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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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우리 경제에 대한 단기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3%대 성장 전망을 발표하는 기관들이 줄고 있고, 정부도 거시 경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좀 더 신경써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대외 여건 변화는 당장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없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은 물론 지속 성장 가능성마저 위협할 수 있을 정도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만 해도 그렇다. 애초 기대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주요국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실제 종전으로 이어졌다면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는 물론 식량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 훼손된 글로벌 공급망,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일변했다. 전쟁 장기화로 자원에 대한 중장기 안전보장 확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경제·외교를 통한 국익 확보 필요성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런 대외 환경 변화가 탄소중립, 자원 자주 개발 등에 관한 국가 전략의 전환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중국 경제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5%대 성장을 장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시장 부진 여파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부채 문제로 지방정부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 올해 초부터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또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뚜렷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된 것이지만, 이제야 점차 본격화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는 한편 현재의 공급망과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변화 노력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잠재성장력의 손실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대해서는 1%대 후반부터 2%대 중반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추세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점만큼은 공통이다. 원인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에 따르는 노동 공급 감소, 많은 선진국에서 경험한 바 있는 구조적인 투자 부진, 느린 생산성 향상 속도 등같이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내재된 문제들만 하더라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데 이제는 대외 요인마저도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잠재성장력은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곧 들어설 신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억제를 위한 단기 대응이 시급한 가운데 위협받는 잠재성장력 확충을 위한 중장기 대응책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많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잠재성장력 확충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같은 아픔도 동반돼야 한다. 정책 과제 하나하나가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하면 정책 추동력 약화로 기대 성과도 현저히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4% 잠재성장률 달성이라는 공약 역시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대를 버릴 수는 없다.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것이 여전히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