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 대통령이 임기의 절반을 보내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그 중에도 특히 경제 운용은 낙제점수를 면치 못한 것 같다. 지난 2년 반 동안 경제성장률은 평균 3%대에 그쳤고 실업, 특히 청년실업률은 8%대에 이르렀다. 올해에도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5%로 잡고 일자리 40만개를 만들겠다고 장담했지만 어림없는 이야기다. 분배를 강조해 온 참여정부에서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도 커다란 아이러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과거사 정리, 행정수도 이전, 대연정 등 끊임없이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경제를 망가뜨린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정부는 ‘길게 보고 뚜벅뚜벅’ 내 길(My Way)을 가겠다고 한다. 국민은 이제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잘해 보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의심한다. 어쩌면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오히려 경제가 망그러져야 한다는 이상한 정치 산술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참여정부는 후반기에도 경제에 올인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전망 역시 참담하고 불안하다.

 우리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대외 경제 여건보다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하겠다. 대외 경제 여건은 앞으로 개선되기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전반기에 우리 경제는 침체했지만 그래도 대외 경제 여건은 견딜 만했다. 국제유가도 그동안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50~70달러까지 폭등하고 있다. 일부 국제 석유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 100달러까지 오르고 제3의 석유파동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는 1970년대 이후 여러 차례 석유파동을 겪어 왔으나 단기적인 유가안정 이외에 근본적인 에너지 절약이나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은 소홀히 해왔다. 국민의 불편과 물가 상승, 소비 위축을 우려해서 이렇다 할 에너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파동이 닥치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금리 문제도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저금리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해 왔다. 그러나 미국 연준(FRB)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이제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는 역전되고 국내 금리에 대한 인상 압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정책은 경기 회복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저금리정책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제는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위축보다 증권, 부동산 등 자산가치 폭락 및 대규모 가계부채의 부실화 등 금융대란을 우려해서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명운을 걸고 나선 정부가 금리는 최저 수준을 고집하는 것도 시장논리에는 맞지 않는다. 그 대신 정부는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가렴주구를 해서 이중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기차가 떠나기 전에 내릴 사람은 내려야 한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리기가 어렵게 되고 속도가 붙어서 달리면 더욱 내릴 수가 없다. 금리인상은 이미 실기(失機)한 것 아닌가 싶다. 국내 금리가 언제까지 최저 수준을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금리가 오를 경우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참여정부 후반기에 당면한 불안 요인들이 결코 전반기보다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후반기에도 경제 운용을 소홀히 한다면 한국경제는 불황의 태풍 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적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시장을 부정하고 과도한 정부의 규제와 개입, 그리고 정치논리와 대중 영합적인 정책을 계속할 경우 경제는 구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경제를 망가뜨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재웅 한국경제학회 회장 / 성균관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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