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뉴스1
서울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사진 뉴스1

오피스텔 분양가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이번엔 서울 마포동의 오피스텔 분양가가 3.3㎡당 80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고급화 수준이 강남권 하이엔드급 오피스텔과 맞먹는다는 이유인데 시장에서 소화될지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여러 규제 탓에 주택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피스텔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부동산 디벨로퍼 사이에선 서울이 뉴욕처럼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는 상황에서 고급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완벽한 대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5월 1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5월 11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강남 아닌 마포 오피스텔 14평 분양가 10억 넘겨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동의 뉴매드 오피스텔 전용면적 45㎡(약 14평)의 분양가가 10억5820만원에 책정됐다. 이는 2016년 분양한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 아파트 전용면적 59㎡(9억5000만~10억5000만원), 2019년에 분양한 과천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전용면적 59㎡(9억7080만~11억620만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전용면적도 작고 아파트도 아닌데 분양가가 이렇게 책정된 것은 상품 가치가 높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이 오피스텔은 서남쪽으로 한강이 보인다. 마포역이 바로 앞에 있고 광화문이나 여의도, 용산 등에 일터가 있는 직장인에게는 직주근접의 매력도 있다.

여기에 고급화도 비싼 분양가의 근거다. 복층에 광폭 테라스 등을 적용했고 실내 수영장, 와인 라이브러리 등도 단지 내부에 두겠다는 것이 시행사의 설명이다. 이 밖에 규제가 없다는 점도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이유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 이후로 29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는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오피스텔엔 이런 규제가 없다.

서울 한강변이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등의 경우 오피스텔이 1인 가구의 주택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고급 오피스텔이 계속 분양되고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는 이유다.

강남 3구에 들어선 초고가 오피스텔의 시세는 3.3㎡당 1억원을 이미 훌쩍 넘었다. 서초동 ‘르피에드 인 강남’의 3.3㎡당 분양가는 1억2000만원. ‘루시아 도산 208’과 ‘갤러리 832 강남’은 1억4000만원대였다.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대부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따라주니 이 정도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라면서 “고소득 1인 가구라면 구축 아파트보단 하이엔드급 오피스텔을 선택할 것이란 인식이 퍼졌다”고 했다.

부동산 시행업계에서는 마포 뉴매드 오피스텔의 판매가 잘된다면 여의도에 들어서는 초고가 오피스텔의 분양가도 3.3㎡당 1억원을 넘겨 책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강남을 벗어나 마포에도 초고가 하이엔드가 들어서고 시장에서 소화가 된다면, 한강 뷰가 좀 더 나은 여의도 하이엔드급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1억원이 넘어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하이엔드’라도 오피스텔 인기는 풍선효과일 뿐”

물론 하이엔드급 오피스텔 분양가 상승은 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풍선효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대출이 20% 수준에 그치는 반면, 오피스텔에 대한 대출 규제는 전무했다는 점 때문에 대출로 사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펼쳐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처음 분양하기 시작한 강남권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적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열풍이 불었다는 뜻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에서 10년을 초과한 노후 아파트는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약 80.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신사동과 압구정동에는 5년 이하 새 아파트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도곡동(96.6%), 청담동(92.0%), 삼성동(88.5%) 등 강남 주요 지역에서도 아파트 노후화 비율이 두드러졌다.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저조했다”면서 “오피스텔이 이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현상을 디벨로퍼들이 잘 파고든 것”이라고 했다. 최근 5년간 강남구 아파트 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2017년 2296가구, 2018년 2095가구, 2019년 2180가구, 2020년 1만566가구, 2021년 2290가구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데다 오피스텔에 대한 대출 규제도 적용됐다. 오피스텔에 대한 대출 한도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70%지만 올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됐다. 6월까지는 총대출액 2억원,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시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로 제한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오 시장은 후보 당시 “서울시의 지난 1년간 인허가 물량이 이전 5~10년 평균보다 두 배로 늘었고 정비사업 가구 수도 그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재선이 되면 주택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면서 실제로 최근 오피스텔 분양 성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청약을 받은 오피스텔 26곳 중 8곳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서 100% 계약으로 완판 행렬이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30.8%에 해당하는 단지가 청약 단계에서부터 미달 사태를 맞은 것이다.

5월 17일 청약을 받은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578호를 분양한 1단지 전체 분양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또 같은 달 인천 중구 항동에서 분양된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 오피스텔(592호)은 4개 타입 중 3개 타입에서 미달이 나왔다. 강남에서 분양된 ‘엘루크 서초’ 오피스텔 330호는 지난 2월 분양했지만 4개 타입이 모두 미달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때 아파트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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