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징계 수위 결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동법상 징계 수위를 정하는 방법이 규정돼 있지도 않고, 사실관계 확정부터 절차적 주의 사항까지 고려할 것이 다양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셔터스톡
공정한 징계 수위 결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동법상 징계 수위를 정하는 방법이 규정돼 있지도 않고, 사실관계 확정부터 절차적 주의 사항까지 고려할 것이 다양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셔터스톡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최근 성희롱, 괴롭힘 신고가 증가하고 있는데, 노동법상 신고 수리 기업은 바로 조사에 착수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징계 대상자뿐만 아니라 피해 직원도 불공정이 있으면 과감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미디어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공론화, 근로 감독 요구 등 시정 노력을 펼친다. 이러한 배경상, 징계 수위를 둘러싼 이견과 분쟁이 발생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과 공정한 징계 수위 결정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공정한 징계 수위 결정은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노동법상 징계 수위를 정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사실 관계 확정부터 절차까지 전 단계에 걸쳐 고려 사항이 다양하다. 기업은 적절한 징계 수위를 정하기 위해 절차와 내용에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모범 실무례 중 특히 중요한 네 가지를 소개한다.


모범 실무례 1│종전 사례를 조사하고 기록을 남겨라

성희롱 등 자주 문제 되는 비위에는 해당 기업에 종전의 동종 사례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인사 담당자는 꼼꼼하게 그런 사례를 조사, 보고해 과거와 현재의 징계 수위 사이에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전 사례의 사안과 징계 수위를 비교해 테이블 형태로 정리하고, 다른 기업 사례도 판정례와 판결 검색을 거쳐 인사위원회에 서면 보고하는 것을 징계 수위 결정 전 필수 절차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기초 조사는 공정성을 위해 필수적인데, 징계 절차상 법률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경우 간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은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을 우려해 징계 내용을 외부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징계 대상자, 신고인 등 관계자가 해당 기업에서 이뤄진 과거 징계 사례를 공식 확인할 길은 없지만,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종전 사례를 알아내고 자신의 사례와 비교해 일관성에 의심이 생기면 차별이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동조합원에게 과다한 징계가 내려졌다고 의심되면, 부당노동행위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이때 종전 사례가 징계 수위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 반영됐고, 그 사실이 실제 기록으로 보존돼 있으면 공정성 인정에 큰 도움이 된다.

실무상 노동위원회 조사관이 부당징계 구제신청 사건 조사 과정에서 종전 사례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를 대비해서라도 사례 조사는 해두는 것이 좋다.


모범 실무례 2│다수 징계 대상자를 징계할 때 점수표를 활용하라

정기감사를 통해 다수 직원이 연루된 법인카드 부정 사용 관행이 밝혀지고 관련자 징계가 이뤄진다고 하자. 종전에도 동일 징계를 받은 바가 있고 총 10회에 걸쳐 600만원 상당을 부정 사용한 평사원과 총 2회에 걸쳐 400만원 상당 부정 사용했으나 징계 전력은 없는 팀장이 있다. 두 사람의 징계 수위를 어떻게 정해야 공정한가. 까다로운 문제다.

이 경우 자주 활용되는 실무상 대응책은 △비위 내용과 정도, 손해액, 지위, 징계전력과 같이 징계 수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망라해서 중요도에 따라 점수를 배정하고 (예컨대, 비위 내용과 정도 50점, 손해액 30점, 지위 20점, 징계전력 있으면 10점 추가) △요소별 판단 기준을 정해 (예컨대 부정 사용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30점, 500만원 이상 20점, 500만원 미만 10점) 대상자별 점수표를 만들고 △징계 수위별 기준 점수를 정해 (예컨대 70점 이상은 해고, 50점 이상은 정직) 징계 수위 결정 근거로 삼는 것이다. 점수표에는 중요도, 기준, 기준 점수 결정에 주관성이 개입될 위험이 있고, 그런 위험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나 점수표는 모든 요소를 빠짐없이 체계적으로 고려하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점수표가 없으면 시간이 지난 후 인사 담당자나 인사위원 누구도 결정 당시 판단 과정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분쟁 시 상대적 공정성(형평성) 문제가 자주 제기되며, 그 경우 증명 책임이 기업에 있는 이상 이런 흠결은 치명적이므로 점수표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모범 실무례 3│중요 비위에 관한 무관용 원칙을 수립·실행하라

기업은 사업 특성(영업 위주)이나 직원 구성(여직원이 많음)을 고려, 특정 비위(성희롱)는 관용 없이 단호히 대처한다는 점을 일상적으로 강조하거나, 근로 감독, 언론 보도를 계기로 그 비위에 강력 대응 방침을 선언하는 등으로 무관용 원칙을 수립, 실행하기도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기업 내 무관용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기업은 예전보다 해당 비위를 엄중하게 징계할 수 있다. 징계 수위 결정에는 비위 자체의 중요성 외에도 기업 대책을 비롯하여 비위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이 전체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이 영업사원 부정 행위 근절을 위해 지속해서 교육하고 부정 행위 근절 지침을 시달하여 동참을 호소하고, 이에 호응해 영업사원들이 ‘부정 행위를 하지 않겠고, 부정 행위가 발각될 경우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한 경우, 이런 사정을 인용하면서 비위 영업사원의 징계 해고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

거래처와 사적 금전대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인사 관리 강화 방침을 마련한 경우나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다는 점을 교육 및 공고한 경우, 관련 위반 행위를 가중 징계하는 것을 긍정한 사례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기업은 특정 비위에 관한 징계 수위를 높여 컴플라이언스 수준을 한 단계 상향시키고자 한다면 조직적, 체계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엄한 징계를 위한 사전 준비로 평소에 교육과 공고 등으로 특정 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선전하고 △취업 규칙상 그 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징계 수위 상향을 명시하는 것을 고려한다 △비위가 발생하면 무관용 원칙에 대하여 인사위원회 징계 수위 결정 과정에서 논의하고, 회의록에도 논의 결과를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범 실무례 4│해고 실행 전 정당성을 전면 재검토하라

가장 중한 징계는 해고이며 바로 그 아래 징계가 정직이다. 정직은 해당 기간 중 임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어찌 됐건 직을 유지하며 정직 기간 종료 후 복직해 명예회복 기회가 부여된다. 그러나 해고는 기업을 즉시 떠나야 함은 물론, 동종 업계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기가 어려워지며, 사정에 따라 보너스, 주식 매수 선택권 등 재직과 연동한 혜택이 박탈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직은 대상자가 승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해고로 징계 수위가 올라가는 순간 분쟁으로 발전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경향은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해고 정당성을 판단하는 엄격한 기준에도 영향받은 것이다. 해고는 아주 엄격한 기준하에 허용된다. 예컨대 해고가 유효하다고 인정하기 전에 손해 배상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거나,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는 등, 비위 외 사정이 결합해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저성과자 해고는 근무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 기간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일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인사위원회는 일견 해고가 가능해 보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자명하다고 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면 해고 결정에 앞서 그 타당성을 전면적으로 검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다.

△근로 관계 계속이 어렵다고 판단할 만한 비위 외 사정이 있는지 △권고사직같이 해고를 피하고 퇴사를 유도할 방안이 있는지 △최장기간 정직 실행과 부서 및 보직 변경을 결합하는 것과 같이, 기업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비위자 재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가 검토돼야 한다. 이러한 신중함이 불필요한 분쟁으로 인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인다.

조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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