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SM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SM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메뉴 화면을 보여주면 고객 반응은 어떨까. ‘오늘은 볼 것이 없네’라고 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닫을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고객 맞춤형으로 메뉴 화면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을 통한 고객 추천이 24시간 클라우드를 통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장소·형태의 경계를 없앤 초(超)개인화, 초맞춤화 서비스가 수요와 공급의 최적 매칭을 만들어 준다. 이는 AI를 통한 마테크(martech·마케팅과 기술의 합성어) 혁명의 한 사례다.

마테크는 20년간 인기를 잃어가고 있던 마케팅의 인기를 부활시키고 있다. 일례로 하는 일이 비슷한 콜택시 회사와 카카오택시의 기업가치는 얼마일까. 콜택시 회사의 기업 가치가 100억원 정도라면 카카오택시는 7조원 정도다. 왜 그럴까. 서비스가 공급자 관점인가 수요자 관점인가의 차이다.

콜택시는 공급자 관점의 교통(transpor­tation) 서비스 회사다. 교통 서비스란 공급자가 정한 장소에서 공급자가 원하는 시간에 공급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제공된다. 이에 비해 카카오택시는 수요자 관점의 모빌리티(mobility) 서비스 회사다. 모빌리티는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법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교통 서비스 회사는 고객 데이터가 없지만, 모빌리티 회사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관리한다.

공급자 관점의 교통 서비스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매칭 가능성이 낮은 ‘얕은 시장(thin markets)’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급자는 수요자가 없고, 수요자는 공급자가 없는 비효율이 상존한다. 또한 교통 시장은 이른바 ‘레몬 시장’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급 서비스는 겉이 번지르르하지만, 실제 이용해보면 레몬처럼 맛이 시기만 한 낮은 서비스 품질의 위험이 있다.

이에 비해 모빌리티 회사는 과거의 고객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별 고객의 경험을 관리한다. 고객의 과거 경험 데이터를 기초로 개별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는 온디맨드(수요 기반) 서비스가 가능하다. AI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고객이 원하는 기사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고객의 평점 데이터와 기사의 평점 데이터를 통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고, 고객이 별점 5점을 주면 같은 기사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

그래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 미스매치를 해결해 ‘두꺼운 시장(thick market)’을 만들어 주고, 겉만 번지레한 레몬 시장 문제를 해결하며 이용자와 기사가 모두 만족하는 고객 경험에 도전한다.


시장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 마케팅

마케팅이란 시장(market)에 현재 진행을 뜻하는 ‘아이앤지(ing)’가 붙은 단어다. 시장을 흔들어 깨운다는 의미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AI는 잠자고 있던 시장을 흔들고 있다.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는 저서 ‘마케팅 5.0’에서 이를 마테크(martech)라고 칭했다. AI로 대표되는 마케팅 테크놀로지가 시장의 미스매치를 풀어주고 하이터치의 개별화된 고객 체험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콜택시의 고객 만족 관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업무시간에 일어나지만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의 고객 경험 관리는 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의 앞글자를 딴 이른바 ‘ABC’를 통해 24시간 ‘WWW (언제나·어떤 것이나·어디서나, whenever· whatever·wherever)’로 서비스된다. 콜택시와 모빌리티 택시는 업(業)의 내용이 비슷하지만, 데이터를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고객에게 주는 효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제조업의 정점은 서비스다. 제조 기업들도 소위 ‘XaaS(Everything as a Service·모든 것의 서비스화)’를 통해 서비스 기업으로 업을 전환하고 있다. 기업이란 업을 기획하는 곳이며 업이 달라지면 기업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품의 생산도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개별 맞춤 서비스를 위한 ‘비스포크(맞춤 생산)’가 확산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기업은 시장을 흔들어 깨우는 마테크에 투자하고 AI 마케팅으로 일어나는 고객 체험 혁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집행 최고책임자가 아니라 고객 체험 혁신 최고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로 탈바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