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의 대표주에서 유가증권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변신한 카카오뱅크(왼쪽)와 크래프톤. 사진 연합뉴스
올해 8월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의 대표주에서 유가증권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변신한 카카오뱅크(왼쪽)와 크래프톤. 사진 연합뉴스

30대 주부 손지연(31)씨는 최근 비상장 주식 투자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에 미리 투자해두면 나중에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쿠팡·카카오뱅크 같은 회사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는 손씨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목돈을 쏟아부어도 몇 주밖에 받지 못하는 대어(大魚)급 공모주 청약 열기를 보면서 비상장 주식에 대한 손씨의 관심은 더 커졌다. 손씨는 “거의 매일 사용하는 마켓컬리(컬리)나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모두 비상장 회사의 서비스”라며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비상장 주식을) 눈여겨본다”라고 했다.

비상장 주식을 향한 투자자의 관심은 손씨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과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의 잇단 탄생은 자산 증식을 원하는 많은 개인을 비상장 주식 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 과거 ‘사기 피해’ ‘폐쇄성’ 등의 이미지가 강했던 비상장 주식 거래에 안전성을 부여한 전문 거래소의 등장도 투자자의 접근을 쉽게 만든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운영하는 한국 장외주식시장(K-OTC)에 따르면 K-OTC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2018년 27억7000만원에서 2019년 40억3000만원, 2020년 51억50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상반기에 이미 일평균 거래 대금 64억7000만원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통상 비상장 주식은 펀드가 만기되거나 벤처캐피털(VC)이 어떤 사정 때문에 투자했던 종목을 시장에 풀면 모습을 드러낸다. 또 그 종목에 에인절 투자자로 참여한 사람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장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거래 물량이 풀리기도 한다. 이 희소한 가치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것이다.

투자금이 몰리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종목이 많다는 의미다. K-OTC에 등록된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은 올해 상반기 기준 22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17조4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 불어난 것이다.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도 2016년 7월에는 포스코건설 한 곳뿐이었는데, 올해 7월 SK에코플랜트·넷마블네오·세메스·포스코건설·LS전선 등 5곳으로 늘었다. 개인 투자자인 직장인 전세환(36)씨는 “성장 가능성이 큰 비상장사가 워낙 많다 보니 코스피·코스닥 상장주만 바라볼 필요가 없음을 느낀다”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유니콘인 한국 기업은 티몬·비바리퍼블리카·컬리·직방·당근마켓 등 15개 사다. 미국 뉴욕 증시에 입성하며 유니콘 타이틀을 벗은 쿠팡 등을 더하면 그 수는 늘어난다. 올해 들어서만 두나무·당근마켓·직방·컬리 등 4개 업체가 유니콘에 올라타며 비상장 주식 거래 분위기를 달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국내 VC 업계의 올해 상반기 투자금은 3조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6% 늘었다. 같은 기간 VC로부터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841개 사에서 1166개 사로 증가했다.


연락 두절·허위 매물 줄인 거래 플랫폼

기술력을 앞세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의 잇단 등장은 ‘비상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상장 주식 거래는 대개 개인 간 거래 형태로 이뤄진다. A사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매도 수량과 가격, 연락처 등을 제시하면, 사려는 사람이 이를 보고 직접 연락해 매수하는 식이다. 반대로 특정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먼저 매도자를 찾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같은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대포폰 사용, 연락 두절, 결제 불이행, 허위 매물 등의 사기 피해가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금투협이 운영하는 K-OTC는 증권사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나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를 통한 비상장 주식 거래로 안전성을 확보했으나, K-OTC의 단점은 등록·지정된 기업 수가 139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K-OTC 종목 수에 아쉬움을 느끼는 투자자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나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의 사설 거래소를 향한다. 이 중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두나무와 삼성증권이 힘을 합쳐 2019년 11월 선보인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다. 5500개가 넘는 종목의 거래가 이뤄진다. 두나무는 증권사와 연동한 안전 거래 시스템과 24시간 예약 주문 기능 등을 도입해 젊은 투자자를 대거 끌어모았다. 올해 6월 기준 증권플러스 비상장 전체 회원에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2020년 12월 출시된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신한금융투자와 의기투합했다. 각종 사용자 편의 기능을 앞세워 후발주자임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피에스엑스에 따르면 올해 7월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29만1093명으로, 서비스 출범 초기인 지난 1월(2만8538명)보다 9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플랫폼 내 장외주식 거래액은 2.7배 늘었다.

이 밖에 비마이유니콘·비상장레이더·네고스탁 등도 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비상장 거래 사이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타트업 붐과 투자 문화 성숙, 거래 플랫폼의 발전 등이 비상장 주식의 인기를 앞으로도 뜨겁게 할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세영 피에스엑스 대표
“누구나 쉽게 비상장 주식 투자하게 할 것”

김세영 피에스엑스 대표 고려대 영어영문·경영학, 전 우리은행 트레이더
김세영 피에스엑스 대표
고려대 영어영문·경영학, 전 우리은행 트레이더

피에스엑스가 작년 12월 선보인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거래 신청과 동시에 계약·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바로체결, 종목 관련 고급 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해시드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피에스엑스에 35억원을 투자했다. 8월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세영 피에스엑스 대표를 만났다.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까닭은
“비상장 주식을 처음 샀을 때 깜짝 놀랐다. 거래 규모가 의외로 엄청 큰데 기준가조차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았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 거래하는 방식이다 보니 분쟁도 잦았다. 그런데 대부분 기술이 개입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장점은
“금융위원회 샌드박스를 신청할 때부터 신한금융투자와 협업했다. 증권사 계좌를 통해 주문·계약·결제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어떤 종목이 인기가 많나
“최근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에 관한 관심이 정말 뜨거웠다. 지금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와 야놀자를 찾는 이가 많다.”

앞으로 계획은
“자산가의 영역이던 비상장 주식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이 시장(비상장 주식)이 제도권 밖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험자본 선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평소 즐겨 쓰는 서비스에 누구나 부담 없이 투자해 성장의 과실을 기업과 개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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