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6월 30일 대구에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나머지 7개 구·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는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게 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구 서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6월 30일 대구에서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나머지 7개 구·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는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게 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구 서구 아파트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규제로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6월 30일 국토교통부는 대구와 대전 등 6개 시·군·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경북 경산시와 전남 여수시 등 11개 시·군·구를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했다. 2016년 이후 전국 곳곳을 조정 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던 것을 감안하면 약 5년 만의 입장 변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침체와 규제 피해를 손 놓고 보고 있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6월 30일 발표하고, 7월 5일부터 적용이 시작된 규제 지역 조정 대책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고 나머지 7개 구·군은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는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게 됐다.


미분양 많은 곳만 핀셋 해제⋯“집값 오르진 않을 것”

정부가 일부 지방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 같은 결정이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잠재우고 부동산 시장을 다시 뜨겁게 달굴 가능성이 있는지에 쏠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 등 일부 지역만 핀셋 해제한 데다, 최근 거시경제 상황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을 예고한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도 한두 차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현실도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곳은 대구의 강남, 수성구다. 규제 해제로 매수세가 다시 몰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의 전망은 대체로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공급 물량이 워낙 많은 데다 수요가 확 줄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청약을 진행한 대구 수성구의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은 전체 748가구 모집에 59명만 참여한 바 있다. 전용면적 112㎡ C형(5가구)과 188㎡형(1가구)을 제외한 19개 평형이 미분양됐다.

대구시 전역으로 확대해서 보면 미분양 물량은 매우 많아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8곳이 모두 청약에서 미달됐다. 국토교통부가 6월 30일 발표한 ‘2022년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6816가구로, 전국 미분양 주택의 24.8%를 차지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구의 시장 적정 수요는 약 1만2000가구 정도로 추산되는데 약 세 배에 가까운 물량이 내년에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단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구 등 해제된 지역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 소폭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마케팅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면서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 많아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주택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상태라 매수보단 매도를 원하는 이들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금융업계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를 푼다고 해도 더 오를 것 같지 않은 지역 위주로 해제됐다”면서 “집을 팔 출구와 퇴로를 마련해주기 위한 규제 완화라고 보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대출 이자 부담과 주택 시장의 거래 활력 저하로 저평가 지역을 찾아다니는 외지인들의 주택 매입이 줄었고 매입 실익도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분위기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에 팔리지도 않는데”…수도권에선 불만 목소리

이날 결정에서 제외된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각종 규제로 묶여 주택 매수와 매도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지역 조정으로 지방에서는 세종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규제 지역 해제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규제 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평가 요건을 보면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어야 한다. 최근 물가 상승률은 높았고, 올 들어 집값은 약보합세를 걸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런 지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량적인 요건상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정성평가에서 시장 과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날 일부 지역만 조정 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이유다.

경기도 안산의 한 1주택자 소유주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까 봐 규제를 풀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실수요자가 덩달아 피해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줘야 한다”면서 “이사할 필요가 있어 집을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재산권 행사가 매우 힘든데, 다음번엔 전국적으로 검토를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규제 완화에 따라 7월 5일부로 투기과열지구는 49곳에서 43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112곳에서 101곳으로 각각 축소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복잡하게 설계된 규제 지역에 대한 병합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현재 규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고분양가관리지역, 미분양관리지역 등 종류가 많다. 세금·대출·청약·정비사업 등에서 중복·중첩되는 규제가 많아 상위 규제와 하위 규제의 개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제도를 전반적으로 다시 짜임새 있게 정리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른 대응 정도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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