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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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학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학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바이오산업계는 늘 새로운 것과 더 좋은 것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활동이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단계는 ‘임상시험’이다. 신약 개발을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임상시험은 바이오업계의 존재 의미이자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개발비와 시간, 수많은 전문 인력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자들은 임상시험을 하기 위한 전임상시험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잠재적인 임상 가치가 기대되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IND(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신청에 대해 임상시험을 해도 좋다는 규제 기관의 승인 소식에, 증권시장은 요동치기도 한다. 임상시험이 시작되면 개발자와 투자자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기원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은 필자에게 공통된 질문을 한다. 많은 개발자가 임상시험 초기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결과를 발표하는데, 왜 최종 성공하는 경우는 드문 것일까. 또 개발자들이 발표한 중간 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근에는 임상시험 디자인이 기존의 전통적인 임상시험 목적 이외의 결과도 얻을 수 있도록 복합적인 개념과 목적을 가지고 설계된다. 우선 임상 1상의 경우를 살펴보자. 원래 임상 1상은 물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시험이다.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유효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투여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1a, 1b 등으로 나누어 2상에서 투여할 용량, 혹은 용량의 범위를 구하기도 한다. 물질의 적응증에 따라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약을 투여하면서 약물의 대사과정, 분포 등을 분석하는데 항암제의 경우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하기 때문에 임상 1상에서 투여 용량이나 범위와 함께 부수적으로 치료에 대한 반응, 즉 효능도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상 1상을 하면서 얻은 효능에 관한 결과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환자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관찰되지 않는 유효한 투여 용량에서 효능이 관찰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희망적인 메시지다. 물질이 적응증에 대해 생물학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 것이므로 앞으로 진행될 2,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다면 1상에서 보인 효능이 2상에서 통계학적으로 유의성을 갖고 재현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1상의 결과와 2상의 결과 사이에는 재현성, 유의성 그리고 연관성이 없다고 전제해야 한다. 우연히 나왔을 가능성부터 실제로 물질의 효능이 도출됐을 가능성까지 통계학적인 유의성이 없는 무한의 경우의 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임상 1상의 디자인은 물질의 독성을 확인하고 치료 용량, 즉 투여 용량을 구하는 과정을 말한다. 일정한 용량의 물질을 충분한 수의 환자에게 투여해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효능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환자들의 생물학적 이질성과 질환의 유전학적 불안정성이 더해져 치료 반응의 경향성 정도를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중간 결과의 해석과 발표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며 특히 경쟁 물질과 비교는 더욱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상에서 효능의 경향성이 관찰되지 않았던 물질이 성공적인 임상 3상까지 완료하고 승인받은 사례가 있고, 반대로 1상에서 희망적인 효능의 데이터 커브를 보였던 물질이 2상의 고개도 못 넘고 실패한 경우도 많다. 물질에 대한 최종 승인은 단순히 치료 효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치료법 및 치료 물질 대비 우월하거나 열등함을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몇 명에게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고 속단하면 안 되며 임상시험 결과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허망한 기대를 심어주면 안 된다. 

2상 임상시험의 경우는 어떠할까. 임상 2상을 시작한다는 발표와 함께 환자 등록, 투약 개시의 홍보가 이뤄지는데 이후에는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다. 이는 임상 디자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환자에게 투여된 물질이 무엇인지 환자가 인지할 수 없는 경우나, 치료 결과를 판단하기 위해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가 중간 분석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임상시험이 잘못 돼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개발자의 소신 때문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종 결과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중간 결과의 발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단발성으로 보지 않고 중장기적이고 긴 호흡으로 보는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신약 개발에서 성공을 경험했거나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중간 결과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오히려 높은 신뢰와 자신감의 발로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중간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임상 2상의 경우 물질의 효능, 즉 치료에 대한 반응률과 반응 정도, 중간 관찰 시점까지의 반응 지속 기간과 같은 내용이 발표될 수 있다. 1상에서 발표되는 경향성에 비해서는 훨씬 의미있겠지만 최종적인 승인에는 못 미치거나 실패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효능과 독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그대로, 혹은 임상 4상을 전제로 승인을 받는다. 

2상에서 도출되고 있는 중간 결과들이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혁신적이거나 설정된 변수를 충분히 충족시킨다는 객관적인 평가가 있다면 조건부 승인이나 승인을 위한 심사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만일 중간 결과가 부정인 경우는 어떠할까. 중간 결과가 소기의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될 때 개발자나 독립적인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위원회는 규제 기관과 협의를 통하거나 독자적으로 임상시험의 중단을 권고하기도 하고 끝까지 진행하도록 지켜보기도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의 의지와 결정이다. 개발자는 부정적인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상을 중단할지, 그대로 계속할지, 임상시험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개선해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될 경우 규제 기관과 임상 디자인의 변형에 대한 협의를 한다. 그러므로 중간 결과가 부정적이라 해도 최종 결정을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제 가장 처음에 했어야 할 질문을 생각해보자. 중간 결과를 미리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가능한 한 삼가야 할 일일까.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지만, 개발자의 철학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데이터가 나왔을 때 회사가 쏟고 있는 노력과 임상시험이 순항 중임을 알린다면 향후 실패의 후폭풍보다 현재의 회사 가치의 증대에 더 의미를 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분명히 엇갈릴 것이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개발자의 굳은 의지와 확신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반대로는 근거 없고 허황한 거품을 조장한다는 평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계 특성상 무소식은 희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진행 상황이나 중간 결과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 신비주의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중간 결과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성숙함도 중요한 변수다. 중간 결과의 속성, 의미 그리고 한계를 분명히 알고 향후 임상시험의 예상 방향과 기대를 추론하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신약의 최종 승인은 수많은 중간 결과가 아니라 규제 기관에 제출되는 최종 결과의 심사 후 규제 기관에서 발행하는 승인서(Approval Letter)를 받아야 확정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