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주의는 자율과 유연성이 높은 조직 문화다. 사진 셔터스톡
사람 중심주의는 자율과 유연성이 높은 조직 문화다. 사진 셔터스톡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카를 마르크스가 사망한 1883년에 태어난 두 위대한 경제학자, 존 케인스와 조지프 슘페터를 소환했다. 팬데믹이 케인스와 재정투자를 불러왔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슘페터와 혁신을 등장시키는 모양새다. 케인스가 정부의 재정투자를 강조했다면, 슘페터는 재정난을 수습하는 대안으로 기업가형 혁신자본주의를 제안한다.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는 우리는 이제 슘페터와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동인은 혁신이며, 이를 이끌어가는 힘은 혁신적 기업가의 역할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조직문화와 국가 운영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위계와 지시 중심의 관료제 조직문화가 사라지고 수평과 사람 중심의 사람 중심주의(humanocracy)가 등장할 것이다. 둘째, 재정투입 중심의 관리자적 국가 운영에서 혁신 중심의 ‘기업가형 국가(Entrepreneurial State)’ 운영으로 전환될 것이다. 기업가형 국가는 구성원과 국민을 혁신의 주체로 보며, 기업가형 접근을 조직 운영 원리로 제안한다. 둘의 공통점은 구성원과 국민에게 혁신의 권한을 위양하고, 혁신의 주체가 위계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구성원과 국민이라는 점이다. 다만 전자는 직원들의 혁신역량을 고무하도록 하는 제도라면, 후자는 국민역량을 혁신으로 이끌고자 한다.

기업과 국가는 이런 전환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팬데믹은 지금까지 접근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지구온난화, 사회 양극화, 기업이 지속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다. 이에 국가의 미션과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는 치안과 국방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살리고 사회를 살리고 기업을 살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미션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그의 저서 ‘미션 이코노미(Mission Economy)’에서 낡고 부패한 자본주의를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가형 국가는 혁신의 도전 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문샷(moonshot·달 탐사선 발사에 버금가는 혁신 과제)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관료제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책상에 의한 지배’를 뜻하는 관료제는 지시와 규정에 순응하는 인간을 전제로 ‘안정성과 일관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료제는 팬데믹 기간 새로운 문제를 풀어가는 유연성을 잃게 했다. 관료제 아래서 사람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무시되고 비범한 사람이 모여 평범한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관료제에서 실패는 곧 징계와 배임이다. 구성원들은 실패할 자유가 없다. 그러니 새로운 것은 시도될 수 없다. 팀 단위 협력과 시너지도 불가능했다. 같은 조직이지만 부서가 다르면 그들과 협력할 수 없다. 위아래만 있는 위계조직이기 때문이다. 즉, 관료제는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한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경영과는 반대다.

반면, 사람 중심주의는 자율과 유연성이 높은 조직문화다. 분권화한 단위 조직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성과에 책임진다. 그러면서 팀 단위 협업은 강조된다. 기업가형 국가란 정부도 기업처럼 경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기업보다 더 먼 미래의 미션을 위해 더 큰 혁신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 국가는 달을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개선하는 혁신이 아니라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 발사를 과감하게 준비하는 문샷 접근을 해야 할 때다.

김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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