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인 쿠팡이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 시가 총액 100조원대 초대박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과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평행 우주만큼이나 다른 세상이다.

쿠팡의 성공은 디지털 경제하에서 진행된 한국의 활발한 창업 성공 시리즈의 하나다. 현재 국내 시가 총액 상위 기업들을 보면 네이버·카카오·셀트리온·엔씨소프트 등 닷컴 시대 이후에 탄생한 신생 기업이 즐비하다. 쿠팡의 시가 총액은 국내 상장사 중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와 2~3위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로 커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구글·아마존·페이스북·텐센트·알리바바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시가 총액뿐만 아니라 전통적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회적 영향력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치권과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은 여전히 한국은 ‘재벌 공화국’이라는 것이다.

재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선입견에 따라 정치권과 정부는 최근의 공정거래 3법과 같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대거 도입했다. 이러한 법이 통과되는 배경에는 ‘재벌 총수의 사익 편취와 그를 통한 부(富)의 독점’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이 짙게 깔려 있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은 한국에서 가해지는 ‘한국적’ 기업 규제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시대 착오적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뉴욕에 상장된 회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쿠팡이 아니라 쿠팡의 지주회사로 미국에 있는 쿠팡LLC다. 한국 쿠팡은 미국 쿠팡LLC의 100% 자회사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쿠팡의 미국 지주회사는 한국적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주주 권한을 제한하는 한국적 규제에는 공정거래 3법 이외에도 차등의결권 금지, 상장 시 우리 사주 배정 의무와 같은 것이 있다. 쿠팡은 벤처캐피털(VC)의 대규모 성공적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해 왔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지분 33.1%, 그린옥스캐피털과 그 대표가 지분을 33.2% 갖고 있고, 김범석 창업자의 지분은 10.2%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즉시 VC의 경영 지배하에 들어가게 됐을 것이다.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보편적인 수단인 차등의결권을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쿠팡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덕에 김 의장은 76.7%의 절대적 지배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것은 VC의 대규모 투자를 받는 모든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마윈의 알리바바도 처음엔 홍콩과 싱가포르 상장을 포기하고 미국에 상장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홍콩·싱가포르는 모두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새로운 추세에 동참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재벌 공화국 미신으로 지금껏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지배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규제하는 법 제도를 양산하고 있다.


한국 증시 외면하게 만드는 법 제도

증시 상장 시 우리 사주 의무 배정 규제도 우리 증시를 외면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주식은 주주의 재산이다. 상장한다고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재산 분할을 강제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외국 증시들이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한국 증시 상장 후 분식회계 논란과 계속되는 사법 위협이 겹쳤다. 이는 한국이 성공한 혁신 기업들이 상장할 수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쿠팡 사례는 글로벌 자본과 혁신 기업들은 기업의 형식적 본사를 외국에 두고, 글로벌 자본시장에 상장함으로써 한국의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종이호랑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한국 기업이 한국을 버리게 하는 규제의 민낯인 셈이다. 그리고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에 마냥 손뼉 칠 수 없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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