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브랜드 예. 왼쪽부터 치폴레(Chipotle), 파타고니아(Patagonia), 버진(Virgin). 사진 셔터스톡
진정성 있는 브랜드 예. 왼쪽부터 치폴레(Chipotle), 파타고니아(Patagonia), 버진(Virgin). 사진 셔터스톡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진정성’이라는 말을 비즈니스와 연결한 사람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조지프 파인 주니어(B. Joseph Pine II)와 제임스 H. 길모어(James H. Gilmore) 교수다. 그들의 책 ‘어센틱시티(Authenticity·진정성)’에는 잊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브랜드를 보면 곧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의 소비자가 갑자기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게 됐다는 말이 아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정보 주권의 재편성’ 현상 때문이다. 정보 생산과 유통의 주체는 기업이나 정부였고 소비자와 시민은 수용자였다. 그랬던 소비자와 시민이 이제는 정보 생산과 유통의 주체가 됐다는 것이 바로 정보 주권의 재편성 현상이다. 이는 온라인 미디어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이다. 온라인 미디어는 활자 정보보다 각인 효과가 큰 이미지나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그런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도 보편화됐다.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전통적인 브랜딩에서 가장 효과적인 간접 경험의 전파 수단은 광고였다. 광고 내용을 배반하는 사람의 직접 경험은 이전에는 개인적 경험으로 머무르면서 전파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 주권이 재편된 시대다. 이제 개인의 직접 경험은 온라인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그리고 강렬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마침내 기업이 피곤한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없게 됐다. 이제 모두가 매체를 하나씩 가지게 됐다. 전 국민이 리포터가 된 셈이다.


진정성 브랜딩의 세 요소

브랜딩은 ‘제품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하는 네이밍과 ‘어떤 디자인을 적용할까’하는 디자인 작업을 일컫는 말이었다. 최근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의 가치나 의미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왜곡 없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이 됐다. 마케팅이 ‘파는 것’이면 브랜딩은 ‘남기는 것’이다. 브랜딩은 강렬한 생각, 연상, 단어, 문장 등을 남기는 것을 지향한다. 강력하게 떠오르는 생각, 연상, 어떤 단어나 문장 때문에 스스로 팔리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그래서 ‘무엇을 떠올리게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브랜딩의 출발점이다. 이런 목표 인식을 브랜드 아이덴티티(BI)라고 한다. 이미지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리는 결과적 인식이다. 

따라서 브랜딩의 두 가지 요소는 인풋(input·투입)인 아이덴티티(정체성)와 아웃풋(output·출력)인 이미지가 된다. 얼마나 멋지게 아이덴티티를 뽑아낼 것이며 또 그 목표 인식을 어떤 식으로 세련되게 의사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브랜딩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브랜딩을 ‘세련된 광고로 완성되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그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다고 치자. 소비자는 간접 경험만으로 그 브랜드를 구매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광고와는 너무 다른, 실망스러운 제품임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내구성이 좋다고 세련되게 광고한 브랜드 제품을 샀는데 쉽게 망가지더라는 직접 경험을 한 소비자의 배신감은 이제 그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또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는 브랜드 메시지 때문에 호감을 가지게 된 기업이 있다고 치자. 인간 중심의 기업이라고 그토록 외쳤던 기업이 종업원과 협력업체를 비인간적으로 다루고 있었음을 경험한 소비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SNS 콘텐츠를 통해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는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은 성능에서도 브랜드별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굳이 그 기업 브랜드 제품을 고집할 이유는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진정성 브랜딩에서는 일반적인 브랜딩의 두 요소인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에 ‘브랜드의 실체(reality)’라는 요소가 추가된다. 진정성이 부족한 사람이나 기업일수록 문제를 ‘소통’에 돌리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안다. 의사소통이 아닌 실체가 문제임을.

진심이 담긴 브랜딩은 소비자의 간접경험(대표적으로 광고 등)뿐 아니라 소비자의 직접경험(제품, 판매 현장, 종업원과의 접촉 등)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메시지와 실체가 서로를 배반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아이덴티티를 설정할 때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 실체와 연관성 있는 목표 인식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아이덴티티가 정립되고 나면 그 목표 인식이 현재의 실체에 반영돼 실체가 아이덴티티 방향대로 강화하도록 하는 순서가 뒤따라와야 한다. 간접 경험과 배치되지 않는 직접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브랜딩에 진정성이 결합하면 브랜딩의 세 가지 요소는 ‘R-I-I(Reality·실체-Identity·정체성-Image·이미지)’가 된다. 마케팅의 대부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마켓3.0’에서 브랜딩의 3I(Identity·Image·Integrity)를 주창했었다. ‘인테그리티(Integrity)’는 실체와 연결된 진실성을 의미한다. 진정성을 다르게 표현한 말일뿐이다. 


진심 어린 브랜딩(Authentic Branding)의 원칙

진정성이란 말은 그리스 말 ‘어센티코스(authentikos)’에서 유래했다. ‘진짜’라는 뜻이다. 진짜는 원본이나 독창성을 의미한다. 진정성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언행일치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메시지와 브랜드 실체가 정합성을 가지는 것이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일관성이다. 진정성을 ‘착하고 도덕적인’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일관성을 잃지 않고 소비자 경험에 반영되는 것이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날라리의 즐거움’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라도 진정성 있는 브랜딩은 가능하다. 

아이덴티티가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임직원에게서 일관되게 묻어 나와 소비자가 경험할 수만 있으면 그것은 진심 어린 브랜딩이 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약속과 약속 이행이 연결된다는 경험의 반복이다. 다시 말해, 일관성에 의한 확실성과 그에 따른 예측 가능성(reliability)이 중요하다. 시류에 따라 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약속의 꾸준한 이행이 진정성 브랜딩의 핵심이다. 그래서 정직한 음식(Food with integrity)을 내세운 멕시칸 그릴 레스토랑 ‘치폴레(Chipotle)’와 소비자 건강과 환경 친화를 실천하는 ‘파타고니아(Patagonia)’만큼이나 ‘버진(Virgin)’도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된다. 버진은 비록 날라리의 즐거움이란 도덕적이거나 모범적이지 않은 아이덴티티를 표방하지만, 메시지와 실체 모두에 그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진정성 브랜딩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