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 광운대 경영학 박사, 무역협회 전 FTA 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 지부장·전 동향분석실장·전 경영관리본부장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 광운대 경영학 박사, 무역협회 전 FTA 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 지부장·전 동향분석실장·전 경영관리본부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12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4국 연합체인 쿼드(Quad) 첫 정상회의를 가졌다.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주요 의제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가 됐든 희토류가 됐든 앞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핵심 자재 부족을 겪지 않도록 공급망 문제를 살펴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월 24일 배터리 및 반도체와 함께 희토류에 대한 공급망 강화계획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희토류가 미국 내 19개 주에도 매장되어 있어 공급량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으나, 채굴 및 정제과정이 매우 복잡한 희토류의 특성상 동맹연대를 통해 중국의 수출규제 시 이를 무력화할 방안도 검토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에서도 희토류는 지도자가 주목해온 핵심 자원이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지난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 국가들이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석유를 기반으로 국부를 쌓고 대외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빗대어 개혁개방을 통해 빈국 탈출을 도모하고 있는 중국이 희소 금속을 통해 경제 대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강조한 말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해석하면 희소 금속을 무기화해 대외협상력을 제고하고 강국의 반열에 들어가겠다는 복안을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일찌감치 선언한 것이다.


중국 장시성에 있는 희토류 광산.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 장시성에 있는 희토류 광산. 사진 로이터연합

미·중 희토류 신경전, 첨단무기로 확산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란타늄(La), 세륨(Ce) 등 문자 그대로 매장량이 적은 자원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인 분류는 국가별로 다소 상이하다. 이들 품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다른 금속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유한 성질 때문에 여타 물질로 대체가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각종 액정표시장치(LCD)의 형광체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연마재의 원료이며, 친환경 산업생태계의 대표 선수인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터빈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지난 2월 미국의 한 신문사가 “최근 고성능 전투기 F-35 등을 비롯해 미국의 무기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중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산업 간 경쟁에 머물던 미·중 간 희토류 신경전이 첨단무기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는 중국이 전 세계 희소 금속 매장량 중 가장 많은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 미국, 미얀마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물량이 중국과 비교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희소 금속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첨단무기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고 첨단공장도 멈추게 할 수 있는 공급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업체 간 과당경쟁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을 막고 외화벌이 유망품목으로서 대외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수출 통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경험이 있다. 1998년부터 중국은 수출 물량 제한에 나섰는데 2010년에는 쿼터량을 5만t에서 다음 해에 3만t대로 40% 감축해 수요처의 비난을 받았었다. 2007년에 희토류 수출액이 8억3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최고의 유망품목으로 떠오르자 중국은 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로선 드물게 수출관세라는 조치를 통해 수출 가격의 15%를 관세로 징수한 데 이어 2011년에는 다시 세율을 25%로 인상했다. 이와는 별도로 수출 기업에 수출허가증도 요구하는 3중 규제책을 시행했다.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미국이 아니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및 멕시코와 힘을 합해 2009년 6월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희토류 수출에 관세를 매긴 것은 원재료에 수출세를 부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중국의 WTO 가입의정서 규정(11.3조)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에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서명한 의정서 5조도 위반했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 조항은 중국 내 영업 중인 모든 국내외 기업과 개인들에게 수출할 권리를 부여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희토류의 경우 소수의 기업만 수출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GATT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보존 필요성, 환경 보호, 공급 부족 등)을 근거로 WTO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패소하게 된다.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 다시 흔드는 中

올해 들어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희토류 관리조례 초안’을 발표하면서 공급통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처벌 조항도 마련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희토류 업체를 방문해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면서 산업 고도화에 힘쓰라고 주문하면서 관리조례에 힘을 실어 줬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견줘 볼 때 희토류 싸움이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과 중국의 최고 리더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얼핏 보기에 중국이 유리해 보이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바이든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무더기로 제재를 취하자 공정한 규칙에 의해 무역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WTO하의 다자주의도 자주 언급한 전력을 고려하면 희토류 규제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자국의 말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희토류 직수입이 많지 않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쿼드 4개국은 희토류 관련 기술과 인적 자원이 없고 자체 수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만약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면 중국과의 신뢰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미국의 자존심을 건 희토류 싸움의 전개 양상은 향후 미·중 간 경제충돌은 물론 안보대립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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