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흥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 학사, 법학 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총괄연구관),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하태흥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 학사, 법학 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총괄연구관),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국세청은 최근 편법증여를 통해 고가 자산을 취득한 ‘영 앤드 리치(young and rich·젊은 부자)’ 등 탈세 혐의자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어린 자녀가 뚜렷한 소득원 없이 초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법인 명의로 보유한 슈퍼카를 사용하는 경우, 자녀와 공동으로 꼬마빌딩을 취득한 후 리모델링하면서 그 비용을 부모만 부담하는 경우가 적발됐다. 사업자인 부모가 자녀를 1인 주주로 둔 법인에 허위 경비를 지급하고 법인이 그 돈으로 강남에 고가의 아파트를 사 자녀가 거주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자녀에게 증여하고도 증여하지 않은 것처럼 꾸미거나 허위 경비를 계상하는 것은 탈세이지 절세가 아니다.

‘출발선상의 평등’을 강조한다면 증여세율을 100%로 하거나 증여를 금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산 처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자본주의 국가도 이런 극단적인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자녀에게 집 한 채 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소득세 최고 세율 49.5%(지방소득세 포함), 증여세 최고 세율 50%를 고려하면 세전으로 80억원을 벌어야 20억원 정도의 강남 아파트를 사 줄 수 있으니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는 절세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은 1997년 ‘국세통합 시스템(TIS)’을 가동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번호나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납세자의 소득과 자산 명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03년 구축된 ‘과세정보관리체계(TIMS)’로는 TIS로 축적된 정보를 여러 형태로 검색해 정보 간 상호 연관성을 정밀 분석할 수 있다. 그 무렵 도입된 ‘신고성실도분석 시스템(CAF)’은 351개 평가 요소를 토대로 세무 신고의 성실성을 검증한다. 아울러 2009년 도입한 ‘소득지출분석 시스템(PCI)’을 통해 일정 기간 신고된 소득과 재산 증가액, 소비 지출액을 비교 분석해 탈세 혐의자와 세무 조사 대상자를 선별한다. 별다른 직업이나 소득이 없는 자녀가 고가의 자산을 보유하거나 호화로운 소비 생활을 한다면 세무 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얘기다.

재산 취득 자금 출처로는 자신이 소득세 신고한 소득, 증여세 신고한 재산, 변제할 것이 분명한 차용금 등만이 인정되기 때문에 증여세 신고 없이 현금이나 골드바를 준다고 해도 자녀가 재산을 취득하는 순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에 따른 재산 취득 자금 증여 추정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증여 시기 분산하면 세율 낮아

그러므로 자녀에 대한 증여세 절세는 법이 허용하는 방법을 통할 수밖에 없다. 10년간 5000만원까지는 증여 재산 공제를 통해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다(미성년자는 2000만원). 증여일부터 역산해 10년 이내에 이뤄진 증여는 합산돼 10~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므로, 증여 시기를 분산해 낮은 증여 세율을 적용받는 방법도 대표적인 절세 방안이다(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10%). 결혼한 자녀에게만 몰아서 증여할 것이 아니라 사위나 며느리에게 나눠 증여하면 수증자별로 과표가 낮아져 높은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다.

또 두 가정의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아닌 상대방의 자녀에게 교차로 증여해 10년간 합산 과세를 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판례는 상대방이 자신의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상대방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교차 증여의 경제적 실질은 자신의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으면서 합산 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을 회피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합산 과세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5두46963 판결).


김진현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1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 세종 2청사에서 2021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국세청은 ‘주요 탈세 분야 엄정 대응 지속’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김진현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1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 세종 2청사에서 2021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국세청은 ‘주요 탈세 분야 엄정 대응 지속’ 방침을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꼬마빌딩 증여 절세 매력 반감

종래에는 부동산의 보충적 평가 방법인 공시가격이 낮았기 때문에 과표가 그대로 드러나는 현금 증여보다는 꼬마빌딩 같은 부동산 증여를 선호했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현실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는 꼬마빌딩에 대해서도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를 해 시가대로 과세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기 때문에 매력은 반감됐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저가로 양도하거나 자녀 재산을 고가로 양수하는 경우, 시가와 차액이 30% 또는 3억원을 초과하면 이 기준금액을 뺀 만큼 증여세가 부과된다.

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 동안의 종가를 평균해 과표로 삼는다. 증여 당시 어느 정도의 증여세를 부담할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본다(2014헌바363 결정).

증여세 신고 기한은 증여한 달의 마지막 날부터 3개월간인데, 이때까지는 증여의 합의 해제가 가능하므로 만약 증여 후 주가가 폭등한다면 증여를 해제하고 주가가 낮아지는 시점을 노려야 한다. 모 대기업 오너(사주)가 자녀에게 상장 주식 증여 후 3개월 내인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애초 증여를 해제하고 곧바로 다시 증여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녀에 대한 직접 증여의 절세 방안은 즉시 큰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에 법인을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절세를 시도하기도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자녀가 ‘결손 법인’을 인수하고 부모가 그 법인에 결손액만큼 증여하면 법인세 부담조차 없이 자녀가 가진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고 보아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자녀가 1인 주주인 ‘흑자 법인’에 증여하면 법인세를 부담하게 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결손 법인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매기겠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판례는 흑자 법인 증여에 대해서는 주주에게 증여세를 매길 수 없다고 봤다(대법원 2013두13266 판결). 그러나 2016년 법령 개정으로 흑자 법인 증여도 증여세 과세 대상에 추가됐다.


부모 배당 후 자녀 증여도 과세 추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주주로 있는 법인이 배당하면서 부모는 배당을 포기하고 자녀에게 배당금을 몰아주는 이른바 ‘차등 배당(초과 배당)’도 증여세 절세 방안의 하나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증여 재산에 대해 소득세가 과세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고 규정해(제4조의 2 제3항), 배당금에는 증여세율보다 낮은 소득세만 과세됐기 때문이다.

부모가 배당받아 자녀에게 증여하면 소득세와 증여세를 각각 내게 됨에도 차등 배당하면 소득세만 내는 것은 과세 형평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자, 국세청은 2021년 2월 17일 이러한 증여 이익도 증여세로 과세하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자녀 어릴 때부터 장기 절세 계획 세워야

자녀가 지배주주인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면 그 법인은 늘어난 매출에 대한 법인세를 부담하지만, 자녀가 가진 주식 가치도 올라간다. 향후 자녀가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법인(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시혜법인)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그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일정 비율(대기업 30%, 중소기업 50%) 이상을 차지할 경우, 수혜법인의 주주에게 증여세를 매기도록 한다. 과세가 제외되는 매출액만큼은 절세가 가능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고 급히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증여세 절세의 핵심은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지 않도록 증여 시점과 과표를 분산하거나 향후 높아질 가치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재산을 이전하는 ‘가치의 고정(value freeze)’을 통하거나 소득세와 증여세 중 어느 하나만 부담하도록 하는 데 있다.

자녀가 어릴 적부터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법이 허용하는 작은 한도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적절히 한 가지 세금을 부담해야 합법적인 절세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태흥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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