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8월 26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은 8월 26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한국은행은 8월 26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초저금리 시대 종료와 함께 2019년 7월 18일 기준금리 인하로 시작된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가히 전격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주택 구매)’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신조어가 말해 주듯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통화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금리 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올 연말쯤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된 상황으로 다급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시장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로 아직 큰 충격은 없는 듯하다. 예금은행의 예대금리는 상승세를 보이지만, 국고채 금리와 원화 환율, 주가지수 등 대표적인 국내 금융 시장 지표들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반길 일이지만, 정책 당국의 의도처럼 지난 2년간의 통화 완화로 인해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이 불러온 금융 불균형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보면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취약 계층의 금융 리스크를 높이는 등 금융 안전망 훼손 우려도 상존한다.

정말 염려스러운 것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발표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겹쳐 2021~2022년에 2% 내외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5년간(2016~2020년) 2.5~2.7% 수준에서 0.5~ 0.7%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정 오차 범위가 0.6%포인트 정도나 되기 때문에 정확한 값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통화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통화량 조정 정도로 마땅치 않아 재정 당국을 포함한 공공 부문 전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것조차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 잠재력 확충 논의 필요한 시점

당장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높을 뿐 아니라 통화정책 정상화 일정마저 앞당겨진 만큼 거시경제 안정화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할 시기로 성장 잠재력 제고와 관련된 논의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마땅한 정책 대안이 있더라도 이의 실천을 위한 재원 분배 등 관련 논의와 조정이 가능한 시기도 아니다. 더군다나 금융 불균형과 가계부채 문제의 개선 내지는 연착륙을 위해서는 통화와 재정정책 당국 간 공조가 필요한 만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뒷전으로 밀렸던 성장 잠재력 확충 필요성에 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조금씩 성장 잠재력 확충을 포함한 우리 경제와 사회의 미래에 대한 논의도 다시 활발해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 발전을 바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