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청 인근 오피스텔 밀집 지역. 사진 뉴스1
서울 마포구청 인근 오피스텔 밀집 지역. 사진 뉴스1

주택 시장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오피스텔 청약 시장의 분위기도 차갑게 가라앉고 있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과천 오피스텔 경쟁률도 1 대 1을 겨우 넘겼다. 2021년 11월에 분양한 과천 오피스텔의 경쟁률이 1000 대 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8개월 만에 시장이 급변한 것이다. 오피스텔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들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투자 심리가 식을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과천 디센트로 2차는 7월 19일 청약을 실시한 결과 전체 타입(전용 25·53·56㎡) 중 53㎡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156실 모집에 154명(거주자 15명, 기타 139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이 1 대 1에 못 미친 것이다.

중소형 평형(전용 56·80·84㎡)으로 구성된 디센트로 1차도 일부 타입의 경쟁률이 1 대 1을 겨우 넘겼다. 전용 80㎡(26실)와 전용 84㎡B(26실) 물량이 그 대상이다. 두 타입의 경우 각각 27명, 44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은 각각 1.03, 1.69를 기록했다.

2021년 과천 일대 오피스텔의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2021년 11월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89실 모집에 무려 12만4426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은 1398 대 1을 기록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과천에서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가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면서 “예상보다 오피스텔 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이제는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고 했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강서구에 들어서는 한울에이치밸리움 더하이클래스 오피스텔은 8월 2일 2차 청약을 실시한 결과 63실 모집에 54건만 접수됐다. 이 단지는 6월 1차 청약 당시에도 128실 모집에 69건만 접수된 바 있다. 8월 22일 청약을 실시한 서울 우남W컨템포287 오피스텔은 전체 10실 모집에 26건이 접수되면서 평균 경쟁률이 2.6 대 1을 기록했다. 미달은 면했지만, 서울 오피스텔치고는 경쟁률이 낮았다.

2021년 초만 해도 서울에서는 분양가가 비싼 오피스텔도 높은 경쟁률에 ‘완판’되는 일이 허다했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에 분양한 답십리역 지웰에스테이트는 2021년 11월 청약 당시 전체 144실 모집에 5783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40 대 1을 넘었다. 전용 59㎡짜리 두 개 타입으로 구성된 이 오피스텔은 분양가가 7억3000만원대로 책정돼 저렴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오피스텔은 2021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아파트 가격은 9.9% 올랐지만, 오피스텔 매매 가격 상승률은 2.6%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아파트에 비해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덕분에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실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전용면적 84㎡ 이상인 중대형 규모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텔’로 불리며 경쟁률이 더욱 높았다. 

대출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었다.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투기과열지구 40%(조정대상지역 50%)로 제한되지만, 오피스텔 담보 대출은 통상 매매 가격의 70% 이상도 가능하다.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는 아파트보다 오피스텔 매수가 더 수월하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상가, 빌딩, 토지 등 비주택 담보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기준금리까지 인상되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자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또 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는 통상 6개월 안에 계약이 완료되는 것을 기대하는데 2021년까지만 해도 이 기간 안에 계약이 끝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갑자기 확 바뀌면서 가격과 위치, 개발 호재 등 삼박자를 다 갖추지 않으면 분양 완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총 2만5961건으로, 2021년 상반기(3만1859건)와 비교해 18.5% 줄었다. 같은 기간 9억원을 넘는 고가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 건수가 354건에서 140건으로 무려 60.5% 감소했다.

가격도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0.03% 떨어졌다. 월별 오피스텔 매매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20년 11월(-0.03%)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이처럼 매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오피스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피스텔을 급매한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분양 완료 시점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를 계속 상환해야 하는 시행사는 걱정이 앞선다. 분양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잔여 가구에 대한 대출 이자를 시행사가 계속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파이낸싱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어 분양 시 취급하는 수수료를 올리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지원을 줄이면서 시행사들의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캐피털 3사(현대·KB·하나캐피탈)가 대여한 부동산 PF 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 3조657억원에 달한다. 대출액 증가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받은 브리지론(사업 전 발생하는 땅 매입 비용 등에 대해 대출해주는 것)이 본 PF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자 대체 상품인 오피스텔의 매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 가격이 조정받는 상황이라 대체 상품인 오피스텔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분양 대행사도 분양가가 저렴하지 않으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으로 향후 투자가치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의 대출이자가 급등했는데, 오피스텔 임대수익은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면서 대출이자가 임대수익보다 비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오피스텔 매수자들은 주로 월세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분양받는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오피스텔 수익률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동안 투자자들이 오피스텔 투자를 보류하거나 매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