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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한국 경제는 제2 창업기를 맞고 있다. 정주영, 이병철로 대표되는 제1 창업기를 넘어 인공지능(AI)과 플랫폼 혁명을 주도하는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전성시대가 다가왔다. 스타트업은 기업가정신 혁신과 일자리의 화수분이다. 제2 창업기가 만든 벤처기업 일자리 수는 2020년 기준 약 67만 명으로, 제1 창업기 주역 4대 그룹 일자리 수 69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제2 창업기의 창업과 기업가정신은 업(業)의 본질과 지향점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문제가 달라지면서다. 세상의 문제가 달라지면 시장도 달라지고 기업의 목적도 달라진다. 그래서 기업가정신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업의 본질이 기업의 미션이고, 업을 기획하는 사람은 기업가다. 기업가의 문제 해결 방법이 창업과 혁신이다. 업의 본질은 고객, 사회와 관련해 정의해야 한다.

제1 창업기의 기업가정신은 기업가 개인의 도전과 경제적 부(富)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약 4000만원) 시대를 넘어서며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추격형 경제에서 창업은 빠른 모방과 도전이 핵심이었다면, 선도경제에서 창업은 창조와 혁신이 핵심이다. 추격경제에서는 빠른 모방을 위해 장비 투자가 시급했다면, 선도경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을 끌어내는 사람 투자가 더 시급하다. 그러므로 제2 창업기의 기업가정신은 기업가 개인의 도전을 넘어 직원과 함께 혁신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직원과 함께 협력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사람 기반의 기업가정신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 입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살펴야 한다. 기술 경영의 관점도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직원은 장비를 운영하는 생산 주체를 넘어 상상하고 창조하는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이미 국내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한다. 중소벤처기업이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되지 못하면 청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만들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을 혁신의 원천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선도경제에서 지속 성장이 어렵다. 현실은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많은 청년 구직자는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이런 미스매치는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이 부족한 것과도 관련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종업원의 입장이었다기보다는 기업 입장에서 만든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하고 싶은 일터,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더 많이 키울 수 있을까? 우선 제2 창업기, 창업과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의를 시대정신에 맞게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달라진 시장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2019년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주주 중심의 기업 목적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선언했고, 2021년 미국마케팅학회(AMA)는 BMBW 이니셔티브(Better Marketing for a Better World initiative)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좋은 마케팅’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 직원의 혁신 역량을 나타내는 사내 기업가정신에도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2019년 글로벌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 따르면, 국내 중소벤처기업 직원은 자기 능력을 신기술, 신사업, 신제품 등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 생존율을 낮추고, 성장을 저해한다. 선도경제에서는 창업 자체보다 사내 기업가정신을 높이고 성장하도록 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기업 환경은 디지털 대전환, 그린 대전환 변환기에 있지만, 중소벤처기업 인적 역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스킬링(upskilling·숙련도 향상), 리스킬링(reskilling·새 기술 습득), 평생학습제도와 같은 인적 역량 지원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