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목적은 ‘이루고자 하는 일, 나아가는 방향’을 의미한다. 이루려는 일을 ‘왜’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개념으로, 어떤 일을 하려는 ‘이유’나 ‘취지’를 일컫는다. 한편, 목표는 ‘이루거나 도달하려는 실제적인 대상’을 뜻한다. 어떤 일을 해서 얻고자 하는 ‘최종 결과물’을 가리킨다. ‘행복한 인생’이 어떤 사람의 삶의 목적이라 한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예를 들면 돈 많이 벌기, 결혼하기 등)은 목표가 되는 식이다. 

기업 브랜드이건 제품·서비스 브랜드이건 자신들이 내세우는 ‘핵심 가치 실천’은 목적이 된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익 창출’ 등은 목표가 된다. 하지만 목적과 목표를 혼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브랜드도 많이 보인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자신들의 목적, 목표 등을 가치체계로 정립해 왔다. ‘미션-비전-핵심 가치(Mission-Vision-Value· M-V-V)’를 가치체계의 핵심 요소로 정리하는 일이 오래된 관행이다. 

원래 미션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존재의 고유성을 밝히는 기능이다. ‘우리 브랜드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관한 답을 정리한 것이다. ‘왜(why)’에 해당한다. 미션의 또 다른 기능은 비전의 실천 방향을 밝히는 것이다. 우리의 가까운 미래는 이런 모습인데 이렇게 되기 위해 ‘우리는 일상적으로 이런 것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선포한다. 즉, ‘무엇(what)’에 해당한다. 미션은 원래 ‘왜’와 ‘무엇’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미션이 비전과 결합해 가치체계로 정리되면서 일어난다. 기업이나 브랜드 비전은 명확하게 정리하려고 할수록 비즈니스 목표나 운영 목표로 귀결되곤 한다.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2030년까지 매출액 얼마를 달성한다’ ‘언제까지 글로벌 톱 10에 진입한다’ 등이 전형적인 예다. 경영자는 이런 것을 선호한다. 특히 전문경영인은 더 그렇다. 비전이 구체적이면 미션은 비전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격하되기 시작한다. ‘왜’의 기능은 없어지고 ‘무엇’의 기능만 부각된다. 그렇게 되면 미션은 울림을 잃는다. 약간의 엄숙함과 자의식이 녹아 있지 않은 미션은 싱거울 수밖에 없다. 


브랜드 목적의 부각 

진정성,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 중심의 기업 활동을 독려하던 흐름은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대세가 된 듯하다. 이윤추구라는 기업 활동의 고유한 목표만으로는 아무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차별화돼도 존중받거나 선택받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가 주는 혜택의 차원을 넘어 자기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목적을 표방하며 이를 실천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기업은 가치 중심 활동을 하는 이유, 브랜드 존재의 고유함 등을 미션만으로 표방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브랜드 목적이 가치체계상 가장 상위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존재 자체가 남다른 브랜드를 추구함으로써 근본적인 차별화를 꾀하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브랜드 목적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목적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세상에 공헌하는 방식 그리고 어떤 세상을 지향하는가를 말한다. 미션은 ‘해야 하는 일(What we do)’이 된다. 목적은 ‘왜 해야 하는지(Why we do)’에 대한 선언이다. 미션·비전·가치 등 기존 가치체계 요소가 정리돼야 하는 출발점이 브랜드 목적이 된다. 

목적을 무엇으로 표방하냐에 따라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도 세계관도 달라진다. 브랜드 목적은 이해관계자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니레버는 ‘지속 가능한 삶을 일상으로(Making Sustainable Living Commonplace)’,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지구를 구하기 위한 사업(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이라는 브랜드 목적을 선언했다. 모두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접목, 구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브랜드 목적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면 보통 검증 몇 단계를 거쳐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먼저 차별화(differentiation) 단계다. 남다르냐는 것이다. 다음은 적합성(relevance) 단계다. 튀지만 소비자 요구에 안 맞는다면 그 브랜드는 살아남기 어렵다. 이어서 지식(knowledge) 단계다. 인지도가 탄탄하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존중(esteem) 단계다. 가치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냐는 것이다. 매년 개최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 부천을 상징하는 문화축제다. 1997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26회째를 맞게 된다. 브랜드 성장 단계로 따져 보면 ‘차별화-적합성-지식-존중’의 단계에서 존중을 어떻게 획득하고 유지할 것인가를 고려할 역사가 됐다. 장르 영화제라는 차별성, 조금은 소수 마니아 특성을 보이지만 확고한 팬덤을 확보한 적합성, 그래도 대부분의 문화향유자는 인지하고 있는 지식의 단계까지는 성장한 브랜드다. 시의적절하게 BIFAN은 최근 브랜드 목적을 새로이 정립했다. 

BIFAN은 다음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당신의 브랜드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것에 열정이나 관심이 있는가 △세상에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나 △어떤 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겠나 △어떤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BIFAN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내재된 위대함’과 ‘남다른 세계관’을 정리했다. 또 의미를 연결함으로써 브랜드 목적을 도출할 수 있게 됐다.

BIFAN의 내재된 위대함과 세계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틀을 벗어난 생각(Out-of-box Thinking)’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브랜드 가치는 ‘냉소적이지 않기(No Cynicism)’가 되기로 했다. 새로 정립된 브랜드 목적이 “세상을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 존중받는 곳으로 만들겠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브랜드 목적을 외현화하는 슬로건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브랜드 슬로건은 “감히 더 용감해져라(Dare to be Brave)”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 브랜드 슬로건은 BIFAN 브랜드 목적이 어느 정도 알려지고 공감을 획득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작년 25회 영화제에 등장해 좋은 평을 받은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를 당분간 메인 슬로건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란 판단에서였다.

7월 7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BIFAN에 참여해서 브랜드 목적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얼마나 이상해도 괜찮은지를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