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현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현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전체적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되고 거래 건수도 감소하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4월 7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정비 사업 규제 완화 및 서울 아파트 가격 공시가격 재편을 강력하게 주장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남, 여의도 등 재건축을 추진해온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른 것으로 전해지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6.8%로 2019년 10.2%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지역별로 가장 많이 오른 노원구가 31.4% 상승한 데 반해 강남구는 8% 오르는 데 그쳐 지역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4월 9일 기준 연초 대비 상승률이 서울 평균 2.3%로 집계됐으나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도봉구(4.8%), 노원구(3.7%)에 비해 강남구(1.6%)는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권의 경우 보유세 부담 강화 및 대출 규제, 대치동 등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 등으로 지난해 이후 강북에 비해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동북권 및 서남권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강남 등 많이 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과 동북선, 신림선 등 교통 호재 등 개발에 따른 외부 요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9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2482만원으로 33평을 기준으로 평균 8억2000만원이다. 3.3㎡당 6209만원인 강남의 같은 평형 20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및 세 부담 증가의 기준이 되는 9억원에 육박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상당 부분 해소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 동조화 강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 추세 여력이 있다면 강북권의 상승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눌려 있던 강남의 재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물론 단지별 차이가 크고 정부 정책 등의 변화에 따라 가격 흐름이 영향을 받게 되지만 과거 추세 등을 고려해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가격 키 맞추기 현상(동조화)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구별 가격을 세분화해 분석해봤다. 2019년 토지주택연구원에서 발간한 ‘수도권과 지방 주택 매매 가격의 동조화 변화 분석(장한익)’에 따르면 지역별 주택(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변화를 정적 또는 동태적으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는 강한 동조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동조화는 정부의 주택 정책 기조 변화와 관계없이 나타났고, 강남의 주택 시장은 시장의 가격 등락에 덜 노출돼 안정적 시장으로 구분됐다. 반면 강북은 강남에 비해 시장 가격 등락에 노출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시차를 두고 지역별로 영향을 받아 상승 또는 하락 동조화가 나타나고 가격 하락기에는 강남보다는 강북 지역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강남과 서울 타 지역 차이 2009년 대비 크게 줄어

전고점을 기록한 2009년과 지금의 주택 시장을 강남구 기준 구별 가격 비율로만 분석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장기간 시장을 보면 대세 상승기에는 시차를 두고 오르면서 지역별로 가격 균형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분석 결과 첫 번째로 서울에서 도봉구를 제외한 모든 구의 아파트 가격을 강남구와 비교했을 때, 2009년 대비 2021년 4월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게 눈에 띈다. 지금 가격이 전고점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강남구에 비해 다른 지역의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기보다는 강남구가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눌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상승기 전고점인 2009년 서울 아파트 구별 3.3.㎡당 평균 가격을 강남구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차이 나는지 분석해 보니 2009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1912만원으로 강남구(3451만원)의 55% 수준이었다. 강남구 가격을 100%로 할 때 구별 편차가 적지 않았다. 노원구(1294만원)는 강남의 37%, 서초구(2998만원)는 87%, 마포구(1754만원)는 51%, 송파구(2577만원)는 75%, 금천구(1038만원)는 30% 등이었다.

같은 방법으로 2021년 4월 9일 서울 아파트 3.3㎡당 가격을 강남구를 기준으로 비교했다. 서울 평균 3715만원으로 강남구 대비 60% 수준을 보였다. 주요 구별 가격을 강남구 기준 비율로 산정한 결과, 노원구(2482만원)는 40%, 서초구(6000만원)는 97%, 마포구(3809만원)는 61%, 송파구(5160만원)는 83%, 금천구(2091만원)는 34%로 2009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강남구와 가격 차이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비 빠른 서초, 마포, 성동 등 신축 고가 아파트 급증

두 번째로 2009년 대비 강남과 아파트값 격차를 크게 줄인 곳은 서초구, 서대문구, 마포구, 강동구, 동대문구, 성동구, 송파구 등으로, 재정비 속도가 빠른 곳으로 나타났다. 개포동을 제외하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강남구에 비해 타 지역의 재정비 사업이 가속화하면서 신축 고가 아파트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교통망 건설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가격이 영향을 받는 부동산의 속성상 재정비 사업 추진과 GTX, 동북선 등 해당 지역의 교통망 건설 추진으로 동대문구, 성동구 등 강북 지역은 과거와 가격 수준이 다른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지역은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를 타깃으로 한 대출 규제 및 세금 강화 등의 정부 규제가 상대적 호재로 작용했다. 덕분에 최근 2년간 강남 대비 가격 상승 폭이 컸다. 그러나 해당 지역 등도 신축 단지 아파트 가격이 이미 국민주택 규모 이하가 9억원을 초과하면서 앞으로 상대적인 저가 아파트 수혜 지역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동조화가 강하게 나타나는 수도권 아파트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가격을 선도하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추가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 지역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강남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을 불러올 경우 향후 서울시의 재정비 정책 추진 속도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 상승이 추가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8년 이상 최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아파트값의 고점이 언제 어느 수준이 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많은 지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장을 마무리하는 장세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