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와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한 백화점들의 직원은 업무수행 능력이 개선됐다. 백화점들의 매출도 같이 늘어났다. 사진 셔터스톡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와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한 백화점들의 직원은 업무수행 능력이 개선됐다. 백화점들의 매출도 같이 늘어났다. 사진 셔터스톡
이태석 IGM세계경영 연구원 교수 전 영진전문대학 디지털 경영계열 교수, 전 인터브릿지 캐피털 대표이사, 전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이태석 IGM세계경영 연구원 교수
전 영진전문대학 디지털 경영계열 교수, 전 인터브릿지 캐피털 대표이사, 전 현대증권 국제영업본부장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해야 한다. 이른바 ‘혁신’이다. 그러나 혁신도 구성원의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기술과 시스템 혁신보다 구성원의 참여와 자발적인 노력이 더 근본적인 혁신인 것을 알 수 있다.

데시오 코비엘로 몬트리올대 교수와 에리카 디세라노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의 연구팀은 미국 전역에서 점포 2000개를 운영하는 백화점 체인 자료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분석했다. 백화점 경영의 핵심은 고객 서비스다. 쇼핑객과의 접점에서 구성원의 서비스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어떻게 하면 이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흥미롭게도 백화점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와 최저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일부 경영진이 비용이 증가한다고 반대해도 말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구성원의 업무수행 능력이 개선되고 매출이 늘어났다.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가 올라갔고 덩달아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직원이 높은 임금을 받자 이런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한 것이다. 이직률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양질의 직원을 채용할 수 있어 오히려 비용이 절감됐다.

대형 보험 업체 애트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회사의 자체 조사 결과, 최저 임금을 받는 직원이 자신이 파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작 구성원들은 자사의 서비스 혜택을 못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인지한 경영진은 급여를 인상했다. 이후 구성원의 직장 만족도가 올라가고 업무 생산성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최대 자산인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페이팔, 직원 복지 개선 정책으로 경영 혁신

미 전자결제 기업인 페이팔 사례를 보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직원의 재무 건전성을 조사해 본 경영진은 경악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만 해도 급여를 잘 주고 있어서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콜센터와 본사 등에서 페이팔 직원 1만 명 이상 중 3분의 2가 겨우 먹고 살 만큼만 벌고 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뼈 아픈 조사 결과를 받아든 그는 2020년 10월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여러 지원책을 마련했다. 모든 근로자에게 페이팔 주식을 나눠주고 의료비 부담을 60% 낮췄다. 급여를 인상했으며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복지 개선에 수천만달러가 투입됐다고 한다. 그 결과 페이팔 직원의 충성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직률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슐먼 CEO는 “기업의 유일한 비교 우위는 얼마나 많은 인재를 유치하고 또 계속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직원과 고객을 우선시하면 누구도 그 사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회사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나온 페이팔 실적은 슐먼 CEO의 말을 뒷받침했다. 페이팔은 2021년 7월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53억달러(약 6조307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급증한 15억달러(약 1조7850억원)를 기록했다.


페이팔(왼쪽)은 수천만달러를 투입해 직원 복지를 개선했으며 MS(오른쪽)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공감력을 필두로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페이팔(왼쪽)은 수천만달러를 투입해 직원 복지를 개선했으며 MS(오른쪽)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공감력을 필두로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람 중심으로 사명을 바꾼 마이크로소프트

‘사람’이 경영 혁신에서 중심이 된다는 건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가 말해준다. 과거 대표적인 천재 경영 회사 중 하나가 MS였다. 세계 최고 시가총액을 기록했던 회사에 뛰어난 직원들이 입사했고, 다들 자기가 천재급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자신도 천재였던 전 CEO 스티브 발머는 이들을 경쟁시켜 진짜 천재를 찾아내고자 했다. 실패하면 그는 천재가 아니라고 간주해 낮은 평가를 주거나 해고했다.

그러자 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천재들은 실패하지도 않고 누구에게 묻지도 않았다. 다들 아는 체만 하며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평가절하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를 낮게 설정했다. 높게 목표를 잡았다가 실패하면 멍청이라고 비난을 받는다고 생각해서다. 부서 간 정보 공유가 사라진 자리에는 관료주의가 비집고 들어왔다. 당연히 회사는 점점 쇠락했다.

변화는 2014년 CEO가 사티아 나델라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부임 후 처음 몇 달 동안 직위나 소속에 상관없이 임직원 수백 명을 만나 많은 얘기를 직접 들었다. 그는 임원과 기술자가 모인 타운 홀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기술을 모르니 설명해 주세요. 모른다는 것과 실패했다는 것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성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천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팀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그동안 천재 흉내를 냈던 임직원의 숨통이 트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서로 묻고 답했다. 사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구성원에게 무시당할까 또는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질까 두려워서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만드는 기회다. 나델라는 회사의 보상 체계도 팀워크와 협업을 장려하는 쪽으로 바꿨다.

MS의 경영 혁신 원동력은 나델라의 공감력에서 나왔다. 그에게는 뇌성마비를 앓는 아들이 있고 두 딸 중 한 명은 학습장애를 앓고 있다. 나델라는 이들을 돌보면서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에 공감하게 됐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MS 임직원은 인도 출신의 낯선 CEO를 멀리서 지켜만 보다가 그의 소탈함에 점차 바뀌어갔다. 시기가 아닌 존중을, 경쟁이 아닌 협업을 지향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MS는 제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해갔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가 MS의 사명(mission)이다. ‘돕는다’는 평범한 단어는 MS 경영의 핵심 키워드다. 나델라는 MS가 가진 기술력으로 많은 세상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뇌성마비 아들이 휠체어 옆에 달린 센서 덕분에 음악 재생 목록을 넘길 수 있고, 과거 회사가 도스(Dos)와 윈도(Windows)를 만든 덕분에 전 세계인이 개인용 컴퓨터(PC)를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MS의 조직 문화 혁신 결과는 직원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새로운 사명 도입 후 1년 만에 직원 95%가 MS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응답률 85%). 또 92%는 MS를 일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무적 성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매출과 순이익은 눈부시게 변화했다. 2010년 620억달러(약 73조7800억원)였던 매출은 2020년 1430억달러(약 170조1700억원)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놀라운 것은 이 기간 어느 한 해도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이익 마진율은 무려 31%다. 애플의 마진율 21%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물론 뛰어난 실적 배경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전환이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사람 중심의 혁신이 있었다. 결국 혁신의 촉매제는 사람이다.

이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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