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현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현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19.08%로 지난해(5.98%)보다 세 배 이상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보유 회피 매물이 증가할 경우 서울 아파트값 하락의 단초가 될 수 있어 향후 주택시장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 강남 소재 공시가 17억6000만원 아파트 소유자는 지난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 합산)를 1000만6000원(재산세 580만2000원·종부세 420만4000원) 냈지만, 올해는 공시가격이 20억원으로 상승해 보유세를 1446만7000원(재산세 668만4000원·종부세 778만3000원) 부담해야 한다. 보유세가 44.6%나 급증한 것.

이렇게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 3.7%인 52만4620가구다. 서울 공동주택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의 16.0%인 41만2970가구가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다. 전국적으로는 전년 대비 69.6%, 서울은 47%가 늘어난 셈이다. 9억원 초과 주택은 작년에는 전국 30만9361가구, 서울은 28만842가구였다. 올해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6월 전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매도 물량이 일부 출회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 들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일부에서 전세가 하락으로 매매 호가가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한 양상이다. 수도권 전세가는 지난해 하반기 임대차2법이 통과된 후 전세 매물이 급격히 소진되면서 단기적으로 급등했다. 과도한 상승에 부담이 커졌고, 매수 후 고가 전세로 내놓는 갭투자 물량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할 조짐이 보인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변동률은 지난해 9월 4일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이 커졌다. 2020년 12월 11일 매매가 0.35%, 전세가 0.54%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올 3월 12일 기준 매매가는 0.12%, 전세가는 0.1%로 약보합세를 보였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2․4대책에 따른 투자 방향성 상실에 대한 영향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셋값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장에서는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후 전세를 놓고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러야 하는 매수자들이 전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사례가 적지 않게 접수되고 있다.

국내외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 0.91%에서 3월 9일 기준 1.60%로 약 70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초 1.75%에서 2.04%까지 약 30bp 급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아직 멀었다고 밝히며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우려한다. 저금리 시대 종말에 대한 불안감이 부동산 시장에도 스며들고 있다.


1가구 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주택이 작년보다 21만5000가구 이상 늘어나게 됐다. 사진 연합뉴스
1가구 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주택이 작년보다 21만5000가구 이상 늘어나게 됐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가격 고원현상, 급락 반전 신호일까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정체 현상은 ‘고원현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고원현상이란 교육학에서 나오는 용어로 어느 수준까지 증가하던 학습효과가 학습자의 피로 ·권태 ·흥미의 상실 같은 생리적 ·심리적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결국 너무 오른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매수자가 관망하게 되고 매도자도 쉽게 가격을 내리지 않아 현재 수준의 보합세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주식의 경우 이 같은 고원현상이 하락 반전의 신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에서도 고원현상이 하락 반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가 증가하면서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경우 8년 이상 최장기 상승세를 이어온 주택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금리 인상에 대한 거시 경제 불안감, 전세가 약세,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주택가격 약세 반전 의견이 대두되면서 향후 주택 가격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유세 부담 증가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로 6월 전 매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세 부담 증가에 대비해 증여 등으로 분산해온 다주택자들의 물량이 시장에 부담을 줄 만큼 많지 않다고 본다.


하반기 집값 반등 가능성…정점 머지않아

매매 가격에 중요한 것은 전셋값이다. 주택시장 수급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전셋값이 향후 집값 향방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전세는 실수요 시장이다. 심리적 요인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매매와 달리 수급이나 정책 등에 가격이 좌우된다. 현재와 같이 아파트 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보다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전세는 주택 구입을 위한 레버리지 역할을 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다는 점도 주목된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전세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5000여 가구, 2022년 1만8000여 가구다. 최근 10년 평균 3만 가구를 훨씬 못 미친다.

특히 4월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 선거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맞물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규제 완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오히려 이들 지역 주택은 투자 수요가 생겨나 추가 가격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를 통해 재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동안 경기 및 서울 외곽에 비해 상승 추세가 약했던 서울 도심과 강남권도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수요 변화나 대규모 단지 입주 등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물 증가와 서울시장 보궐 선거 등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경우 올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을 이끌 요소가 많다.

또 미국이나 유럽 정부가 급격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장기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런 움직임이 완만한 금리 인상과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역사상 최장기간 상승세를 보이는 지금의 집값은 무주택자나 유주택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수준임이 틀림없다. 당장 올해는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끌 요인이 있지만,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장기투자로 바라봐야 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점과 가까워지는 지금은 자산을 늘리기보다 정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