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전 영진전문대학 디지털 경영계열 교수, 전 인터브릿지 캐피털 대표이사, 전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전 영진전문대학 디지털 경영계열 교수, 전 인터브릿지 캐피털 대표이사, 전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세계적인 불황이나 경영 위기에 파산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차이다.


도요타 대형 리콜 사고

2009년 8월, 미국에서 ‘렉서스 ES350’이 시속 190㎞로 폭주하는 바람에 4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가속페달이 매트에 걸려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결함이 발견됐다. 다른 차종도 조사했다. ‘코롤라’ ‘캠리’에서도 동일한 결함이 발견됐고,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카는 제어 프로그램 결함이 나타났다. 의혹은 도요타의 모든 차종으로 확산됐고 곧 리콜이 발표됐다. 소비자의 불신이 시작됐다. 분노를 키운 점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0년 2월에도 대량 리콜 사태가 있었다. 당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사죄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원인으로 설계 오류, 부품업체 간의 공조체제가 미흡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비용 절감을 위한 무리한 경영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경영진의 초기 대응이다. 신속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 사태를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09년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키오 사장이 즉시 나서지 않았다. 그는 ‘원인분석 중이다’ ‘협의 중이다’라며 미적거리다가 2주를 넘겼다. 보름 후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원인 설명이 불충분했고, 일부 간부는 사고 원인을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등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차례 미뤄 넉 달 뒤에야 리콜을 이행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 신뢰는 급격하게 추락했고, 연간 판매 대수 781만 대를 넘는 1000만 대라는 사상 최대의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 리콜 비용으로 1조3000억원이 발생했고, 그해 미국 판매는 15%가 감소했다.


BMW 화재 사건

2015년 11월 9일, 경기 의왕시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달리던’ BMW 승용차에 불이 났다. 비슷한 사고는 일주일 사이 이미 두 번이나 있었다. 이듬해 1월 또 사고가 발생하는 등 석 달 사이 7차례의 사고가 일어났다.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발 빠르게 사고 수습에 나섰다. 각각의 사고에 대한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철저한 조사와 고객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것으로 수습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2018년 또다시 연이어 사고가 터졌다. 총 32차례 차량이 불탔고 결국 대대적인 리콜에 돌입했다. 수리받은 차량에서 또 화재 사고가 나자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운행 자제’를 권고했다. 뒤늦게 독일 본사에서 사고 원인을 발표했지만 애매모호한 발표는 오히려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일부 직원들이 차체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관리 소홀 탓으로 돌렸다.

소비자가 가만있을 리 없다. 사과 내용에 진정성이 없었다며 들고 일어났다. 급기야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다시 나섰다. 김 회장은 “고객님과 국민 여러분, 정부 당국에 불안과 심려 끼친 점 송구하게 생각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늦었다. 이미 소비자 마음은 떠났고 판매는 급감했다. 외제 차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에 내주게 된다. 2015년도에 5만 대 수준에서 비슷했던 양사 판매량은 2019년에 BMW가 4만4192대로 감소한 반면, 벤츠는 7만8133대로 급증했다. BMW는 2020년 5만8393대로 다시 증가했지만, 소비자 마음은 아직 돌아오고 있지 않다.


2018년 8월 28일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서 화재 관련 보고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2018년 8월 28일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서 화재 관련 보고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마텔 인형 납 성분 사건

세계 최대의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이 회사가 만드는 ‘바비 인형’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0년 이후 디지털 오락상품 등장으로 아날로그 장난감 시장은 줄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체인 ‘토이저러스’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했다. ‘마텔’도 물론 고전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아날로그 장난감 매출이 늘기 시작해 2019년 3분기 매출이 1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들어선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어린이들 덕에 1분기 매출이 16억3170만달러를 기록했다. 바비 인형에 대한 소비자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마텔’에도 위기가 있었다. 2007년 중국에서 생산한 장난감에서 인체에 유해한 납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당시 제품의 65%가 중국산이어서 회사의 존립이 걸린 사건이었다. 여기서 ‘마텔’은 주저하지 않았다. 즉각적인 리콜을 단행했다. 그해 8월 2일부터 9월 5일까지 한 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미국에서 950만 개, 해외에서 1100만 개를 리콜했으며, 수거 비용만 1억달러 넘게 들었다. 판매는 급감하고 주가는 폭락했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 와중에 경쟁 업체들이 역공세에 나섰다. “우리 제품에는 납 성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간접 광고를 시작했다.

그러나 ‘마텔’은 숨기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에케트가 직접 사과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띄우고 방송 뉴스에 출연해 리콜 요령을 소개했다. 사과문에서 “아이를 네 명 가진 아빠로서 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그건 바로 ‘안전한’ 장난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의 부모로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견된다면 어떤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세 단계에 걸친 안전진단 시스템을 강화했다.

모든 페인트를 일일이 검사하고, 전 생산라인을 기습 점검하며, 완제품도 전수 검사로 바꿨다.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조치를 취하는 모습에 시장은 신뢰와 격려를 보내기 시작했다. 주가는 세 번째 리콜 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 바로 반등했고, 그해(2007년) 4분기 마텔의 순이익은 3억285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 증가했다.


위기 대응 방식이 조직 미래 결정

갑작스럽게 찾아온 위기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된 조직은 드물다. 다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달라진다. 위기대응 ‘CAP Rule’을 기억하고 있으면 대응이 웬만큼 가능하다.

첫째, Concern & Care(염려와 보살핌)다. 즉, 사과와 위로가 최우선이다. 누구 잘못인지를 떠나서 이번 사건이 터져 유감이라는 것을 즉시 표명해야 한다. 그것도 24시간이내라는 원칙을 지키면 좋다. 그런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유는 대부분 이렇다. 사고의 원인이 아직 불분명한 상태인데 괜히 나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니 명확해진 다음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건 착각이다. 사고의 원인은 나중에 밝혀질지라도 일단 소비자의 고통과 손실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것이 좋다.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피해자들의 마음을 껴안아 주어야 한다.

둘째, Action(행동)이다. 사고에 대해 조직에서 취할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조사 결과는 실시간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을 알리는 행동이 그것이다. 사외뿐만 아니라 사내에도 정보는 신속하게 흐를 수 있게 해야 조직원들이 같은 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다. 사고 수습이나 대응은 CEO가 직접 나서는 것이 좋다. 고객들은 대표가 위기에 앞장서는 모습에서 믿음이 생긴다. 만약 CEO가 나서기 어려운 사정이라면 최고 리스크 책임자(Chief Risk Officer)를 임명해도 된다.

셋째, Prevention(예방)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수립하는 일이다. 적당히 위기를 모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스템 보완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런 룰을 지키게 되면 위기가 오히려 재도약의 계기가 된다.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는 법이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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