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 아파트 단지.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국민 평형대’인서울 잠실동의 30평형대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 잠실동 아파트 단지.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국민 평형대’인서울 잠실동의 30평형대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이화자산운용 근무

레버리지(leverage)란 부채를 이용한 투자(차입 투자)를 의미한다. 작은 힘으로 큰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지렛대의 원리를 투자와 운영에 적용해 더 높은 자기자본 수익을 추구한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자금조달 및 수익률 상향을 위해 레버리지를 통상 활용하며, 과거 저금리 및 부동산 상승기에서는 정(正)의 레버리지 효과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3高(고금리·고환율·고물가)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경기 후행적인 부동산 시장도 본격적인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손실이 발생하는 부(負)의 레버리지 효과가 문제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저금리 기조의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을 임대료로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담보대출 시 적용되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terest) 하한선인 1.5에 변동금리 조건부 대출을 받았다면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1년 만에 RTI가 1.0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은 왜 레버리지 효과가 클까

부동산 레버리지는 취득 시점의 투자(재무) 레버리지와 운영 기간의 운영(영업) 레버리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투자 레버리지는 자본이득(capital gain) 극대화를 추구하며 자기자본의 실제 수익률(자본이득률)은 레버리지 비율인 ‘총투자금액/자기자본’에 부동산 가치변동률을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비율이 20%이고, 부동산 가치가 20% 상승할 경우 자기자본 수익률은 100%이고, 부동산 가치가 20% 하락하면 자기자본 수익률이 ̶100%(원금 전액 손실)다. 부동산 가치가 20% 이상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채무 부담도 지게 되는 것이다.

운영 레버리지는 소득이득(income gain) 극대화를 추구하며 자기자본의 실제 수익률(소득이득률)은 ‘임대수익률+(임대수익률-이자율)×(차입금액/자기자본)’로 도출된다. 레버리지 비율보다는 작지만 이와 유사한 부채비율(=차입금액/자기자본)이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임대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높아야지만 자기자본 수익률이 임대수익률보다 크게 되는 정(正)의 레버리지 효과를 갖게 된다. 즉, 금리 상승으로 현재 부동산의 임대수익률과 이자율이 역전되는 경우 부(負)의 레버리지를 당하게 되며, 차입 규모가 클수록 기대했던 임대수익률은 더 크게 낙폭을 키우게 된다.

부동산은 투자 레버리지 관점에서 보면, 대체 투자안(주식, 채권 등)보다 투자 규모가 크고, 취득 시 일시에 재원 조달을 하게 되며,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이 용이하다 보니 부동산 취득 시 레버리지를 크게 하게 된다. 운영 레버리지 역시 생산량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큰 기업(제조업 등)과 달리 면적이 확정된 공간을 사용하는 부동산 임대업 특성상 임대수익의 변동성이 상당히 작다 보니, 임대수익률과 이자율만 역전되지 않으면 긍정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게 된다. 또한, 소득세/법인세 과세표준액에 이자 비용이 제외되므로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총이자 비용을 크게 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 시장 상황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자제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 의장은 실물 경제의 다소간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물가 안정을 위해 상당 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을 시사했다. 국내 역시 환율 방어 등을 위해 미국과 금리 차이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실물 경기 침체기에 금리 인상까지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힘든 국면에 놓이게 된다. 레버리지를 크게 한 부동산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현금 등 유동자산이 부족할 경우 이자를 갚지 못해 급매 처분함으로써 가격 하향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과 금리 인상은 투자 레버리지와 운영 레버리지에 모두 부(負)의 영향을 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부동산 상승기에는 낮은 임대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운영 레버리지를 희생하면서 투자 레버리지만 보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현시점에서는 투자와 운영 모두 레버리지 당할 공산이 크므로 과도한 레버리지는 자제해야 한다.


작은 힘으로 큰 힘을낼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처럼 부채를 이용한 투자는 더 높은 자기자본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작은 힘으로 큰 힘을낼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처럼 부채를 이용한 투자는 더 높은 자기자본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자산부채 상태 점검으로 보수적 투자 바람직

부동산 가격의 바닥을 알고 투자하면 좋겠지만, 바닥을 아는 것은 신의 영역이고, 바닥을 잡는 것은 운이 크게 작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동산 하락기에 부동산 투자를 고민하지 않으면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기 전까지는 부동산 투자 시 과도한 레버리지로 손실 가능성을 크게 키워서는 안 된다. 여유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레버리지 혹은 레버리지 없이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에 앞서, 먼저 자산부채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산부채 상태표를 살펴보고, 소득으로 금융 비용 등 지출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지, 유동자산 및 예비자금은 충분한지 체크한 후 부동산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기자본 규모 및 보수적인 레버리지 비율을 판단해야 한다. 만약, 현재 과도한 레버리지로 투자된 부동산이 있다면 추가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대출 이자율보다 낮은 금융자산(정기예금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금리 인하 시 재차입해 추가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신규 투자 역시, 보수적인 레버리지 규모로 부동산 크기는 줄겠지만, 긍정적인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할 때 신규 부동산을 매각해 더 큰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신규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 차입하여 투자 건수를 늘릴 수도 있다.

레버리지 없이 자기자본만으로 투자를 고려한다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인 상장 리츠 주식 혹은 운영 수익은 없으나 장기 안정적인 토지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상장 리츠 주식의 경우, 부동산 직접투자와 달리 정액 분할매수가 가능해 평균 매입 단가를 인하하는 효과(코스트 애버리징)가 있으므로 시간 분산 투자로 부동산 하락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 토지는 장기 운용 가능한 여유자금 일부를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성하되, 투자자가 그 지역의 변천 과정과 인구 유입 요인 및 개발 호재를 잘 아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 서울·수도권 지역은 프리미엄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예정 부동산에, 그 외 지역은 도시 확장 가능성, 기업과 인재 유입 가능성이 큰 곳에 투자해 보면 어떨까. 무차입으로 토지에 투자하더라도 향후 잠재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토지에 귀속되므로 개발사업비(건축비 등)를 레버리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