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2단계로 접어들면 “다시 봉쇄 조치를 해야 할 수도 있고 그 경우 심리적 충격은 (1단계 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7월 7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큰 위험은 좌절이 영구히 지속될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이런 마음가짐은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진단했다. 또 실러 교수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증시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과 관련해 “시장이 언제나 경제활동과 일치하는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코로나19 발원 이후 미국 주식시장을 세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영향을 미친 요인을 분석한다. 뉴스와 주식시장 흐름이 어긋났던 점을 지적하고 뉴스 그 자체가 아닌 내러티브(narrative·이야기)가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로버트 J. 실러(Robert J. Shiller)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내러티브 경제학’ 저자
로버트 J. 실러(Robert J. Shiller)
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내러티브 경제학’ 저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미국 주식시장 흐름은 논리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수요에 큰 구멍이 난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 모두 위축됐는데, 주가가 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기초지식과 시장의 실제 모습의 괴리가 커질수록 미스터리는 깊어진다. 적어도 군중심리학이나 감염병의 내러티브(narrative·이야기) 등을 통해 이 상황을 설명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은 뉴스 그 자체보다 뉴스에 대한 다른 투자자들의 반응에 따라 움직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뉴스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특히 뉴스 매체에 대한 불신이 클 때, 뉴스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에 의존하는 경향을 띤다. 이러한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전통적 경제학 이론이 설명하는 것처럼 갑작스럽고 곧이곧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뉴스는 주식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일으킬 수 있지만, 투자 전문가가 곧장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용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사후적으로 추측할 수는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사태 동안 세 단계의 변화 양상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코로나19 발원 이후 2월(이하 현지시각)까지 3% 올랐고, 그 뒤로 3월 23일까지 34% 떨어졌으며, 끝으로 7월 7일까지 42% 올랐다. 투자자 반응이나 내러티브 중 일부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뒤처졌고, 각 단계의 주식시장 변화는 뉴스와 혼란스러운 연관 관계를 보여줬다.

첫 번째 단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30일 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S&P 500지수는 이후 20일 동안 3% 올랐고, 2월 19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투자자들은 왜 전 세계적 비극이 예고된 직후 주식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까. 이 기간에 금리 인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주식시장은 왜 경기 침체 시작 직전에 주가 하락을 통해 경기 침체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추측해보면 팬데믹은 익숙한 사건이 아니며 대부분의 투자자는 2월 초에는 다른 투자자가 코로나19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상 1918~19년 스페인 독감 이후 팬데믹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성격의 사건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이 1월 말부터 봉쇄 조치를 내렸지만,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번 감염증은 WHO가 2월 11일 ‘코로나19’라고 명명하기 전까지 이름조차 없었다.

2월 19일에 앞서 몇 주 동안 지구 온난화, 경기 침체 장기화, 과잉 부채 등과 같은 해묵은 문제에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2월 5일 미 상원에서 진행된 탄핵안 투표 결과 부결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화두다. 많은 정치인이 새롭고 거대한 비극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종을 울리는 일이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두 번째 단계는 2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S&P 500지수가 34%나 폭락했던 일이다. 1929년 증시 폭락과 비슷한 하락 폭이었다. 그러나 2월 19일 기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사망자는 극소수였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생각을 바꾼 이유는 단 하나의 내러티브가 아닌, 내러티브의 집합체 때문이었다.

내러티브 중 일부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2월 17일 홍콩에서 처음으로 ② 화장지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 이야기는 농담처럼 전염성이 강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WHO는 3월 11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인터넷에서는 3월 8~14일 ‘팬데믹’에 이어 3월 15~21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두 번째 단계에서 사람들은 낯선 사건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이 사건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라고 생각하리라고 추측하기는커녕 사건 자체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주가가 내려가는 와중에 봉쇄 조치로 인한 고충이나 사업상 피해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가 나왔다. 가령, 봉쇄 조치 중인 중국인이 피라미나 갯지네를 먹으려고 찾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확진자가 넘쳐나는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떤 환자를 치료할지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1930년대 대공황 관련 내러티브도 넘쳐났다.

S&P 500지수가 40% 오른 세 번째 단계는 재정·통화 정책에 대한 몇몇 진정성 있는 뉴스에서 시작됐다. 사실상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인 3월 23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회사채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③ 공격적인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나흘 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약속하며 2조달러(약 2390조원) 규모의 ④ 코로나19 지원, 구제, 경제안정(CARES) 법안에 서명했다.

이러한 미국의 두 가지 조치는 2008~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나온 조치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조치는 점진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S&P 500지수는 2009년 3월 9일 바닥을 찍은 뒤 2020년 2월 19일 5배로 올랐다. 대부분의 사람은 연준의 프로그램이나 CARES 법안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와 유사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한 사례를 알고 있었다.

2018년부터 주식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2009년 주가가 곤두박질쳤을 때 주식을 사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이 충분했다는 인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주식을 사도 안전하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강화하는 포모(FOMO·소외 공포)가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주식시장 단계마다 뉴스의 효과는 명백하다. 하지만 가격 움직임은 신속하고 논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Tip

WHO가 가장 심각한 감염병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규정으로, 긴급위원회 권고를 바탕으로 WHO 사무총장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 때 처음 선포됐으며,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까지 총 6차례의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마스크 원자재가 부족해 화장지도 모자랄 것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불었다. 이런 화장지 사재기는 감염병처럼 퍼져 홍콩,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지로 빠르게 번졌다. 화장지 사재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국민에게 사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브랜든 머피 호주 최고 의료책임자도 “슈퍼마켓에서 화장지를 싹쓸이할 이유가 없다”며 사재기 자제를 요청했다.

연준은 3월 23일 양적 완화 규모를 기존의 7000억달러(약 836조원)에서 무한대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필요한 만큼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 주겠다는 의미다. 또 회사채 시장 관련 두 개의 지원 기구 설립을 발표했다.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회사채 시장에도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금융위기 당시 사용한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도 출범시켰다.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카드 대출 등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 가계 등에 대한 금융 지원에도 나선 셈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경기 부양책이다. 2조2000억달러(약 2629조원)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다. CARES 법안에는 소상공인 신규 대출 지원에 3490억달러(약 417조원), 기업 대출 및 대출 보증에 5000억달러(약 598조원), 현금 지급에 2900억달러(약 347조원) 등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업급여와 의료장비가 필요한 병원에 대한 지원안도 법안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