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가파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더해져 시장의 불안감이 지난 2월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진 셔터스톡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가파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더해져 시장의 불안감이 지난 2월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진 셔터스톡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연초부터 주식시장은 높은 변동장세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가파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더해져 시장의 불안감이 지난 2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쯤이면 통화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 올해 최대 악재가 모두 터진 것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우려해온 리스크였다. 그런 만큼 3월내 에는 주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싹트고 있다. 금리 인상 불안감이 이어지다가 연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던 것처럼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불확실성 해소라는 의미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서서히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잔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식시장이 다시 약세장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아무래도 점차 희석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또한 지정학적 변수가 상장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결국 단기적 리스크와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제한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하던 요인들은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와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 등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점 약해질 수 있다.


전쟁 예상 여부가 시장 방향성 좌우

전쟁이 발발했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항상 폭락했던 것은 아니다. 경제 환경과 정치적 이슈에 따라 복합적 요인이 많아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전쟁 당시 주식시장에서 ‘전쟁 발발을 예상할 수 있었는가’가 시장 방향성을 가장 좌우했던 요인이었다.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이나 1991년 이라크와 다국적군 사이의 전쟁인 걸프전 등 예측이 불가능했던 전쟁의 경우에는 전쟁 발발 직후 급락장이 잇따르며 충격이 상당히 컸다. 기습에 의해 시작된 전쟁이 일어나자 주가 조정 폭이 특히 컸던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웠으나 이미 전쟁 가능성은 주가에 반영돼 왔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예상 가능성이 컸던 전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발발 이전에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주식시장에 영향을 크게 줬지만 발발한 이후부터는 오히려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로 인해 주가는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물론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쟁 진행 상황은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전쟁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3월 8일(현지시각)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 금지 독자 제재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주요 서방 국가까지 번지는 것이다. 동서 국가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단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비철금속 생산 제한에 따른 원자재 공급망이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은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파병 계획이 없다며 직접적인 군사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군사적 대응으로 나서는 것보다는 경제 제재에 그치는 것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도로 보인다. 경제 제재가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더불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 수위도 예측 가능해져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전쟁의 주식시장 영향력은 점차 줄 것

전쟁이 장기화해도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크겠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한 주식시장 영향은 점차 감소할 것이다. 이는 과거 발발했던 국지전 사례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사한 국지전 사례로는 1990년 쿠웨이트의 사우디아라비아 침공, 1991년 걸프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11년 시리아 내전과 아랍의 봄, 2014년 러시아 크름(크림)반도 병합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주요 산유국 지역에서 발생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에너지 가격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돼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전쟁이 반복될 때마다 주식시장은 크게 폭락하고 나서도 결국에는 공통으로 회복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이번에도 주식시장이 폭락했지만 일부 주식은 주가가 반등했다. 이는 결국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국지전으로 인해 실물 경제 회복세가 추세적으로는 꺾이거나 그 조정 폭이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지전이 발발해도 가격 불안이 단기적일 뿐 에너지 공급이 해결되며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기에 실물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다면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연준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

결국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 구도가 장기화한다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도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는 당장 단기적으로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아직은 주식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 정책을 펴는 범위와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각국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를 더 강화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봄이 왔다. 꽃샘추위도 잘 견뎌야겠지만 꽃향기가 거리에 가득해질 때도 대비해둬야겠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꼼꼼하게 살피면서 경기 회복 신호도 놓치지 말자. 봄이 오면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가진 주식이 재평가받기를, 그래서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엄여진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