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3호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가 탄생했다. 금융위원회가 6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토스의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하면서다. 1·2호 케이뱅크·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4년 만이다. 이로써 인터넷 은행 삼국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게 됐다.

2015년 금융 당국이 인터넷 은행이란 새 은행을 도입한 취지는 ‘중(中)금리대출 활성화’였다. 은행 대출 이용자와 제2금융권·카드 대출 이용자의 중간 지대에 놓인 중신용자를 발굴해 합리적인 금리에 돈을 빌려주라는 것이었다. 지난 6년간 두 인터넷 은행은 ‘편의성’을 무기로 금융 고객을 빠르게 흡수했다. 하지만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이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면서 본래 역할은 잊은 듯해 보였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 당국은 5월 27일 인터넷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확대해 2023년 말까지 30% 이상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목표치를 맞추지 못하면 향후 신사업 인허가 신청 때 불이익을 주겠다며 칼까지 뽑은 상황이다. 중금리대출 시장을 둔 인터넷 은행의 경쟁은 3사로 재편되는 올 하반기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케이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토스뱅크

유상증자했다 하면 흥행…‘실탄 장전’ 완료

각 은행은 저마다 공격적인 계획을 내걸었다. 지난해 말 중·저신용자 비중이 10.2%였던 카카오뱅크는 올해부터 3년간 순차적으로 20.8%, 25%, 30%의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올해 목표치만 따져봐도 지난해의 두 배 이상으로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내부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르면 9월에야 영업을 개시하는 토스뱅크는 올해 말 중·저신용자 비중 34.9%를 달성하겠다며 시작부터 높은 목표치를 내걸었다. 이후 2022년에는 42%, 2023년에는 44%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21.4%를 기록했는데, 올해부터 2023년까지 각각 21.5%, 25%, 32%로 그 비중을 점차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은행 세 곳 모두 일단 자본력은 준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성장성’을 무기로 최근 투자 유치전에서 잇따라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토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45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점쳐진다. 애초 2000억원을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이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토스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KDB산업은행(산은)이다. 산은은 이번 토스 유상증자에 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해 해외 투자자 5~6곳, 국내 투자자 2~3곳 정도가 신규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6월 중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토스뱅크에 투입될 자금이 1000억~1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뱅크도 5월 말 1조2499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코리아를 비롯해 신한금융 계열사까지 참여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의 투자 규모가 형성됐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말 TPG, 앵커에쿼티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이 당장 맞닥뜨린 과제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인 만큼, 이렇게 불린 자금들이 신용평가를 위한 인프라 투자나 대출 재원 등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평가 경험 부족과 타 업권 가세 ‘복병’

문제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무작정 중·저신용자 고객을 많이 끌어들여 중금리대출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연체나 부실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잘 관리하려면 대출을 신청한 고객이 향후 빌려 간 돈을 잘 갚을 수 있을지를 심사하는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은행 세 곳은 자체 CSS에 저마다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토스뱅크는 2000만 명이 가입된 토스 플랫폼에 쌓인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들의 금융 정보, 통신비 납부 실적, 자산 규모 등을 결합한 CSS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토스는 또 최근 획득한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라이선스와 연계를 통해 CSS 고도화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이후 쌓아온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新)CSS를 최근 적용했으며, 향후 카카오페이의 데이터도 접목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4분기 중 CSS 모형에 신파일러(thin-filer·금융 이력 부족자) 특화 모형을 추가하고, BC카드와 다날의 결제 정보, KT의 통신 정보 등 대안 정보를 가명 결합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축한 CSS가 고객의 상환 능력을 제대로 가늠해 리스크를 잘 관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와 기술력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대출과 상환이 이뤄진 ‘금융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터넷 은행이 금융 업력이 짧은 만큼 신용평가 변별력을 제대로 지닐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시장이 더는 인터넷 은행만이 경쟁하는 장(場)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정식으로 금융 제도권 안에 편입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들의 상당수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일례로 P2P 업체 피플펀드는 2015년부터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면서 쌓은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 왔고, 그 결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83%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연체율은 1%대에 불과하다. 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 기업들도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CSS를 앞세워 중금리대출 시장에 속속 발을 들여놓고 있다.

그간 중·저신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왔던 저축은행과도 고객군이 겹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업권별로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요건을 정해, 고객군이 겹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은행 연 6.5%, 상호금융 연 8.5%, 카드사 연 11.0%, 캐피털 연 14.0%, 저축은행 연 16.0% 등이다. 하지만 인터넷 은행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를 위해 금리 상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에선 기존 고객 중 일부가 인터넷 은행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다.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 역시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요구받고 있다. 은행은 현재 중·저신용자 전용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뱅크’ 도입을 준비 중이고,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해주는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어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금융지주사들은 아예 인터넷 은행 설립 의사를 금융 당국에 전달해놓은 상태다.

박소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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