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쏠리고 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연내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기대했던 대로 좋아지면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를 상당히 위협하고 있어 테이퍼링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예상외로 실업률이 낮아지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월부터 4개월 연속 5%대를 기록하자 말을 바꿨다. 다만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8월 27일(현지시각) “연내 테이퍼링에 착수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임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카고대와 공동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요 거시경제학자들의 70% 이상은 연준의 첫 번째 금리 인상 시기로 내년을 꼽았다. 연준 위원들의 예측(2023년 말)보다 훨씬 빠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1년 7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 증권거래소의 장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21년 7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 증권거래소의 장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전 미국 재무부 차관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전 미국 재무부 차관

지난 몇 달간,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경제학자들이 늘어났다.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경제 분석가는 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에도 중앙은행은 매달 1200억달러(약 143조400억원)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0.25%)은 과거 비슷한 시기와 비교하면 예외적으로 낮다. 연준이 7월 9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통화 정책 보고서’를 보면 왜 예외적이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연준의 보고서에는 장기간 연구한 경제 정책 준칙이 쓰여 있는데, 이는 현재 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준칙 중 하나가 ① ‘테일러준칙’이다. 테일러준칙은 연준이 연방기금금리를 조정할 때 실질 물가 상승률과 목표 물가 상승률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테일러준칙은 간단한 방정식으로 표현되며, 수년간 적용될 경우 더 높은 활용도를 보인다. 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등 관련 지표를 테일러준칙에 적용하면, 적정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는 5% 정도다.

또한 테일러준칙에 의하면 올 연말 물가 상승률이 2%로 둔화하더라도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한다면 적정 정책금리는 3%가 돼야 한다. 하지만 테일러준칙을 적용한 적정 금리는 제로 금리에 가까운 연준의 ② 포워드 가이던스와는 분명 거리가 멀다.

테일러준칙에 따라 산출되는 연방기금금리는 지난 4분기 동안의 평균 물가 상승률을 활용한다. 연준이 올여름에 강조한 ③ ‘평균 물가 목표제’와 비슷한 맥락이다. 연준은 현재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며, 금리 인상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연준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장기 채권 시장 금리도 낮은 상태로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5년 만기 수익률은 0.81%, 10년 만기 수익률은 1.35%에 불과하다. 이는 테일러준칙이 제시하는 적정 금리에 훨씬 못 미친다. 연준 옹호자들은 이러한 요인을 고려했을 때, 걱정할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합리적인 시장이 낮은 금리를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론에는 문제가 있는데, 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강조함으로써 장기 금리마저 낮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제핀 M. 스미스와 필자가 200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는 ‘정책 준칙의 기간 구조’ 때문이다. 사실상 만기가 긴 채권의 정책 준칙은 시장 행위자가 인식하듯 단기 연방기금금리에 대한 정책 준칙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연준이 금리를 오랜 기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믿음을 시장에 심어준다면, 장기 금리는 낮은 상태를 이어 간다.

현 상황은 2004년과 비슷하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10년 만기 채권 금리가 기준금리 변동과 관련 없음을 발견했다. 그는 단기 금리의 움직임이 장기 금리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자, 이를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했다. 당시 긴축 정책 효과는 그 이전에 시행된 긴축 통화 정책 효과보다 미미했다.

2004년 기준금리는 과거 연준의 정상적인 반응 수준과 차이가 컸다. 만약 금리가 정책 준칙이 제안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게 되면, 이는 시장 참여자에게 ‘인플레이션에 대한 단기 금리의 반응 강도가 낮아졌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정책 준칙 수식의 반응계수가 작아졌다’는 인식은 장기적으로 금리가 인플레이션에 더 적게 반응할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로 이어지고, 이는 장기 금리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연준은 통화 정책 준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며 시장은 이런 편차가 지속할 거란 기대를 기반으로 향후 금리를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이 편차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준은 결국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정책 준칙을 지켜야 하며, 그때가 되면 오늘날의 수수께끼는 사라질 것이다. 준칙대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돌아오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경제 회복은 매끄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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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테일러준칙이란 실제 인플레이션율과 실제 경제 성장률이 각각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잠재성장률을벗어날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변경한다는 이론이다. 테일러준칙에 따르면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도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물가가 높거나 경제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리고 반대의 경우엔 금리를 내리는 식이다. 테일러의 정책 금리 공식을 단순화해 얘기하면 경제의 균형 이자율에다 인플레이션율을 더하고, 인플레이션율과 목표 인플레이션율 차이에 0.5를 곱하고,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차이에 0.5를 곱한 후 추가로 더하는 것이다.

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을 미리 제시한다는 뜻으로, 중앙은행이 미래 정책 방향을 외부에 알릴 때 쓰는 말이다. 중앙은행 통화 정책 방향을 먼저 시장에 공표해 통화 정책 변경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한 바 있다. 연준은 2020년 9월 16일 FOMC 회의를 마친 뒤에도 “적어도 3년 동안은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놨다. 당시 성명문에는 △ 완전고용 정도로 실업률이 떨어지고 △ 물가가 2%까지 오르며 △ 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2%를 완만하게 상회할 때까지 현행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평균 물가 목표제는 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목표치인 2%를 계속 밑돌 경우 일정 기간 2%를 웃돌도록 한다. 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2%를 넘어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다. 연준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2020년 10월 도입한 정책으로, 고물가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온 연준의 30년 넘은 관행을 깨뜨리는 새로운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