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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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학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학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상장(上場)이다. 상장이 되면 비교적 원활하게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상장 법인으로서 일반 법인과는 달리 여러 가지 법률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우리 사주 배정 및 회사 지명도 제고를 통한 우수한 인재 유치 및 고용 유지 등의 부가적인 효과도 막대하다.

회사의 매출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물질이나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이 투자되는 바이오 회사로서는 회사 상장의 성공 여부를 회사의 존속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한 회사가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 장치 개발에 성공하는 것보다는 상장이란 제도를 악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데 열을 올린 사례가 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개미 투자자가 적지 않은 손실을 입는 것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있어 왔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상장 제도에 부작용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상장 전후 짧은 기간에 회사의 가치를 근거 없이 부풀려 주가에는 거품이 끼고 이를 믿었던 수많은 투자자는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상장사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우선 회사의 가치를 정당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알려야 하고, 다음으로는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하도록 본연의 연구개발(R&D) 임무에 매진해야 한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투자 후에는 회사가 탄탄하고 속이 알차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주주들의 인내와 협조도 꼭 필요한 변수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목표했던 개발 일정보다 지연되는 연구와 이에 따른 회사의 운영이나 개발비의 증가, 상장 유지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유 영역이 아닌 다른 분야의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무시할 수는 없다. 

‘파이프라인의 개발 실패’라는 악재는 회사 가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일종의 사형 선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는 투명하고 공정한 상장 과정을 위해 객관적이고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상장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얼마나 정확하게 바이오 회사의 현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있을까. 이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장과 바이오 회사, 투자자(주주), 거래소의 신뢰도와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답은 바이오산업계의 많은 상장사 중 상장 당시의 기대에 의한 공모가와 단기적인 주가 상승 그리고 현재의 실제 주가를 비교해 보는 것으로 가늠해보면 가능할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까지의 결과에 회사, 주주 그리고 심지어는 거래소도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가 많아서다. 그렇다면 가이드라인에 어떤 내용을 담아서 심사 기준으로 해야 상장이 적격한지 공정한 판단을 하고, 적절한 미래 가치에 가장 가깝게 공모가를 예측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거래소는 무슨 근거로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전에 우선 상장 제도, 그중에서도 많은 바이오벤처가 도전하는 ‘코스닥 시장의 특례 상장 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코스닥 시장의 특례 상장 제도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고, 유망 기업들에 충분한 운영 자금 확보 등의 혜택을 주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코스닥의 특례 상장에는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 기술 특례 상장 그리고 성장성 특례 상장, 세 가지 요건이 있다. ‘테슬라 요건’이라고도 불리는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은 미국 전기차 제조 회사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에 자금 조달의 길을 터주기 위해 적자 기업이라도 시가 총액이나 매출액,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정 수준이 될 것으로 평가되면 상장이 허가된다. 

기술 특례 상장은 일반 기업에 적용되는 사업성 평가 대신에 기술 평가를 거친다. 거래소가 인증한 전문 평가 기관 중 두 곳을 지정 받아 A와 BBB 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이 제도는 영업 실적이 미흡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이 높은 유망 기술 기업에 자본 공급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2005년 도입됐고 바이오 벤처들의 등용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성장성 특례 상장은 증권사가 기술을 보장하고 추천하면 되는데 자기 자본이 10억원 이상이고 자본 잠식률이 10% 미만인 조건을 충족시키면 된다. 세 가지 특례 상장 중 상대적으로 가장 단순한 절차다. 테슬라와 같이 지금은 적자지만 500억원 이상의 시가 총액과 30억원 이상의 매출, 2년 평균 매출 증가율 20%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는 미실현 특례 상장과는 달리 나머지 두 상장 절차의 조건은 앞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혹은 이뤄지길 기원하는 일종의 허수(虛數)인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해 상장을 허락하는 제도다. 실패 위험성을 감수하는 도전적 상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이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실패하면 어느 정도의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가이드라인에 담겨 있는 기업 보유 파이프라인과 특허의 개수, 기술 수출의 성사 여부와 건수 등으로 심사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배경이다. 필자도 간혹 일부 회사가 어떻게 상장했는지, 이들이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과 연구 역량으로 어떻게 이런 가치가 산정됐는지, 기술 수출이 기업 가치에 미친 영향 등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특히 이 두 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회사들의 상장 후 실적과 함께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 뜨거운 논란에 기름을 붓고도 남는다. 회사, 주주 그리고 심지어는 거래소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21년 3월에 추가된 시가 총액 5000억원 이상에 기술성 평가 A를 한 번만 받으면 상장을 승인하는 ‘유니콘 상장 특례 제도’는 거래 시장 활성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심과 함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일으켰다. 이 같은 논란은 기업의 가치 산정 기준이 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생긴다. 물론 모든 것을 너무 부정적이고 염세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 유치되는 투자금으로 기업 가치를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기술 수출의 경우 실제로 전문적인 거간꾼이 존재하고, 목적을 가진 기획성 기술 수출이 있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현금 거래가 아닌 주식 교환이나 지분 공유 등의 계약 조건뿐 아니라 반환 조건이나 개발에 대한 책임 조항 등도 주의 깊고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매년 많은 기업이 상장에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한다. 실패한 기업과 투자자들은 그 결과에 의문과 실망을 토로하고 성공한 기업은 상장 후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악재로 회사 가치가 떨어져 불신을 키우고 거래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특례 상장 제도가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전락하지 않고 미래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회사, 투자자, 거래소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