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24시간 거래액은 20조원을 돌파하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사진은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 사진 연합뉴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24시간 거래액은 20조원을 돌파하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사진은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 사진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언급하며 유명세를 탄 가상화폐 도지코인(Dogecoin)은 4월 28일 전 세계 시총이 37조원으로 보름 전인 4월 13일(1조원)의 37배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약 일주일 전인 4월 20일(58조원)과 비교하면 56% 이상 줄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상화폐 시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급등락 위험이 큰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 투자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광풍(狂風) 수준으로 번졌다는 평가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만 최대 200개로 추산되고 4월 들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실명 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의 24시간 거래액은 20조원을 넘어섰다. 한때 3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2월 기록했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약 7조원)의 3~4배다. 또 최근 유가증권 시장 전체 거래 대금이 15조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고려하면 유동성이 주식보다 가상화폐로 몰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 투자로 큰 수익을 내려는 투기성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이렇다 할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금융 당국 수장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정부가 보호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처럼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분 만에 1000배 뛴 코인까지…잡코인 판치는 한국 시장

최근 가상화폐는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 등은 4월 23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부자 증세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제히 급락했다. 주식 등 투자수익이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기존 최대 20%에서 39.6%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코인 정보를 집계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4월 22일 5만5000달러(약 620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 날 4만7000달러(약 53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약 15% 하락했다. 그러나 횡보세를 보이다가 다시 반등했고 4월 27일 오후 기준 5만5000달러에 다시 근접했다. 같은 시각 국내 거래 사이트인 업비트와 빗썸 등에서는 64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코인)은 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도지코인의 경우 4월 20일 451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연일 폭락해 4월 23일 232원까지 내려갔다가 4월 28일 293원으로 회복한 상태다. 4월 13일만 해도 82원에 불과했었다. 비슷한 시기 가상화폐 거래소에 새로 상장된 아로와나토큰(ARW)이란 코인은 10만% 넘게 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ARW는 4월 20일 오후 2시 30분부터 50원에 거래를 시작해 3시 1분 5만3800원까지 약 1000배 폭등했다. 하지만 금세 급락세로 전환했고 일주일이 지나 8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한국은 유독 ‘잡코인’이라고 불리는 중소규모 가상화폐가 많아 다른 나라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화폐 종류만 약 180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인 약 60종이 거래되고, 일본 최대 거래소 비트플라이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5종만 거래된다. 한국 내 가상화폐 거래에서 비트코인 비율은 6%이고 나머지 94%는 알트코인에 쏠려 있어 투기 성격이 훨씬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등 대표 코인을 복제해 코드 좀 붙이면 뚝딱 만들어진다”며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주식시장 상장과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처럼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적극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처럼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적극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 정부 “미술품 거래를 왜 보호하냐”

이처럼 가상화폐 광풍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소 200개가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밝히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따라 오는 9월까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금융 당국에 등록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절차를 밟지 않으면 영업이 중단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과열된 가상화폐 시장과 관련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됐고 이는 지난 2018년 1차 가상화폐 광풍 시 정부 대응을 상기시켜 거센 반발을 불렀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뒤 가상화폐 시세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던 사건이다.

은 위원장 발언에 뿔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이 청원은 4월 23일 등록돼 4월 27일까지 14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부동산으로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청년 세대는 투자 기회도 없다면서 코인 투자를 투기로 규정하며 경고 메시지를 낸 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리나케 정치권에서 수습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은 위원장에게 “제발 정신 좀 차려라”고 했다. 3년 전 박 장관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악몽을 떠올린 것이다.

은 위원장은 또 가상화폐를 미술품과 비교해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일련의 현상에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가상화폐 투자자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여서 사회 문제로까지 번질 위험이 있는데 무턱대고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은 위원장은 “금융 투자자로 전제가 돼야 (정부의) 보호 의무가 있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다 보호해줄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은 위원장의 사퇴 촉구 글을 올린 청원인은 “미술품과 비교하며 가상화폐 시장 운운하는 것을 보았을 때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라고 했다.


plus point

선진국, 금융자산 인정
안전 투자 환경 조성 노력

해외 선진국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정부 관리 아래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주식처럼 거래소 상장 시 금융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투 트랙으로 가상화폐를 규제한다. 주 단위로는 거래소 등 유통 시장을 관리·감독한다. 예컨대 뉴욕주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특화 법률을 만들어 거래소 면허제를 도입했다. 거래소는 불법 자금 세탁 행위를 예방하고 운영 관련 공시를 할 의무를 지닌다. 이에 4월 14일 가상화폐 거래소 중에 세계 최초로 코인베이스라는 거래소가 상장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가상화폐 교환 업자로서 사업이 가능하며 거래소는 가상화폐 불법 유출을 막아야 할 의무를 진다. 또 거래소에 가상화폐를 상장하려면 주식 상장처럼 금융 당국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홍콩, 싱가포르는 가상화폐를 투자 상품으로 보고 제도화했다. 두 나라 모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가상화폐 거래소 영업을 할 수 있다. 유럽도 프랑스가 기업성장변화법을 통해 가상화폐 공개(ICO)를 규제하는 등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까지 포괄적인 가상화폐 규제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이미 2017년 가상화폐 광풍을 겪었으면서 3년이 지나도록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시장으로 인정하고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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