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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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7월 12일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두고, 트위터 가짜 뉴스로 인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트위터에서 돌았던 자료는 6월 미국 CPI 상승률이 10.2%에 달한다는 것으로, 정부 문서가 유출된 것처럼 조작됐다. CPI 상승률이 시장 평균 전망치 8.8%보다 훨씬 높다는 이 가짜 보고서는 오전 11시 30분 무렵부터 트위터에서 돌기 시작했고, 당일 미국 증시는 오후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어 결국 하락 마감했다. 

결국 미국 노동부가 나서서 트위터에서 돌고 있는 수치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해프닝은 개인 투자자까지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만큼 증시 향방을 가를 ‘무언가’를 투자자들이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시장은 앞으로 반등할 수 있을까? 지금쯤 증시의 바닥에 다다른 것일까?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투자 대가들도 최근 들어 증시가 바닥권에 이르렀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거시적 경제지표를 분석해 기계적 반등을 예상하는 것 외에도 증시를 둘러싼 다양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개인 투자자가 감지할 수 있을 만한 의미 있는 이벤트는 무엇일지 살펴보려 한다.


증시 바닥을 확인하는 징후들

우선 시장에서는 자사주 취득이나 대주주 장내 매수가 많아지면 저가 매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장기업 입장에서 주가가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사주 취득을 크게 늘리거나 대주주가 장내 매수를 늘리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기업 경영진과 대주주 등 기업의 전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사주 취득 시점이 항상 저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가에 반영되는 대외적 변수도 많을뿐더러 기업에서는 호재라고 생각하는 뉴스도 시장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면 시장 분위기를 좀 더 긍정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 공시는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총 252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1건)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 움직임으로 증시 바닥을 포착하기도 한다.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줄어든다면 주가 반등 기회가 많아져서 이를 주가 저점 신호로 보기도 한다. 신용융자 잔고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산 뒤 갚아야 하는 주식 규모를 의미한다. 상승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서 신용융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주가가 신용융자의 담보 비율보다 하락했을 때 추가 담보 제공이 없으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적으로 매도하는 반대매매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에 따라 반대매매는 주가 낙폭이 더욱 커지도록 만든다.

따라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신용융자 잔고는 그 감소 폭이 의미 있게 커지면 주가가 충분히 바닥을 찍은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 6월 시장 폭락에는 반대 매매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6월 이래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전체 기업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4조원 감소해 17조원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기업공개(IPO) 철회 사례가 최고치에 이르렀다면 투자 심리가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증시가 바닥이라고 보기도 한다. 상반기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등이 확산하며 IPO 예정 기업들이 줄줄이 IPO를 철회했다. 주식 시장에서 몸값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공모가가 낮게 형성될 것을 우려한 탓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시장에서 주목하던 대어급 기업이 모두 기업가치 평가가 불리할 것을 예상하거나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다는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IPO를 준비 중인 대어급 기업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쏘카, 케이뱅크도 하반기에 상장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IPO 분위기가 사뭇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어급 기업 IPO로 투자자 관심이 증대된다면 다양한 업종에서 투자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줄지 않는 리스크…간접 투자도 눈여겨봐야

이처럼 시장 참여자들은 제각각 저점과 함께 태세 전환 조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경험해서 알고 있듯, 증시 바닥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건 매우 어렵다. 기준점으로 잡을 시기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생각지 못한 변수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낙관론자라면 너무 빠르게 증시가 바닥이라는 신호를 감지할 것이고, 비관론자는 바닥의 신호를 너무 간과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일반 개인 투자자가 주가 바닥을 판단하고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기에는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도 어려운데 상승장이 시작된다고 해도 모든 종목 주가가 다 같이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힘들고 헤지(위험 회피) 수단도 여의찮다. 

이럴 때는 간접 투자가 답일 수 있다. 기관 투자자 중에서는 서서히 하반기 반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곳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상장주식 운용 펀드의 경우 운용 전략마다 제각각 하반기의 새로운 주도주 찾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이 중에서 자신과 투자 전략이 맞는 곳이 있다면 상장주식 운용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아직 증시가 바닥까지 왔는지에 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상장주식 펀드보다는 비상장주식 펀드를 살펴보자. 비상장기업 몸값도 증시 하락세 직격탄을 맞아 덩달아 충분히 낮아져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기업을 이제까지보다 낮은 벨류에이션에 투자할 기회다.

특히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운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까지로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단기간의 증시 방향에 베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비상장주식을 중간에 회수해 이익금을 바로 분배하는 펀드도 있어서 개인의 투자 계획에 맞게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비상장기업 투자는 호흡이 길어 회수 시기가 도래할 때쯤에는 경기가 좋아지고 투자 심리가 개선됐을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언제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