의를 통해 고정시켜야 한다. 노사 양측이 이러한 협상을 이루기 위해선 채권 중개인들이 비이성적일 정도의 낙천주의자, 여러 반대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온건파(inflation doves)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채권 중개인들이 비이성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낙천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노동자와 고용주가 채권 중개인들이 비이성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낙천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그런 이유를 찾지 못했다. 

현대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은 특유의 예측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면 그러한 예측을 입증하는 행동을 취하게 되는 악순환의 무한 반복이다. 높은 임금이 높은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져 결국엔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과정이 발생하려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거라는 예측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물론 미래에 추가적인 공급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돌연변이를 만들어 위험하고 새로운 파괴적 유형으로 우리에게 맞설 가능성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 중국의 제로 코로나(zero-COVID) 정책 등으로 인해 추가적 경제 악재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리스크가 이미 발생한 것처럼 여기며 현재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하는 대표 인플레이션 지수. 도시 거주 가계가 구매하는 소비재 가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임.


미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수. 연준은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코어(Core) PCE를 참조하는데, 코어 PCE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수임. 연준은 1999년까지 물가지수로서 코어 CPI(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CPI)를 활용했으나, 2000년 들어 코어 PCE로 변경. 코어 PCE는 물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품목 바스켓의 범위가 CPI보다 넓다는 장점이 있음. CPI는 가계가 직접 지출하는 품목만 바스켓에 반영하는 데 반해 PCE 물가는 가계의 직접 지출뿐 아니라 타 주체에 의한 간접 지출 항목까지 포함해 GDP(국내총생산) 구성의 약 70%까지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물가 상승률의 지표 중 하나로, 동일 만기(보통은 10년) 국고채 수익률과 물가연동 국고채 수익률의 차이를 나타냄. 향후 물가 상승률 기대치가 BEI 수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 물가 연동 국채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인 것으로 간주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