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12일 연희동 상권 중심에 있는 ‘사러가 쇼핑센터’ 인근 상가. 건물 창가와 유리벽에 ‘임대문의’가 붙어있다. 2 연희동 일대 단독주택.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거주자가 없는 빈집 상태다. 3 7월 12일 연남동 일대 경의선 숲길. 산책하는 사람들과 인근 상가를 찾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4 연남동 일대 상가가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최온정 기자
1 7월 12일 연희동 상권 중심에 있는 ‘사러가 쇼핑센터’ 인근 상가. 건물 창가와 유리벽에 ‘임대문의’가 붙어있다. 2 연희동 일대 단독주택.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거주자가 없는 빈집 상태다. 3 7월 12일 연남동 일대 경의선 숲길. 산책하는 사람들과 인근 상가를 찾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4 연남동 일대 상가가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최온정 기자

“경의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서울 연희동과 연남동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연남동이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면 연희동은 이전만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연희동의 남쪽 지역’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연남동’보다 연희동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김경락 ‘빌딩인 부동산 중개법인’ 대표 공인중개사)

고급주택이 밀집해 강북 ‘부촌’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던 연희동 일대의 부동산 시장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 인구를 흡수했던 상권은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지역으로 변했고, 고급주택 중 일부는 관리가 안 된 빈집 상태로 남겨져 있다. 반면 연희동 바로 옆 동네인 연남동은 손님이 몰리면서 상권과 부동산 시장 모두 활성화되고 있다.

7월 12일 찾은 서울 연희동 일대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연희동 상권의 핵심인 ‘사러가 쇼핑센터’ 인근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퇴근길에도 손님들로 붐비는 가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대문의’가 붙은 상가들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연희동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일가가 살았던 부촌으로, 고급주택가가 형성돼 있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교수, 선교사, 정치인 등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다. 대체로 주택이 많지만, 2010년대부터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연희맛로’ 등 상권도 형성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기가 시들면서 상권과 부동산 시장이 모두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러가 쇼핑센터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우리 약국 지하층도 코로나19 이후 2년째 계속 공실 상태고, 인근에 보면 ‘임대문의’가 붙은 빈 상가들이 많다”고 했다. 연희동 주민 B씨도 “이 일대 대표 빵집이었던 ‘쿠헨 브로트(구 빵굼터)’도 코로나19 이후 문을 닫았는데 벌써 2년째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단독주택은 거래가 되지 않아 빈집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접근이 어려운 주택가 안쪽은 물론 상권이 형성된 연희맛로 인근에서도 이런 집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연희맛로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도로변에도 사는 사람이 없어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집이 있다”면서 “집주인이 임차인도 구하지 않고 놔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경의중앙선 철도 하나만 건너면 도착할 수 있는 연남동은 벌써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연희동의 남쪽 동네’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연남동’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연희동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숲길 양옆으로 들어선 카페와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고, 숲길을 따라 이동하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산책 나온 인근 주민 D씨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끝나면서 연남동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면서 “주말에 산책을 나오면 사람이 너무 많아 숲길을 걷는 게 힘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는 “주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로 보이는 청년들이 많은데,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많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권이 살아나면서 연남동 일대의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인근 E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이전보다 거래량이 늘지는 않았지만, 엔데믹을 맞이해 매수 문의는 부쩍 늘었다”면서 “계약을 한 후 상가로 용도 변경해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매수세가 쏠리자 주택 매매가격도 이전보다 훌쩍 비싸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계를 보면 연희동과 연남동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희동 일대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 주택은 14건에 불과했다. 대지면적 기준 3.3㎡당 거래가격은 평균 2695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연남동 일대에서는 총 35건이 거래됐고 3.3㎡당 거래가격은 평균 6727만원이었다. 거래량과 거래 가격 모두 연희동과 비교해 2~3배 수준이다.

연남동에 10년 넘게 거주했다는 30대 허씨는 “2010년쯤 연남동에 집을 마련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연희동의 상권이 더 활성화돼 있었지만, 집값이 워낙 비싸서 연남동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요즘에는 집값은 물론 상권 측면에서도 연남동이 연희동을 뛰어넘고 있어 놀랍다”고 했다.


접근성과 용도지역 규제로 희비 엇갈려 

전문가들은 연희동과 연남동의 희비가 엇갈린 주원인으로 접근성을 꼽는다. 연희동의 경우 중심지인 사러가 쇼핑센터까지 가려면 신촌 기차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10분가량을 더 가야 한다. 쇼핑센터에서 내려 주택가로 들어가는 길도 굴곡진 골목이 많거나 경사가 있어 도보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경의중앙선 가좌역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고, 경의선 숲길을 끼고 있는 덕분에 걸어서 이동하기에도 편리한 연남동과는 대조적이다.

용도지역 규제도 한몫했다. 연희동 일대는 도로변에 있는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1종 전용주거·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다. 전용주거지역에서는 용적률 100%, 건폐율 50% 이내, 일반주거지역에서는 용적률 100~200% 이하, 건폐율 60% 이내의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주택 층수는 각각 4층·2층 이내로 제한된다. 반면 연남동 일대는 대부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돼 있어 용적률 200~300%, 건폐율 50%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층수 제한이 없어 고층 주택도 개발할 수 있다.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연희동보다 임차인이나 세입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연남동의 투자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연희동은 단독주택 위주의 주택가로 조성돼 애초에 상권이 형성된 적이 거의 없는 동네지만 연남동은 신촌·홍대의 상권이 번져가는 핫플레이스로 비교가 불가능하다”면서 “연희동의 경우 도로가 체계적으로 정비되거나, 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연희동에 거주하던 1세대들은 떠나고 현재 자식 세대가 소유주가 돼서 건물을 관리하는 상황”이라면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대지면적이 넓고 관리는 어려운 단독주택의 거주 가치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연희동의 골목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빈집으로 남은 단독주택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온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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