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투자 주의보가 켜졌다. 이르면 9월부터 투자 목적의 거래 자체를 초기 단계부터 차단하는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산권 침해라는 조합원의 반발에도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거래를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은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하면 못 판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서울시는 6월 9일 ‘주택 정책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급 불균형이 심한 서울 지역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다. 내용 중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인가,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렵다. 이 시기를 각각 안전진단 통과(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재개발)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의 행정 절차는 안전진단 통과-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순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방안대로라면 사업 초기부터 거래가 묶이는 셈이다.

물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집주인)은 지위 양도 제한 기간에도 주택이나 지분을 팔 수는 있다. 하지만 조합원 자격이 승계되지 않으므로 매수자는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없고 현금 청산을 당한다. 현금 청산되는 조합원 지위를 살 사람은 없으므로 사실상 집주인의 거래가 묶이는 셈이다. 국토부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앞당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 통과를 거쳐 9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거래 예외 규정이 있긴 하지만

물론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장기 정체될 경우 예외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사고팔 수 있다. 예외 사유는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경우다. 1가구 1주택자가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채우면 예외적으로 팔 수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단지에 대해서는 거래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이런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래 제한을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난해 지정된 잠실동‧삼성동‧청담동‧대치동과 올 들어 묶인 압구정과 여의도 아파트 지구,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이다.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와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와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언제 거래 묶일지 모르는 불확실성

이번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어느 시점을 ‘양도 제한 기준일’로 지정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협력 강화 방안에서 시장·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양도 제한 기준일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했다. 또 국토부 장관이 기준일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시장·도지사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거래 제한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따라서 서울시에서는 양도 제한 기준일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지역에서 일괄적으로 특정일부터 양도 제한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도지사나 국토부 장관이 특정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대상 단지와 일정을 알 수 없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이 기준일을 정하게 된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서울 강남 재건축이나 뉴타운 등 특정 이슈 지역은 지정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가령 2010년 안전진단 통과 후 11년이 지났지만,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 압구정동, 여의도 일대도 양도 제한 기준일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한남뉴타운, 노량진뉴타운 등 주요 지역의 재개발 구역이 규제 사정권에 들게 될 전망이다.

시장의 또 다른 관심은 소급 적용 여부다. 가령 재건축은 이미 안전진단,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단지라도 규제 대상이 되는가 여부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하는 만큼 소급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투기적 수요를 막고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건축의 가장 큰 ‘시어머니’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재건축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만 묶이지 않느냐는 조합원의 불만이 터져 나올 만하다.

더욱이 이번에 서울시가 요청한 안전진단 기준 완화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서울시는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공개된 협력 강화 방안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택 시장 안정세를 면밀히 고려해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문제는 더 논의해보겠다는 수준이어서 서울시가 기대하는 완화 수준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재건축은 이미 규제 첩첩산중

재건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 족쇄가 채워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에 큰 타격을 준다. 사업이 거의 올스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향후 정부가 바뀌어도 시장의 기대처럼 대폭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때부터 준공 때까지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국가에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유자가 몇 번 바뀌더라도 부담금은 최종 입주자가 내야 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부담금은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시장에서 우려했던 ‘재건축 아파트 2년 의무 거주 요건’ 시행 시기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애초 올 1월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 단지부터 적용(이미 인가를 받은 단지는 제외)키로 했으나 입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재건축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부풀려져 있어 섣불리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 규제로 새 아파트 쏠림 현상이 다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은 추격 매수보다는 저점 매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재건축은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법 개정과 시장 동향을 지켜보면서 일단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