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발하게 이뤄지는 ESG 담론이 실제로 기후 변화를 막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현재 활발하게 이뤄지는 ESG 담론이 실제로 기후 변화를 막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울대 산업공학,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Quantitative Finance’편집장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울대 산업공학,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Quantitative Finance’편집장

20여 년 전, 여성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으며, 그간 모든 사회 구성원이 그 존재를 뻔히 알면서도 필요악 정도로 생각하여 덮어두었던 성매매를 본격적으로 처벌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 흐름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당시 서울종암경찰서장이었던 김강자다.

김강자는 여성 경찰공무원으로는 최초로 총경으로 승진한 인물로, 충북 옥천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소위 ‘티켓다방’을 철저하게 단속해 미성년자 매춘 행위를 근절한 공로로 사회적 명성을 얻었다. 이런 업적을 바탕으로 총경 승진 후 불과 1년 반 만인 2000년 1월 핵심 요직인 서울종암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김 전 서장은 전국에서 가장 큰 집창촌인 소위 미아리 텍사스촌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전국의 집창촌을 없애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김강자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큰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눈에 보이는 집창촌은 사라졌으나 온갖 변종 성매매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카드 광고로 흔히 보이는, 이름을 대기도 민망한 변종 성매매 업체들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풍선효과 때문인데, 눈에 보이는 집창촌만 때려잡다 보니 성매매 업소들이 더욱 음지로 숨어들었고, 단속과 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강자 전 서장은 후회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15년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헌재 공개변론에 참고인으로 나선 김 전 서장은 본인이 추진했던 집창촌 단속이 성범죄 근절이라는 방향성 측면에서는 옳지만, 사용했던 정책 수단이 이를 막기는커녕 음성화를 가속시켜 결과적으로 불법적 성매매와 성범죄를 더욱 조장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정책적 방향성이 옳은 것이더라도 뒷단에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이해하지 않고 표면적인 현상만을 해결하려는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현시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기후 변화다. 일례로 11월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식이 열린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130여 개국 정상이 직접 참석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비록 COP26에서 발표된 각국 정상의 약속은 실질적으로 기후 변화를 막기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절대 다수 국가의 정상이 단일 의제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상징성이 있다. 당장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 중 상당수가 기후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며, 무언가 의미 있는 변화가 있지 않으면 전 지구적 재앙이 발생할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이라고 기후 변화 대응에 예외일 수 없다. 요즘 기업 이미지 광고에 단골로 등장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이를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다. 과거 통상적인 기업 가치 평가는 재무적인 요소만을 고려했는데, 지난 10여 년간 많은 논의를 통해 기업의 경영 활동이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의 건전성 역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ESG의 골자다. 재벌로 대변되는 한국 대기업 특유의 지배구조가 화두였던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의 ESG는 족벌경영과 순환출자 등의 문제를 기업평가에 반영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었으나, 미국에서 일성으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이야기한 조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평범한 사람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심각해진 이상기후의 잦은 출현으로 최근 들어서는 지배구조보다는 환경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ESG 담론, 기후 변화 막을까

사회적으로 착한 경영, 기후 변화를 막는 경영을 하자는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 활발하게 이뤄지는 ESG 담론이 실제로 기후 변화를 막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기업의 노력은 당연히 장려돼야 하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이 극단적으로 복잡한 범세계적 생산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설픈 정책은 풍선효과를 일으켜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이 자명하다. 마치 집창촌 단속이 궁극적으로 현상을 악화시켰던 사례처럼.

요소수 품귀가 좋은 사례다. 경유를 원료로 하는 디젤엔진은 요소수가 필수인데, 요소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요소수는 일반적으로 석탄 화공 플랜트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요소수 수요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호주와 무역 갈등으로 석탄 재고가 급속도로 소진되자 덩달아 요소 생산이 급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10월 15일부터 수출 제한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요소수 재고가 한 달치 정도만 남게 됐다.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상황이다. 작금의 요소수 품귀 현상은 화석연료의 부산물이 현대 산업 활동의 거의 모든 지점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1차원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의 바이오 연료 정책을 들 수 있다. 2007년 조지 W 부시 정권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에너지 의존도와 안보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골자는 휘발유에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법안은 ‘에탄올은 옥수수나 콩을 발효시켜 생산할 수 있기에 환경적 악영향이 화석연료보다는 적으며, 연소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휘발유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정적 효과를 야기했다. 국제적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며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빈곤국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늘어난 바이오 연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개간해 농경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다만 이는 환경학자나 환경단체의 주장이며, 곡물협회 같은 곳에서는 부정하고 있기에 확실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 고려할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온실가스 감축은 모든 국가가 연대해 노력하는 경우만 성공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캐나다의 한 위성관측 업체가 최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이산화탄소에 비해 80배 정도의 기후온난화 영향력이 있는 메탄가스가 대량으로 분출되고 있음을 포착했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인데, 투르크메니스탄의 인구가 6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투르크메니스탄은 극도로 폐쇄적인 국가로, 국제 사회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중국뿐이다.

집창촌 단속이 결과적으로 매춘을 단속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서민의 거주지로 스며들게 만든 것처럼, 잘못된 ESG 정책은 온실가스 생산이 관리 가능한 국가의 생산망으로부터 투르크메니스탄처럼 현황조차 파악이 불가능한 곳으로 옮겨가게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연구 주제로 관심이 있어 ESG 전문가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편인데, 이분들께 주로 하는 질문은 ‘현재 ESG 정책이 실제로 환경이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때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동일하다. “그런 건 교수님 같은 이과 출신이 답을 해주셔야죠.”

ESG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환영할 만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아직은 과학자보다는 정책, 재무, 법률 전문가 위주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ESG의 지향점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모처럼 형성된 만큼, 이 기회를 통해 기업의 경영 활동이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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