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조9000억달러(약 2204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구조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법안의 실행으로 약 90%의 미국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재난지원금 액수는 소득 기준에 따라 1인당 최고 1400달러(약 160만원)에 달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이후 총 세 번의 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했다. 지금까지 재난지원금 지급은 직불 카드, 수표, 계좌 입금 세 가지 형태로 이뤄졌다. 미국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국민이 소비에 나서지 않고 저축을 하거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이번 재난지원금의 약 40%(약 1700억달러)가 미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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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일러 (John B. Taylor)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전 미국 재무 차관
존 테일러 (John B. Taylor)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전 미국 재무 차관

미국은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과 가계를 돕기 위해 총 세 번의 경기 부양 법안을 제정했다. 이때마다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의결했다.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증가시켜 실물 경제를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경기 부양책이었다. 재난지원금 정책은 일시적이지만 소득을 증가시키고, 이는 곧 개인의 지출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① 케인스 소비함수(Keynesian con­sumption function)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2019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개인가처분소득(DPI⋅개인이 자유롭게 처분 가능한 소득)이 개인소비지출(PCE)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재난지원금의 경제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총 세 번의 개인가처분소득 피크(peak)가 발생했는데, 세 번(2020년 4월, 2021년 1월과 3월) 모두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시기였다. 개인가처분소득 피크는 재난지원금이 지원될 때 개인가처분소득의 급격한 증가로 만들어졌다. 특이한 점은 세 번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개인가처분소득이 급증했을 때 개인소비지출의 증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일시적 소득 증가를 통한 ‘자극’이 소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케인스 소비함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다. 오히려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② 영구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이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 같은 일시적인 소득 증가는 소비 증가에 아주 미미한 영향을 준다. 프리드먼은 이러한 일시적 자금 지원은 소비로 인한 경제 활성화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일시적인 소득 유입으로 경제 부양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③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때도 경기 부양책으로 일회성의 지원금 정책을 펼쳤다. 당시 지원금 지급은 개인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켰지만, 소비에는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총수요(총소비)를 증가시키거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8년 당시에도 경제학자들은 “일시적인 지원금 지급은 경제 부양의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코건(John F. Cogan) 스탠퍼드대 교수와 볼커 윌랜드(Volker Wieland) 괴테대 교수 그리고 필자는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부양책의 효과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설명했다.

리먼 사태 이후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의 상황도 동일하다. 일시적인 부양책은 단순히 소비를 늘리거나 전반적인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효과가 없는데도 재난지원금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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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케인스 소비함수는 소득의 크기가 소비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로 압축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경기불황 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예산을 풀어서라도 국민 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스 소비함수는 1929년 경제 대공황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사람이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다.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케인스의 권고를 받아들여 뉴딜로 대표되는 방대한 토목사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 경제 대공황 위기를 돌파했다. 부자들의 소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면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회복된다는 소득주도성장 이론 역시 케인스의 소비함수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론이다. 그러나 케인스의 이론은 소비가 소득 외 다른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소득이 늘었다가 줄었을 경우, 한 번 증가한 소비는 소득이 줄더라도 좀처럼 줄일 수 없다는 점(소비의 불가역성) 등 논리적 반박에 부딪혔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영구소득가설은 소득이 영구적으로 증가하면 소득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때보다 소비가 더 많이 증가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결과적으로 일시적 소득 증가분은 대부분 저축되고, 영구적 소득 증가는 대부분 소비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소비는 현재의 소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사람들은 현재 소득이 늘어도 현재 소비에 이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소비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해도, 사람들은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한편, 최근 케인스의 소비함수에 대한 부정은 프리드먼의 영구소득가설을 따르는 사람들이 미국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이 실질적으로는 경제 부양에 효과가 없을 것임을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리먼 사태는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말한다. 150년 역사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비우량 주택 담보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다가 지나친 차입금과 주택 가격 하락으로 파산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기록됐다. 파산 당시 리먼브러더스 자산 규모는 6390억달러(약 741조원)였다. 리먼브러더스가 신용으로 전 세계에서 투자받은 돈을 갚지 못한 채 파산하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존 테일러

정리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김경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