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A씨는 대학가 앞에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워낙 상가의 입지가 뛰어나다 보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임차인들의 매출은 꾸준한 편이다. 1층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을 갱신해줬다. 그의 임대료는 9개월분이 연체된 상태였다. 물론 연체된 임대료를 계약갱신 이후에 정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뒀다. 하지만, 계약갱신 후에도 기존 연체된 임대료뿐만 아니라 임대료 연체가 3개월분 더 늘었다. 이런 와중에 임차인의 태도가 돌변했다. 임대료가 연체된 경우에도 임대차계약 기간은 10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며 당당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게다가 계약 해지를 당하면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까지 청구하겠다고 한다. 이런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즉, 상가건물의 임대차는 임차인이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건물의 인도와 부가가치세법 제8조, 소득세법 제168조, 법인세법 제111조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이같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2018.10.16. 이전 임대차계약은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한다고 무조건 재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도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는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계약갱신 거절 사유는 ①임차인이 3기, 즉 3개월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②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③서로 합의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④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⑤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⑥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⑦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거나, 다른 법령에 따라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⑧그 밖에 임차인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임대보증금이 있다는 이유로 차임 지급을 거부하고, 연체하는 경우에도 계약 해지를 피할 수 없다.

임대인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임차인과 차임 연체에 따른 분쟁일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지난해 9월 29일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은 임차인이 연체한 차임액은 연체액으로 보지 않는다.

다시 A씨의 상황을 따져보려면, 임대차계약갱신을 전후로 계약의 내용과 성질,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형평 등을 충분히 반영해 살펴봐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임차인은 계약갱신 전부터 차임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계약갱신 후에도 3기의 차임이 연체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3기의 차임이 연체됐다. 총 연체된 차임은 12기에 달한다. 따라서 임대인은 계약갱신이 된 때에도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권리금 계약은 임대인과 무관…신규 임차인 되려는 사람이 기존 임차인에게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로 헷갈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하는 사람 또는 영업을 하려는 사람이 영업 시설 및 비품을 사용하는 유형의 대가다. 여기에 거래처를 비롯해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무형의 대가도 포함된다. 즉, 권리금은 영업상의 유·무형의 장점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권리금에 관한 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법에서는 권리금을 완전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임차인을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최소한 보장해 줄 뿐이다.

하지만, 임대인은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방해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를 행사하면 된다. 따라서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임대인의 권리금 방해 행위는 ①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②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③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춰 현저히 높은 금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④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방해 행위로 본다.

하지만, ①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②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③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④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임대인의 방해 행위로 보지 않는다.

참고로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보존에 필요한 ‘필요비’를 지출하거나 ‘유익비(목적물의 본질을 바꾸지 않고 개량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가 들어간 경우, 그 지출한 비용이 현존한 때만 임대인에게 필요비나 유익비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26조 참조). 이때 임차한 건물의 가치가 증가하거나 보존을 위해 지출한 비용만 엄격하게 인정되고 있다. 가령 임차인이 카페 영업을 하기 위해 인테리어 시설 공사를 하였다면 이것은 임차인의 필요 때문에 행해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상가건물의 객관적인 가치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유익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91다8029 참조). 즉, 임차인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