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사진 조선일보 DB
심교언 건국대 경영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울대 공과대 도시공학·서울대 대학원 공과대학 도시공학 석·박사, 현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상임이사, 현 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심교언 건국대 경영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울대 공과대 도시공학·서울대 대학원 공과대학 도시공학 석·박사, 현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상임이사, 현 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역사의 데자뷔

우연히 노무현 정부 당시 나온 논문을 하나 봤다. 다음은 그 논문의 일부다. “2003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강남권의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을 가수요에 의한 투기로 지목하고 이러한 주택시장의 투기적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 10·29대책 등 4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 2001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 폭등 원인을 살펴보면 주택의 공급 부족, 저금리에 따른 약 500조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에 의한 과잉유동성, 수도권 집중억제에 따른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 강북 중심의 뉴타운지구 25곳, 균형개발촉진지구 8곳에 이르는 도시재정비사업과 같은 전국적인 개발붐에 편승한 투기적 과잉수요 등의 복합적인 요인 등을 들 수 있다.”

세금과 관련해서도 논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 원칙을 내세웠던 것은 이런 정책을 펼치면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사라져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이 논리였다. 그러나 정부는 거래세 세율을 소폭 인하한 대신 과세 기준을 종래 시가표준액에서 실거래가로 변경했다. 결국 거래세 세율 인하 효과가 상쇄되고 오히려 실효세율은 높아졌고, 양도소득세의 부담이 실거래가 과세에 따라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거래까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숫자와 문구만 몇 개 바꾼다면 지금 써도 무방한 내용이다. 세월이 흘러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역사에서 무언가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잊고 사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초지자체의 지표가 산정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역대 정부의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의 변화를 살펴보자. 2000년대 초반의 급등기와 이후 안정기, 그리고 현 정부에서의 폭등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러한 추세는 역대 정부별 가격 변화 그림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노무현 정부 시기와 문재인 정부 시기는 전국의 상승률이 높을 뿐 아니라, 서울과 강남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주택 부문에서만 본다면,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에서 오히려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그에 반하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집값이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서울과 강남 아파트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강남의 집값은 제법 하락했다. 시장을 중시하는 정부에서 주거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게 아닌지 싶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세율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부동산 정책을 많이 내놓은 정부다. 특히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많은 규제를 양산해냈다. 두 정부 모두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여야 한다고 천명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췄으나, 현 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를, 거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현재 부동산을 매입할 때 부과되는 취득세는 최고 12%, 농특세를 포함한 종합보유세는 최고 7.2%, 지방세를 포함한 양도세는 최고 82.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세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자료를 취합해 보여준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는 OECD 36개 회원국 중 재산 과세 부담 10위, 거래세 1위, 보유세 18위를 차지했다. 2020년 기준 증권거래세 등을 포함한 보유세(tax on property)는 세계 3위로 나타나는데,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캐나다 하나다. 한국은 프랑스와 같은 수치로 매겨져 있다. 앞으로 공시가격이 더 상승하고 세금을 낼 때 고려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라갈 예정이라고 하니 세금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결국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보유세를 많이 내는 나라가 될 것이다.

얼마 전 한 야당 국회의원이 얘기했듯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종부세도 최고 세율의 경우 20년 정도 납부하면 부동산을 국가가 가져가는 모양새다. 그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전국에 산재한 개인별 보유 부동산 가액을 모두 합산해 재산세를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국세를 가진 나라는 없다”고도 한다.

양도세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가 우리보다 최고 세율이 낮다. 그리고 자가 주택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1주택자의 경우 세금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반면 우리의 경우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부동산을 팔 경우, 기존 집으로도 못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재화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공급 축소로 인해 사회 후생이 줄어들게 된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 임대주택의 80%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강화될 경우 주택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들게 되고 이는 서민 주거난으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작년에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아예 철거한 경우까지 나타났지 않은가.


대선으로 불거진 양도세 이슈

각종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데, 대통령선거로 시장은 더욱 어수선하다.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 차이가 얼마 나지 않자 앞다퉈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는 느낌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세금 관련 공약도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여당 후보의 경우 현 정부와 비슷한 정책 기조를 보이다가, 최근 그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 후보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는 싶은데 양도세 중과 문제 때문에 어려움 겪는 거 같다”며 “중과 부담을 일시적으로 비상조치로 완화해주고, 일정 시간 지나면 원상복구해 양도세 부담을 가중시키면 상당량의 주택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주장했다.

그렇다. 후보의 말처럼 시장에 물량이 풀리면 가격은 단기적으로라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낳은 양도세 인상으로 인한 동결 효과(lock-in effect)는 그 폐해가 크다. 동결 효과로 인해 시장에는 그 물량이 씨가 말랐고, 이는 가격 급등으로 연결됐다. 물량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차라리 증여를 택하는 경우도 훨씬 많아졌다. 특히 강남 3구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이 커지자 매매를 선택하기보다 증여를 선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이외에도 현재의 주택을 매도하고 다른 투자안으로 이행하는 것을 방해해 국가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대한 피해는 국민 전체와 그중에서도 서민들이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한시적 감면’을 통해 시장에 물량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특히 3기 신도시 입주까지는 공급 부족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때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낮추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조세의 대상은 넓히되 세율은 낮추고 누더기가 된 각종 예외 규정을 줄여서 단순하고 투명하게 해 효율성과 형평성 등을 제고해야 한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지정하는 조정대상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과하는 것도 합리적인 조세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주택 보유 수에 관계없이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의 수십억원대 1주택자보다 지방의 몇억짜리 다주택자가 왜 징벌적 중과를 받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