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 법학 학사, 사법시험 32회, 사법연수원 22기, 특허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지적재산권조 총괄재판연구관)
박정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 법학 학사, 사법시험 32회, 사법연수원 22기, 특허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지적재산권조 총괄재판연구관)

지식과 정보가 홍수인 시대다.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으로서는 아무리 부지런하다고 하더라도 직접 경험 등 본질적인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접하지 못한 분야에 관한 얘기를 신문 기사 등으로 접하는 경우 생소하게 느끼거나, 그 이야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기사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그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특허 분쟁은 그러한 대표적인 분야다. 특허 분쟁은 기술에 관한 것이다. 기술 분야는 일반인에게 생소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또 분쟁은 소송 등에 관한 것이어서 법률 분야가 가지는 생소함이 더해진다. 이 두 분야 모두에 경험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2019년 6월 필자는 특허권자인 A회사가 특허 분쟁과 관련해 하소연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봤다. 그 기사는 특허권자인 A회사가 특허를 등록받은 다음, 제품을 생산해 납품을 추진하던 중 B회사가 특허권자의 해당 특허에 대해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례에 관한 것이었다. 해당 기사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회사가 (중략) 특허를 가지고 1억여원을 투자받아 제품 생산과 대기업 납품을 추진하던 중 경쟁 업체(B회사)가 해당 특허에 대해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A회사 특허가 기존 특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6년간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특허 권리 중 극히 일부가 무효 처리되긴 했지만, 기술의 핵심인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는 유효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A회사는 ‘특허 중 극히 일부만 무효가 된 것’에서 보듯 경쟁사가 말도 안 되는 특허소송을 제기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이처럼 해당 기사에는 B회사가 말도 안 되는 등록 무효심판 청구를 했다는 A회사의 주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특허를 등록받더라도 다른 회사로부터 무분별하게 등록 무효심판 청구 등과 같은 특허 도전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최근의 다른 기사에서도 특허권자가 이와 비슷한 내용의 주장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사들은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 강화라는 전반적인 사회 흐름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권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한다.

다만, 예시한 기사가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 강화를 다루는 기사로 적절했는지는 전문가인 필자로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어쩌면 이 점에서 일반 사람과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기사는 특허에 관해 기술 분야만 언급했을 뿐이다. 기술 분야와 관련해서는 일반 사람이나 특허 전문가 모두 크게 와 닿는 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법률 분야의 경우에는 어떨까. 대부분 사람은 이 신문 기사의 논조에 따라 특허권자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특허가 등록되더라도 특허도전에 따라 그 권리 행사에 지장이 초래되는 불합리가 있다고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특허 분쟁 전문가들은 이 기사를 보고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기사를 접하고 필자에게 처음 든 생각은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특허 분쟁의 경과에 비춰 봤을 때 다른 회사의 특허도전이 이 기사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무분별한 특허도전의 남발일까 하는 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기사 내용은 비록 특허권자의 해당 특허의 극히 일부만 무효가 됐지만, 그 특허의 핵심인 제조 방법 청구항이 유효로 됐기 때문에, 다른 회사 특허권자의 해당 특허에 대한 특허도전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에서 일부 청구항이 무효로 되고 제조 방법 청구항이 유효로 됐다고 한 것에 비춰 보면, 제조 방법 청구항을 제외한 물건 청구항(발명의 카테고리상 물건의 발명)은 무효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예상되는 다른 기업의 특허 도전을 어렵게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업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예상되는 다른 기업의 특허 도전을 어렵게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허 도전도 당연한 권리

발명으로서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특허 분쟁에서는 침해를 증명하기 쉬운 물건 청구항과 비교해 제조 방법 청구항(발명의 카테고리상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은 침해를 증명하기 어렵다. 기사 내용처럼 제조 방법 청구항만 유효가 되고, 물건 청구항은 무효가 됐다면, 특허도전을 한 다른 회사로서는 특허도전을 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된다.

즉, 이 기사에서 언급한 특허권자의 상대방 회사가 특허권자의 해당 특허에 대해 특허도전을 한 것은 특허권자가 먼저 특허권 침해 주장을 했거나, 아니면 상대방 회사가 제품 생산이나 판매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특허권자의 해당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자가 이 기사에서 상대방 회사의 특허 도전에 대해 불평한 것을 보면, 해당 특허로는 그 상대방 회사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허도전을 한 이유가 앞서 예시한 이유 중 어느 것이든 간에 특허도전을 한 상대방 회사로서는 회사의 영업을 위해 필요한 특허도전을 한 것이고, 그 특허도전에 따라 영업상의 장애물을 제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영업을 위해 기술을 개발한 다음 그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로 등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특허를 활용해야 하는 단계에서 그 특허가 다른 회사의 특허도전으로 무효가 된다면, 그 특허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세웠던 영업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허권자가 기술을 개발해 특허등록을 받은 다음 그 특허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그 특허로 인해 자신의 제품 생산, 판매 등에 영업상의 제한을 받게 되는 회사가 그 특허에 대해 등록 무효심판 청구 등으로 특허도전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한 권리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특허 분쟁에서는 특허권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권리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 현행 특허제도는 이러한 법률적 토대 위에 구축돼 있다. 이처럼 특허 분쟁에서 특허권자의 상대방이 해당 특허를 무효로 하기 위해 특허도전을 하는 것은 특허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신의 방어 수단을 활용해 법적 분쟁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회사에 따라 특허를 등록하는 목적이 다를 수 있지만, 직접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NPE(Non Practicing Entity·특허관리금융회사)’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회사는 자신의 특허로 인해 다른 회사가 그 특허와 관련된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특허와 관련된 사업을 독점하기 위함일 것이다.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활용해야

최근 많이 강조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발명은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 발명이 가지는 기술적 특징이 하나라고 하더라도, 그 기술적 특징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술에 대해 단편적으로 하나의 특허만을 출원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구현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예측한 다음, 그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망라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 기술 분야의 발전 방향을 예측한 다음, 예측 가능한 수단과 방법까지 모두 포섭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허를 출원해 등록받거나, 필요한 경우 타인의 특허를 양도받는 전략을 세울 필요도 있다. 이는 국내외 다수의 대기업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특허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허권을 가지게 되는 회사로서는 다른 회사의 특허도전에 의해 특허가 무효가 된 것에 푸념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다음 이를 활용해 영업하고자 한다면, 그 기술이 구현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예상되는 다른 기업의 특허도전을 어렵게 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