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해외 부동산 투자는 투자 물건 확인이나 계약, 대출, 소유권 이전 등을 위해 현지 방문이 필수다. 하지만,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국가 간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도 영향을 받았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가 간 이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더불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 선호 국가인 미국은 백신 관광상품이 나올 정도로 백신 접종이 보편화됐다. 그만큼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 상황과 투자 시 유의할 부분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과 닮은 최근 미국 주택 시장

‘집 사고 싶으면 줄을 서시오.’ 간만에 나온 주택 매물에 여러 매수자가 붙어서 매매 가격 협상은커녕 애초 매매 호가에 매수할 수 있기를 기대해야 하는 ‘절대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 있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 매매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 넓은 태평양 건너 미국 주택 시장 얘기다.

최근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지수에 따르면, 지난 1년간(5월 말 기준) 미국 전체 주택가격지수는 13.2% 상승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전에 가장 상승 폭이 컸던 2006년의 상승률에 근접한 수준이다.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한국의 아파트 가격지수 상승률이 같은 기간 10.9%(한국부동산원 자료)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주택 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수 있다.

피닉스와 샌디에이고, 시애틀이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휴양 도시 라스베이거스도 연간 상승률이 10.6%에 달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코로나 디스카운트 없어

미국은 작년 초 코로나19로 주요 도시가 록다운(lockdown, 봉쇄)되면서 호텔과 사무실, 상가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많이 하다 보니 매출 급감과 대출 이자 연체를 버티지 못하고 20~30% 할인된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한국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코로나19 디스카운트로 큰 폭으로 할인된 부동산을 주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이처럼 할인된 매물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이자 경감(감면) 프로그램이나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 쏟아지면서 건물 소유자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추가 정부 보조금 투입 전망과 보복소비심리 현상에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유동성 자금까지 이 시장으로 유입되며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에서 중립적인 시장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국내 투자 대체 혹은 분산투자 목적

앞에서도 언급했듯 미국 시장은 한국 시장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풍부한 투자 자금 및 주택 공급 부족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과다한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상 이슈도 제기되고 있다. 두 나라 시장의 변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한 지역에 투자를 집중하기보다는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의 지역적 분산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되고 있다. 정치적, 지리적 차이와 거래 화폐의 차이는 향후 시장 변곡점에서 다른 투자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마음대로 공급할 수 있는 미국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최소한 외환위기의 위험은 방어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고강도 주택 규제정책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전반이 강화되고, 대출도 사실상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취·등록세와 보유세가 낮고 대출도 활용할 수 있는 미국 부동산이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해외에 보유한 주택은 국내 세금 신고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양도소득세 중과(20~30%) 대상도 아니다.


세금, 환율, 현지 법인 활용 따져봐야

해외 부동산도 국내 납세의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해외 주택이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은 아니지만, 국내 투자보다 세금 측면에서 엄청난 절세 효과가 있거나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미국도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1~1.5% 정도의 보유세를 매년 납부해야 하고,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의 경우 미국과 한국 세무 당국 모두에 세금 신고의무가 있다. 결과적으로는 두 국가 중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또 국내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 혜택을 볼 수 있지만, 해외 부동산은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환율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미국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매매 자금을 송금해야 한다. 이는 미국에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달러화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에 따라 투자 성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최종 투자 성과는 현지 부동산 시장 성과뿐만 아니라 환율 성과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투자 시점 이후에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 수익이 나겠지만, 약세가 되면 미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도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현지 법인을 활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미국 주택 시장은 절대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고, 상업용 부동산도 좋은 물건은 대기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팔린다. 마음에 드는 부동산을 정하고 외국환신고를 해야 하는 국내 투자자는 빠른 자금 집행이 중요한 현재 시장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해 투자 자금을 현지에 미리 대기시켜 두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형태의 법인을 설립할지, 절세를 위해서는 어떤 구조가 좋을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에서도 물류창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국토가 넓은 미국은 창고 수요가 더 많다. 창고는 도시 외곽에 위치하지만, 임차가 안정적이고, 토지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한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도심이나 기차역 주변의 주차 빌딩 투자도 추천한다. 미국은 자동차 나라답게 도심의 주차난이 극심하다. 주차 빌딩은 안정적인 수익, 관리의 편리성과 토지 가격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인기 높은 투자 대상이다. 다만, 매물이 많지 않아 타이밍 포착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과 장기 임차 계약된 오피스 건물, 데이터센터, AS센터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