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1일 오후 KB인사이트(InsighT) 지점에 들러 VR을 통해 기자가 직접 상담을 받고 있다. 이정수 기자
2021년 12월 21일 오후 KB인사이트(InsighT) 지점에 들러 VR을 통해 기자가 직접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이정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계도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영향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는 전통적인 은행 지점이 지고, 메타버스·VR(가상현실)·편의점형 은행 같은 ‘대안 점포’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메타버스 업체 ‘오비스(oVice)’와 손잡고 가상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를 선보였다. 센터에서는 실무자를 연결해주거나 대출받는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실제 직원의 아바타가 있는 곳으로 고객의 아바타가 움직이면 화상 채팅창이 뜨면서 화상 대화할 수 있는 금융 메타버스 공간은 이곳이 처음이다.

물론 금융권의 대부분 메타버스 공간은 ‘체험용’에 그친다. 제페토 플랫폼의 하나은행 ‘하나월드’나 게더타운의 KB국민은행 ‘KB금융타운’은 은행처럼 꾸며진 공간을 아바타를 통해 둘러볼 수 있는 게 전부다.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VR 점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KB 메타버스 VR 브랜치’를 개설해, 서울 내 지점 두 곳에서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존에서 VR 기기를 이용해 가상세계에 접속하면 아바타 직원이 업무를 안내한다. 단순 이체부터 대출, 투자 성향 분석, 포트폴리오 설계까지 여러 금융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탭이 허공에 띄워지는 식이다.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신한은행 편의점 혁신 점포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업무를 보고 있다. 신한은행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신한은행 편의점 혁신 점포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오프라인에서의 대안 점포도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과 은행을 결합한 ‘편의점 혁신 점포’가 대표적이다. 이는 편의점 공간에 입점한 디지털 은행 점포 형태로, 365일 24시간 업무가 가능하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GS25와 함께 강원도 정선군에 편의점형 은행을 오픈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CU와 함께 서울 송파구에 1호점을 열었다. 매장 내에는 직원과 화상 상담이 가능한 화면과 무인 단말기(키오스크) 등이 설치됐다. 현금 인출 등 은행 업무 50가지가 가능하다. 편의점형 은행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업계가 타깃으로 삼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대생) 공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업 연구 보고서를 제공하는 미국 더파이낸셜브랜드(The Financial Brand)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 디지털 뱅킹 리포트’에 따르면 은행 관계자 10명 중 9명은 ‘2030년 이후에는 소비자 중 20% 이상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비대면이 가진 불편함이나 상용화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대안 점포의 경우 계좌 개설 같은 기본적인 금융 거래조차 구현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기술·제도적 한계가 지목되고 있다.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은 “가상세계에서 기존 화폐까지 거래하기 위해선 금융 당국의 법적 해석이 수반돼야 한다”며 “인증이나 보안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금융 당국이 환경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권의 메타버스 수요에 맞춰 규제 등을 정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정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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