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화여대 법학 학사, 미국 UC 버클리 로스쿨 LLM, 사법시험 36회, 사법연수원 26기, 현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현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 규제 특례 등 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김지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화여대 법학 학사, 미국 UC 버클리 로스쿨 LLM, 사법시험 36회, 사법연수원 26기, 현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현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 규제 특례 등 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경영 현장에서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경영’이 종종 언급된다. 최근 국내의 한 게임 업체 대표는 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IP 명문 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겠다. 그룹 경영 체제를 IP 경영 협의체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 기업의 비전과 도약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IP 경영을 화두로 던졌을까. 이는 기업 리더들이 IP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는 몇 가지 계기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기업의 주요 제품이나 기업 임직원이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제삼자의 권리를 침해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거나 기업과 주요 임직원이 IP와 관련한 형사적 리스크에 직면하는 사례가 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영업 비밀, 산업 기술 유출 사건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의 무단 사용 등이 문제가 되는 저작권법 위반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기업들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는 시점에 처음으로 제삼자의 권리 침해 이슈나 관련 사항을 파악할 때가 많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의미다. 기업 리더들은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제삼자의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침해 이슈를 점검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둘째, 국내 기업이 IP 경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하는 대표적인 상황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당해 대규모의 소송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다.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 절차에 노출된 국내 기업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막대한 소송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IP 분쟁은 그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진행되는 절차 역시 국내와는 확연히 달라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에서의 IP 관련 소송을 한두 차례만 경험해도 IP 소송의 리스크를 빈도나 분쟁 규모 면에서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해외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셋째, 자산으로서의 IP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상황도 있다. 최근에는 기술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특정 기업의 IP에 대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도 대상 기술 기업의 자산으로서 IP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그런데 로펌 현장에서 매도 대상 기업이 가진 IP 포트폴리오와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면 IP 포트폴리오라고 부르기도 무색한 수준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거나 IP 권리에 대한 귀속이나 이용 관계 역시 매우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제대로 된 가치 평가는 불가능하다.


제품과 기술에 대한 지재권 개념 이해해야

기업 리더들은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자산으로서의 IP를 어떻게 제대로 확보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IP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기업 리더들은 무엇을 챙기고 준비해야 할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본다.

우선, 기업은 제품과 기술에 관련된 지재권의 종류와 개념에 대한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IP 경영을 시작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지재권의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제품과 기술에 적용될 지재권의 범위를 적절히 선정하고 이에 대한 권리를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IP 경영의 핵심이다. 지재권의 종류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거창하거나 복잡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지재권 분야를 처음 접하는 기업 경영진에 지재권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지재권을 얘기해 보자. 스마트폰에 적힌 ‘갤럭시’ ‘아이폰’이라는 명칭은 모두 상표다. 스마트폰의 부품에 해당하는 배터리, 카메라, 기판 등에는 부품 공급사나 스마트폰 회사의 중요한 특허들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은 모두 저작권의 대상이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유튜브나 웨이브에서 보는 드라마, 영화 등도 모두 저작권 대상이다. 나아가 스마트폰 제조 과정에서 각종 설계도나 특정 부품의 제조 공정에 대한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가 있다면 이는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일례로 화학 제품 회사는 특허권을 반드시 확보하거나 특정 물질의 조성에 대해서 영업 비밀로 이를 관리할 수 있다. 화장품 회사는 레시피에 대한 특허나 영업 비밀 관리를 고민해야 한다. 제품의 종류가 많고 제품 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상표나 디자인에 대한 권리 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은 IP 경영을 통해 IP 이슈로 인한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자신들의 제품이나 기술이 제삼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미리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는 시점에 처음으로 제삼자의 권리 침해 이슈나 관련 사항을 파악할 때가 많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의미다.
국내 기업들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는 시점에 처음으로 제삼자의 권리 침해 이슈나 관련 사항을 파악할 때가 많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의미다.

특허 침해 리스크 분석 중요

IP 전문가들에게 매우 친숙한 ‘FTO(Free-dom to Operate)’라는 용어가 있다. FTO는 ‘특정 기술을 사용하는 자가 타인의 권리(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FTO 업무는 특허 침해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IP 업무를 하다 보면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 기술에 대한 콘셉트를 고민하는 시점 또는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시점에 여러 국가의 법률사무소에 특정 제품, 기술에 대한 FTO 업무를 진행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해당 제품이나 기술, 신사업의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특허 침해 리스크가 적다면 해당 제품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는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해당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하거나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하고 그에 맞춰 후속 개발 및 사업 방향을 정하게 된다. 분석되는 내용에 따라 기술에 대한 회피 설계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제삼자가 보유하고 있는 권리에 무효 사유가 없는지 점검하기도 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신사업의 진행 방향이나 범위를 수정할 수도 있다.

FTO 업무는 최근에는 특허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IP 영역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유형의 업무는 IP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업무의 한 유형에 해당한다. 최근 콘텐츠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카피라이트 클리어런스(Copyright Clearance)’라고 부르는 것 역시 저작권 이슈를 사전에 점검하는 업무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 초기나 사업 초기에 미리 FTO 업무를 진행하고, 저작권 이슈를 사전에 점검한다. 이는 큰 비용과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제삼자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잠정적인 IP 리스크를 미리 알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임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나 수년간에 걸쳐 개발한 제품이 출시된 이후 IP 분쟁에 직면하게 될 경우 해당 기업은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고, 실제 신사업이나 신제품 출시를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IP 경영을 시작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미리 점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의 제품 및 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IP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해당 IP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관리해서 IP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컴플라이언스 영역에 IP 이슈를 포함해 제삼자의 권리 침해, 법률 위반 등의 리스크에 대해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하는 절차부터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