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양도세 상담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12월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양도세 상담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요즘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단연 세금이다. 11월만 해도 주로 종합부동산세가 핫이슈로 떠오르더니 12월 들어서는 양도소득세(양도세)로 옮겨붙고 있다. 국회는 12월 2일 여야 합의로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세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양도세 완화는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예고된 사안이다. 최근 시장의 초관심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비과세를 언제 시행할지로 모이고 있다. 요즘 수요자들은 세제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금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양도세 완화를 기대하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감면을 시행할지, 시행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것이다. 집값을 움직이는 변수로 세금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주택 양도세 비과세 상향, 거래 숨통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은 그동안 집을 팔려고 했던 1주택자들이 많이 기다려온 ‘희망 사항’이었다.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을 돌파할 만큼 집값이 크게 오르자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법 개정안 시행 시기는 2022년 1월 1일로 규정돼 있었는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공포일’로 수정했다. 연말 잔금 처리를 앞둔 주택 매도자의 요청이 늘어나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도 12월 8일부터 양도세 비과세 상향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대폭 단축했다. 양도세 부과 기준은 등기일과 잔금 청산일 중 빠른 날로 적용된다. 잔금을 치른 뒤 등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상 잔금 청산일이 기준일이 된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세금 차이는 크다.

가령 5억원에 산 1가구 1주택자가 10년간 보유 및 실거주를 한 뒤 15억원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일 경우 양도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471만8000원이다. 하지만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오르면 499만9500원으로, 종전의 3분의 1로 줄어든다.

이번 양도세 개편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 중 1주택자가 85%에 달한다.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세금 변수만으로 단순화한다면 이번 세제 개편으로 양도세 비과세를 활용해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1주택자가 많아질 수 있다. 그동안 거래 가뭄에 시달리던 시장 입장에, 일부 숨통이 트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양도세 감면 폭이 넓어진 만큼 고가 주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보유를 더 늘리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고가 주택으로 상향 이동할 경우 취득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대출 문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양도세 기준 상향에 따른 수혜는 주로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이나 경기(과천·분당·판교·광교 등)나 광역시 주택 매도자들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9억원 이하 주택이 많은 지방에서는 규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2년만 살면 양도세 부담은 거의 없어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시가 9억→12억원) 조치가 12월 8일부터 시행됐다. 사진은 12월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양도소득세율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시가 9억→12억원) 조치가 12월 8일부터 시행됐다. 사진은 12월 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양도소득세율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초고가 주택 장특공제는 그대로

2021년 8월 여당은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되 신규 취득분부터 고가 주택에 적용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가령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최대 10년 40%)을 그대로 두되,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율은 양도차익별로 10∼40%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양도차익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은 보유 기간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10%로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양도세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특공제 차등화 방안은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빠졌다. 따라서 종전처럼 장특공제는 거주와 보유 기간을 합쳐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언제?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돌았다. 그동안 여당에서는 집값 불안을 이유로 거론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다만 여당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 완화는 당론은 아니고 의원 개인의 발언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더 이상 논의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방안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필자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대선 이후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선거 공약으로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내걸고 있어서다. 다주택자 한시적 양도세 감면은 소득세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해 국회 동의 절차 없이도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나서 다시 살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시장 안정 효과가 떨어지므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양도세 중과 완화 혜택을 받고 판 다주택자는 일정 기간 내 다시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가령 현재 1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한 채 더 사면 8%의 취득세를 부과하는데 이보다 더 높은 12%를 매기는 식이다.

제대로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려면 기간도 늘려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중과를 6개월간 유예한 적이 있었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너무 짧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현행 임대차 계약이 재계약을 포함해 사실상 4년으로, 종전보다 두 배 길어졌다. 다주택자들은 거주 주택이 아닌 임대 놓은 집을 먼저 팔 수밖에 없다. 거주 주택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활용해 마지막으로 파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전·월세를 낀 집은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지 않는 한 생각보다 팔기 쉽지 않다. 한시적 중과 유예 기간(2년 정도)을 종전보다 길게 한다면 매물 출회에 따른 시장 안정 효과가 클 것이다. 어쨌든 부동산 시장 안정장치를 마련하면서 거래에 물꼬를 트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뜨거운 감자’인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적 여론 수렴 과정을 좀 더 거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