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상승으로관심이 커진 협소주택. 사진 셔터스톡
주택 가격 상승으로관심이 커진 협소주택. 사진 셔터스톡
우병탁 신한은행 WM 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시작하는 부동산절세’ 저자
우병탁 신한은행 WM 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시작하는 부동산절세’ 저자

서울 당산동은 영등포구에 속하는 동이다. 법정동으로는 당산동 1~6가 그리고 당산동이 있다. 행정동은 당산 1동과 당산 2동으로 구분된다. 해방 이전에는 경기도 시흥군 영등포면에 속해 있었고 1936년에 오늘날의 서울, 경성부로 편입됐다가 광복 이후 1946년에 당산동이 됐다(영등포 구사 참조).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의 강남이 서울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서울이었던 곳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샛강을 건너 좌측 일대로 선유도를 앞에 두고 있는 한강 남쪽 지역이다. 강북 마포구 합정역에서 당산철교를 넘어온 2호선과 송파에서 강남과 여의도를 거쳐 강서, 공항으로 연결되는 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이 있다. 간선도로로는 올림픽대로가 있고 한강대교 남단으로 이어지는 노들길도 관내를 지난다.


협소주택? 이름도 생소한데…

이 지역에 최근 소규모 단독주택, 흔히 협소주택이라고 부르는 유형의 신축 주택이 생기고 있다. 협소주택은 학문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정리된 개념은 아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여야 협소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통상 66㎡(약 20평) 이내의 토지에 1가구 또는 2가구 정도가 생활할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지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에서는 도쿄 등 도심으로 교통은 편리하고, 직장이 몰려 있으면서 지가가 비싼 지역에서 건축되어 오던 것들이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서울, 경기도를 시작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주로 건축 분야의 잡지에서 건축 사례가 소개돼 오다가 최근에 ‘EBS 건축탐구 집’이나 공중파 다큐멘터리 예능 분야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해당 사례로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곳이 용산구 후암동 일대다. 서울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연결되는 축 선상에 위치한 후암동은 광화문부터 시청, 남대문을 거쳐 용산으로 연결되는 기업 밀집 지역인 구도심과 가깝고, 남산 일대의 숲 등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이곳 일대는 해방 이후 저층 주거지 위주로 지역이 형성되면서 필지가 33~99㎡(약 10~30평) 규모로 자잘하게 분필된 곳이 많았다는 점이다. 협소주택의 건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비용인데, 구입할 수 있는 토지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아서 토지 매입비가 적어야 건축주가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후암동 일대는 바로 이런 조건 때문에 협소주택의 성지와 같은 곳이 됐다. 어림잡아도 25채 이상의 신축 협소주택이 이 일대에 집중돼 있다. 서울 외에 대구에도 이러한 유형의 집들이 종종 소개되는데 제반 여건은 비슷하다.

그리고 후암동 외에 당산동 일대도 협소주택 신축이 늘고 있다. 왜 다른 곳이 아니라 당산동 일대가 후암동에 이어 협소주택이 늘고 있을까. 몇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역시 도심이나 여의도, 강남 같은 직장 밀집 지역으로의 접근성이다. 당산동은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을 통해 서울 3도심으로의 접근이 모두 용이하다. 게다가 올림픽대로와 노들길이 있고 양화대교를 거쳐 강변북로를 통해 서울 각 지역이나 외곽으로의 이동도 쉽다. 

두 번째는 후암동과 비슷한 이유다. 당산동 일대를 비롯한 영등포 일대는 강남이 서울로 편입되기도 훨씬 더 전부터 서울이었던 곳이다. 그만큼 이 지역에 사람들이 거주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됐다. 그 과정에서 후암동처럼 필지가 작은 규모로 분할돼 나뉜 곳이 많다. 33~50㎡(약 10~15평)로 된 단독 필지가 많은 것이다. 

세 번째는 이곳 일대 토지의 용도지역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이곳은 일제의 물자 수탈 과정에서 형성된 인천항과 경인선 철도, 서울의 외곽 공업지역으로 형성된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문래동 일대까지 토지의 용도지역상 ‘준공업지역’인 곳이 많다. 협소주택에 있어서 준공업지역은 제2, 3종 일반주거지역에 비해 이점이 크다. 예컨대 서울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건폐율이 50%, 용적률이 250%다. 반면에 준공업지역은 건폐율이 60%, 용적률이 400%다. 협소주택의 특성상 토지 면적이 작기 때문에 가능한 한 더 넓게, 더 높이 지을 수 있을수록 유리한 점이 많다. 물론 준공업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토지 면적당 가격이 상업지역을 제외한 다른 용도지역에 비해 비싼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협소주택의 경우엔 단위 면적당 토지비가 다소 비싸지더라도 건축이 집약적일수록 유리한 점이 많다. 즉 땅은 좁지만 크고 높게 지을 수 있을수록 좋다.

한편 서울 성수동 일대 역시 용도지역상 준공업지역이다. 다만 이곳 일대는 도시의 발달이나 개발의 방향이 당산동 일대와 다소 결이 다르다. 성수동 일대 역시 오래전부터 준공업 용도의 시설이 주거와 함께 혼재돼 있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 일대는 서울숲이나 수제화거리를 중심으로 해서 상권, 상업시설 위주로 성장했다. 또한 소규모 필지로 분할된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 즉 성수 일대는 기존의 필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대개 330㎡(약 100평)를 넘는 경우가 많고 1필지가 수백 평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곳은 당산동과는 발전의 방향이 다르다.


협소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아파트 같은 대단지 집합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가 더 높다. 사진 연합뉴스
협소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아파트 같은 대단지 집합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가 더 높다. 사진 연합뉴스

그래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결국 당산동 일대는 이러한 이유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도지역상 준공업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주거환경이 다른 곳에 비해 열악한 측면도 있다. 같은 준공업지역인 문래동 일대와 마찬가지로 당산동도 여전히 공업에 ‘준하는’ 용도의 건축물이 많다. 즉 철물 등을 취급하는 수공업이나 자동차 정비소 등 시설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이러한 시설들은 도시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더 외곽으로 이동됐다. 여전히 해당 시설들이 상당수가 남아있지만 지역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당산동 옆 문래동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그 상태에서 일부는 전시 및 미술 등 예술의 장소로 바뀌기도 하고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시대의 흐름, 도시의 발달과 함께 지역의 위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는 곳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변한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협소주택 같은 유형은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여전히 아파트 같은 대단지 집합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가 더 크고 더 주류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협소주택과 같은 단독주택은 시장이 크지 않다. 잠재적인 매수처가 한정적이다. 달리 말하면 환금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팔고 싶어도 쉽게 팔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협소주택은 투자 관점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심리적인 만족은 클 수 있지만 수직으로 포개놓은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은 불편함이 있기 마련이다. 아파트와 달리 냉난방이나 에너지 효율도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건축공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협소주택은 투자 관점보다는 실사용(實使用) 목적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 중 한 가지는 이러한 유형을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은 하나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트렌드 변화 공부 필요

부동산 시장은 그간 경기의 순환변동에 따른 변화 외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시장도 여러 가지가 변화하고 있다. 작년까지 번화한 상권이었던 곳이 올해는 아니기도 하고 그 반대의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변화를 좇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부동산 공부도 그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깊이 있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변화의 과정을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곳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