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당신은 이번 일요일 선거가 있다면 어느 당을 선택할 것입니까?”

9월 2일 독일의 ‘일요설문(Sonntagsfrage)’에서 물었다. 가장 많은 독일 국민이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을 선택했다. “당신이 직접 총리를 뽑는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이 질문에서도 독일 국민은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사민당 총리 후보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숄츠 후보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재무부 장관 겸 부총리로 일하고 있다.

독일은 9월 26일 총선을 실시한다. 현 총리인 메르켈은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그가 소속된 기독교민주당(CDU·기민당)도 지지율이 하락해 정권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사민당은 10% 이상 기민당에 뒤처져 있었고, 녹색당보다도 지지율이 낮아서 정권의 수임이나 정권교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그러나 숄츠 장관이 총리 후보가 된 후 강한 리더십을 보이면서 당 안팎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사민당의 패배와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왔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에 당 사무총장으로 동조했던 전력도 더는 문제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독일의 정당별 지지율은 사민당(25%), 기민당(20%), 녹색당(16%)순이다.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당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고 많은 유권자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직 최종 결과는 유동적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당 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일요설문이다. 독일에서는 총선이 일요일에 시행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설문조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9년부터 최소 월간 혹은 주간 단위로 정기적으로 시행돼왔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신속하고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그 목표다.

이 설문조사는 다양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선거나 지방선거 관련 설문조사 외에도 주요 정책 방향이나 정책 내용 등에 대한 이슈도 중요한 조사 대상이다.

독일의 제1 공영방송인 ARD는 일요설문의 주요 내용과 분석을 주기적으로 방송을 통해 전달한다. 72년째 거의 매주 시행되고 있는 일요설문은 독일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는 주요 인프라다.

독일에서 지방선거는 주별로 서로 다른 시기에 치러지기 때문에 매년 선거가 없는 해가 거의 없다. 지방선거가 처음에는 같이 시작됐지만, 의원내각제를 기반으로 한 제도적 특징상 재선거의 시행 등으로 주별로 각기 다른 시기에 시행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의 뜻 반영하는 정치의 중요성

지역별로 시기를 달리해 치르는 지방선거는 국민의 정당 및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와 그 변화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도 작동한다. 주요 정책에 대해 국민의 반응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도록 만드는 인프라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이나 주요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조사 발표된다. 그 외에도 선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수많은 설문조사와 결과가 쏟아진다.

인터넷을 이용한 조사는 왜곡을 가능하게 만드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모두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로 자신들을 변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더 크다.

내년 3월 우리나라 대선은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진다. 한꺼번에 선거를 치러야 선거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는 1년 만에 다시 치르게 된다.

지역마다 선거가 다른 시기에 치러지면 정말로 엄청난 비용이 더 들어갈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가 없는 수년 동안 민심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정치를 한다면 그 비용이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독일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도 일요설문 제도를 만들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정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윤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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