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주요 7개국(G7)이 6월 5일(이하 현지시각)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15%로 합의했다. 지난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재정 지출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세수 확충을 위해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다국적 기업이 조세 회피처 등으로 이탈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기업이 소재한 곳에서 과세하도록 한 100년 된 국제 법인세 체계를 바꾸는 데도 합의했다. 매출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년 전부터 논의해온 디지털세 도입의 연장선이다. OECD 회원국들은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이 돈을 버는 국가에 사업장을 두지 않아 세금을 물리기 어려운 현실을 바꾸기 위해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필자는 이 같은 G7의 합의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한다. 개발도상국들의 이익과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Jose Antonio Ocampo)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전 유엔(UN) 경제사회 사무처장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Jose Antonio Ocampo)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전 유엔(UN) 경제사회 사무처장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최근 대형 다국적 기업에 대한 15%의 최저 유효 법인세율에 ① 합의했다. G7 재무장관들은 기업의 세수 일부를 국가별로 배분하는 새로운 공식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어떤 글로벌 조세 협정이 나오든 간에 세계 7대 경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이익을 반영해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갈수록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로 인해 매년 최소 2400억달러(약 271조2000억원) 규모의 전 세계적인 세수 손실을 초래하는 등 타격이 크다. 현재 많은 개발도상국, 특히 저소득 국가들은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한 ②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이행체계 프로젝트에도 적지 않게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자.

우선, 스위스나 아일랜드 같은 조세 회피처의 세율에 근접한 최저 법인세율 15%는 너무 낮다. 이는 애초 21%의 글로벌 최저세율을 요구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주도에 따르기보다는 자국의 다국적 기업을 보호하려는 다른 G7 국가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 합의 내용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수입의 대다수는 다국적 기업의 본국으로 가는 것이지, 이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소위 원천국가로 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많은 원천국가는 그들의 과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세율, 특히 서비스 및 자본 이익에 관한 세수 우선권을 갖기를 원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본국에 세수 우선권을 주는 것은 현 국제 조세 체계에 이미 내재한 불공평을 완화하기보다는 강화할 것이다. 유럽연합(EU) 조세관측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1%의 최저세율은 2021년 27개 EU 국가에 1000억유로(약 137조원)의 법인세 수입을 추가로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15%의 최저세율은 그 금액의 절반가량을 창출하는 데 머물 것이다. 문제는 개발도상국들에는 훨씬 적은 세수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15%의 최저세율이 확정되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은 각각 연간 600만유로(약 82억원)와 900만유로(약 123억원)의 추가 세입을 얻는 데 그친다.

특히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25~ 35%의 법인세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5%의 글로벌 법인세율은 너무 낮다. G7과 G20 국가들은 현재 합의된 것보다 높은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기로 약속해야 한다. 애초 미국의 제안대로 21% 또는 25%로 재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G7 합의를 통해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수익을 세금을 통해 재배분하는 새로운 공식이 도입된다.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거두는 초과 이익분의 최소 20%에 대해 해당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초과 이익 기준은 연간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이상이다. 이 새로운 공식이 애플,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글로벌 거대 IT 회사들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는 1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에만 적용된다. 개발도상국에는 해당 조치가 미미한 수준의 추가 수익을 보장할 것이다.

앞서 주요 24개국(G24)은 초과 이익분의 최소 50%에 대해 해당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글로벌 이익 재분배 확대를 요구해 왔다. ‘아프리카 조세행정포럼(ATAF)’은 G7이 제안한 초과 이익 기준인 연간 100억달러보다 적은 이익을 내는 다국적 기업에도 이 규정을 적용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모든 이익은 본질적으로 회사의 글로벌 활동 결과이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의 통상 이익과 초과 이익을 개념적으로 완전히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6월 5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영국 런던에서 이틀째 회의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AFP연합
6월 5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영국 런던에서 이틀째 회의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AFP연합

개도국의 공정성 요구 수용해야

간단한 해결책은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 요소, 즉 고용과 판매 및 자산에 따른 새로운 기준으로 국가 간 글로벌 이익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그러한 기준은 더욱 공정한 경쟁의 장을 확립하고, 왜곡을 줄이고, 조세 회피의 기회를 제한하며,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G7이 제안한 통상 이익과 초과 이익 사이의 구별은 광범위한 글로벌 조세 및 수입 재분배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합의일 뿐이다.

글로벌 세금 협상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기구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③ 백신 지원 논의 움직임을 참조해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이 국가 이익을 넘어 모든 국가가 보다 평등하고 탄력적인 경제를 발전시킬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개발도상국의 세금 관련 요구를 더욱 공정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힘을 더할 것이다.


Tip

G7 정상들은 6월 13일(이하 현지시각) 공동 성명을 통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승인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기업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G7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집단 리더십을 보였다”라고 했다. 이번 합의안은 오는 7월 G20 재무장관 회담과 10월 G20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6일 “이번 합의로 G20 국가들은 ‘테스트’에 직면했다”라며 “7월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글로벌 조세 체계 조정이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애플과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가 불거졌다.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해서 이뤄진 것. BEPS란 다국적 기업이 국가 간의 세법 차이, 조세조약의 미비점 등을 이용해 경제활동 기여도가 낮은 저세율 국가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2012년부터 BEPS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 및 대응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공조 및 공동 대응 방안 마련을 모색했으며 2012년 6월 G20 정상회의에서 BEPS 이행체계 프로젝트 추진을 의결했다. 2019년 3월 말 현재 이 프로젝트에 12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WHO, 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수장들은 “부유한 국가들이 빈곤 국가에 백신을 긴급 지원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국제기구 수장들은 5월 3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일본 아사히신문, 독일 슈피겔, 영국 텔레그래프, 프랑스 르몽드 등 G7 주요 언론사에 이 같은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냈다. 이들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에 위험 수준의 백신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부유한 국가는 추가 접종 논의를 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선 의료진조차 아직 1회 접종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백신 생산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WTO 회원국들이 지식재산권 관련 협상을 가속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공동 기고문에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가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