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 노동부는 12월 10일(이하 현지시각)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6.8%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1982년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상승했다. 지난 10월 8.6%의 PPI 상승률과 비교해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 최근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 중인 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내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앞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동절기를 맞아 국제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도 인플레이션 심화 요인으로 꼽힌다. 필자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과도한 통화완화 정책이 인플레이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 대응을 위해 11월 초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1월 말부터 내년 6월까지 ②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15일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는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3개월 앞당겼다. 국채 등의 자산 매입 규모를 11월 발표한 월 150억달러(약 18조원)보다 두 배 많은 월 300억달러(약 36조원)로 확대, 내년 3월까지 테이퍼링을 조기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12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입해 왔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미국 정부의 기준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펼쳤다. 사진 셔터스톡
짐 오닐(Jim O’Neill) 범유럽 보건·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전 영국 재무장관
짐 오닐(Jim O’Neill)
범유럽 보건·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전 영국 재무장관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다음 해를 예측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다음 해를 보내고 나면 그 전에 했던 예측이 가치가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경제 이슈들에 대해 품었던 수많은 의문이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의 불확실성은 금융 시장에서 많이 발견된다. 만약 우리가 2022년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상황에서 하나라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금융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2년을 앞두고 가장 많은 예측이 쏟아지는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이다. 다음 해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다. 내년에 예상되는 대부분의 경제 전망들이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의 많은 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된 경제 회복 속도나 지속되는 ③ 공급망 병목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공급망 문제는 경제의 과도한 자극 또는 생산성 약화 같은 문제의 징후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는 미국 정부의 통화량 증대 정책과 과도한 정부 부채 증가가 꼽힌다. 지나친 통화량 증대와 과도한 부채 증가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2년간 이것이 틀렸다는 게 입증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가 시중에 통화 공급량을 크게 늘렸지만 아직도 미국 경제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채액 증가보다 훨씬 중요한 건 부채의 목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활동 붕괴를 막기 위해 발생하는 부채와 단순히 정부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인 지원으로 발생하는 부채는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버티기엔 한계에 왔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에 나섰다는 것은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사진 셔터스톡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사진 셔터스톡

밀턴 프리드먼 학파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필자 역시 이처럼 극도로 완화된 통화 정책은 잘못됐다고 본다. 현재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지속가능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가파른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해도 무제한적인 양적 완화에 대한 정당성은 갈수록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연준이 느슨한 통화 정책을 집행하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결실이 일부 자산을 소유한 소수에게만 돌아간다는 의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일을 하지 않고 정부의 실업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산성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정부의 완화된 통화 정책이 만든 문제였다.

2022년은 인플레이션 외 다른 거시적 현안들도 산적해 있는 해이다. 우선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문제가 있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잘 조화를 이룰지도 두고 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2년간 이어져 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종식 여부도 중요한 현안이다. 오미크론이 빠르게 우세종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변이로 대체될지 예측이 불가하다. 항생제 내성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도 생각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현안은 지난 2년간 급증한 세계적인 빈곤 문제다. 이는 우리가 당면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만연한 점도 개선해야 한다. 주요 20개국(G20)의 협력 효과가 입증된 10년 전과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협력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찾아볼 수 없었다. 2022년에는 각국 간의 협력이 크게 개선되기를 바란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오미크론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 32개가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오미크론은 16개의 돌연변이를 보유한 델타 변이보다 돌연변이 수가 두 배 많고,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 수도 10개로 델타(2개)보다 더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의 코로나19 감염으로 획득한 자연면역과 예방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면역반응을 모두 회피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미크론은 보츠와나, 남아공 등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서 처음 유행하다 현재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월 26일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테이퍼링은 미국 연준이 양적 완화 정책(국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보통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장에 보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테이퍼링은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뜻으로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이 언급하면서 널리 쓰이는 경제 용어가 됐다. 테이퍼링이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을 예견하고 신흥국에서 자산을 매각, 달러 매입에 나서게 된다. 일부 국가의 경우 급격한 달러화 유출로 외환위기를 당할 가능성도 생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테이퍼링 이야기만 나와도 증시 하락에 대한 공포 심리가 조성된다. ‘테이퍼링 발작’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공급망 병목 현상은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공급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아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코로나19 방역으로 항구 물류 작업 인력이 급감하면서 항구에 도착한 선박의 화물 적재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공급망 병목 현상은 지난 10월 정점을 찍었다. 당시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로스앤젤레스(LA)항에 정박했지만 화물을 내리지 못한 컨테이너선이 100척이 넘기도 했다. 항구 정체로 해상 운송 시간이 느려지고 해상운임이 급등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짐 오닐

정리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김혜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